법무부 “언론 오보 시 출입 제한”…관계기관 “협의 안 된 사안, 알권리 침해”

입력 2019.10.30 (16:24) 수정 2019.10.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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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정부는 검찰이 형사사건을 수사할 때 수사 대상의 이름과 수사 상황 등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도록 제한합니다. 또, 언론사가 오보를 내면 검찰총장 등이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됩니다.

법무부는 오늘(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고,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제정안은 앞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혐의 사실과 수사 경위, 수사 상황, 수사 대상의 실명 등을 일체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흘리기', '망신주기식 수사', '여론 재판' 등을 통해 재판 전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제정안은 또, 오보를 내는 언론사에 대해서도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제정안 제33조에 따르면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존재하면 전문공보관이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이나 검찰청의 장들이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사 대상자의 촬영도 전면 금지했습니다. 공개소환을 금지했고,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했을 때와 압수수색을 당할 때 등에도 촬영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명백한 오보가 발생한 경우와 중요 사건으로 언론의 요청이 있을 경우엔 (사건에 관해) 공개가 허용된다"며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의 수사상황 등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거치는 경우는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의 수사상황 공개 여부 △불기소 처분 사건의 피의사실 요지 등 일부 공개금지정보의 공개 여부 △공소제기 후 공판에서 드러나기 전 사건관계인의 진술, 증거관계 등 공개 여부 △차관급 이상 공무원 등 공적 인물의 실명 공개 여부로 규정했습니다.

법무부는 또, "수사와 공보를 분리해 전문공보관이 공보를 담당하게 하고, 언론에 알릴 경우 해당 검찰청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공보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사건에 대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 같은 결정을 법원과 검찰,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재단 등과 협의를 거쳐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한변협·언론재단은 "법무부와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법무부로부터 의견 문의를 받았지만,"대법원이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전달했습니다.

특히 법무부는 '오보 시 출입제한' 같은 새로운 규정을 담지 않은 초안을 대법원에 공유하고 의견을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관계 기관들은 정확한 제정안을 받지 못한 채 의견 수렴을 요구 받은 셈입니다.

다만 대검찰청은 '오보 시 출입제한' 규정을 담은 수정안을 지난 18일 법무부로부터 받았고, 이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언론의 브리핑 참석 여부와 청사 출입 제한은 검찰이 결정할 수 없다. 기자단이 결정할 문제'라는 취지로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고 제정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대한변협은 "정부 기관은 언론의 감시 대상인데, 언론사가 오보를 냈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과거 검찰이나 정부가 '오보'로 단정한 사건도 추후에 부적절한 수사 과정이나 정권의 불법적인 개입이 드러나면서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어, 이 오보 여부를 검찰이나 정부기관이 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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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 “언론 오보 시 출입 제한”…관계기관 “협의 안 된 사안, 알권리 침해”
    • 입력 2019-10-30 16:24:40
    • 수정2019-10-30 22:39:14
    사회
앞으로 정부는 검찰이 형사사건을 수사할 때 수사 대상의 이름과 수사 상황 등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도록 제한합니다. 또, 언론사가 오보를 내면 검찰총장 등이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됩니다.

법무부는 오늘(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고,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제정안은 앞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혐의 사실과 수사 경위, 수사 상황, 수사 대상의 실명 등을 일체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흘리기', '망신주기식 수사', '여론 재판' 등을 통해 재판 전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제정안은 또, 오보를 내는 언론사에 대해서도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제정안 제33조에 따르면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존재하면 전문공보관이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이나 검찰청의 장들이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사 대상자의 촬영도 전면 금지했습니다. 공개소환을 금지했고,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했을 때와 압수수색을 당할 때 등에도 촬영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명백한 오보가 발생한 경우와 중요 사건으로 언론의 요청이 있을 경우엔 (사건에 관해) 공개가 허용된다"며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의 수사상황 등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거치는 경우는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의 수사상황 공개 여부 △불기소 처분 사건의 피의사실 요지 등 일부 공개금지정보의 공개 여부 △공소제기 후 공판에서 드러나기 전 사건관계인의 진술, 증거관계 등 공개 여부 △차관급 이상 공무원 등 공적 인물의 실명 공개 여부로 규정했습니다.

법무부는 또, "수사와 공보를 분리해 전문공보관이 공보를 담당하게 하고, 언론에 알릴 경우 해당 검찰청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공보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사건에 대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 같은 결정을 법원과 검찰,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재단 등과 협의를 거쳐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한변협·언론재단은 "법무부와 협의를 하거나 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법무부로부터 의견 문의를 받았지만,"대법원이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전달했습니다.

특히 법무부는 '오보 시 출입제한' 같은 새로운 규정을 담지 않은 초안을 대법원에 공유하고 의견을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때문에 관계 기관들은 정확한 제정안을 받지 못한 채 의견 수렴을 요구 받은 셈입니다.

다만 대검찰청은 '오보 시 출입제한' 규정을 담은 수정안을 지난 18일 법무부로부터 받았고, 이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언론의 브리핑 참석 여부와 청사 출입 제한은 검찰이 결정할 수 없다. 기자단이 결정할 문제'라는 취지로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고 제정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대한변협은 "정부 기관은 언론의 감시 대상인데, 언론사가 오보를 냈다는 이유로 출입을 막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과거 검찰이나 정부가 '오보'로 단정한 사건도 추후에 부적절한 수사 과정이나 정권의 불법적인 개입이 드러나면서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어, 이 오보 여부를 검찰이나 정부기관이 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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