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모여드는 북핵 플레이어들…비핵화 협상 속도낼까

입력 2019.11.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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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비확산 회의(MNC)'가 열립니다. 정부 당국자와 민간 인사가 모이는 반관반민, 1.5트랙 성격의 행사로, 올해는 40여 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석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현재 진행되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모두 집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톡홀름 실무 협상 결렬 이후 한 달째 멈춰 서있는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조철수 외무성 미국국장, 미국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북한 조철수 외무성 미국국장, 미국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스톡홀름 이후 한 달…북미 접촉 성사되나?

모스크바에 모습을 드러낼 첫 번째 키 플레이어는 북한 조철수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입니다. 조철수 국장은 평양국제공항을 통해 어제 러시아로 떠났다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조 국장은 지난 10월 미국 담당 국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그전엔 2017년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실장' 자격으로 서방 언론을 비난하는 역할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조철수 국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권정근 전 미국 국장으로 이어지는 외무성 라인의 핵심 인물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권정근 전 국장이 최선희 밑에서 사실상 부상 역할을 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조철수 국장은 실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5일 스톡홀름에서 권정근 전 국장의 카운터파트로서 예비 협상에 참석했던 인물입니다. 역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협상팀의 키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날 예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좋은 기회라는 분석입니다. 정성장 본부장은 "조철수 국장에게 협상의 향방을 결정지을 권한은 없겠지만, 조 국장이 핵심 인물인 만큼 미국과의 접촉이 있을 경우 그 내용이 최선희 부상 라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까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웨덴 켄트 해르스테트 외교부 한반도 특사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웨덴 켄트 해르스테트 외교부 한반도 특사

중재자 자임하는 한국·스웨덴도 참석할 듯…북미 초청할지 관심

북핵 협상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도 빠질 순 없겠죠. 한국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도훈 본부장은 러시아 카운터파트인 이고리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은 물론 미국 마크 램버트 특사와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도훈 본부장이 조철수 국장 등 북한 당국자를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남측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남북 간 조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평화 촉진자라고 주장하는 스웨덴의 켄트 해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도 모스크바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지난달 23일 한국을 찾아 "수 주 내에 북미 양쪽에 실무 협상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직접 북미 당사자를 만나 2차 스톡홀름 실무협상 초청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외교 프로토콜 상 이전처럼 초청장은 북한 주재 대사관과 외무성 라인을 통해 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북한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대표단이 지난 2일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순방길에 올랐는데, 이때 스웨덴에 들러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러시아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러시아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12월 북미 실무협상 재개 여부에 촉각

이 밖에 일본 측 북핵 수석 대표인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중국 측 북핵 수석대표인 쿵쉬안유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중국,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등 다양한 조합의 북핵 수석대표 간 만남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러시아에선 북핵 수석대표인 이고리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이 참석하는데, 오는 8일 저녁 한반도 세션에선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을 모두 초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모두 초청에 응할 경우 6자 회담 성격의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어제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 초순까지는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달 초순에는 실무협상이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해르스테트 스웨덴 특사도 북미가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다면서 협상 재개를 낙관했습니다. 사흘간 모스크바에서 진행될 북핵 협상 키맨들의 만남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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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5 18:13:53
    취재K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비확산 회의(MNC)'가 열립니다. 정부 당국자와 민간 인사가 모이는 반관반민, 1.5트랙 성격의 행사로, 올해는 40여 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석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현재 진행되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모두 집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톡홀름 실무 협상 결렬 이후 한 달째 멈춰 서있는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조철수 외무성 미국국장, 미국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스톡홀름 이후 한 달…북미 접촉 성사되나?

모스크바에 모습을 드러낼 첫 번째 키 플레이어는 북한 조철수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입니다. 조철수 국장은 평양국제공항을 통해 어제 러시아로 떠났다는 사실이 보도됐습니다. 조 국장은 지난 10월 미국 담당 국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그전엔 2017년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실장' 자격으로 서방 언론을 비난하는 역할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조철수 국장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권정근 전 미국 국장으로 이어지는 외무성 라인의 핵심 인물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권정근 전 국장이 최선희 밑에서 사실상 부상 역할을 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조철수 국장은 실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5일 스톡홀름에서 권정근 전 국장의 카운터파트로서 예비 협상에 참석했던 인물입니다. 역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협상팀의 키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날 예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좋은 기회라는 분석입니다. 정성장 본부장은 "조철수 국장에게 협상의 향방을 결정지을 권한은 없겠지만, 조 국장이 핵심 인물인 만큼 미국과의 접촉이 있을 경우 그 내용이 최선희 부상 라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까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웨덴 켄트 해르스테트 외교부 한반도 특사
중재자 자임하는 한국·스웨덴도 참석할 듯…북미 초청할지 관심

북핵 협상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도 빠질 순 없겠죠. 한국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도훈 본부장은 러시아 카운터파트인 이고리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은 물론 미국 마크 램버트 특사와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도훈 본부장이 조철수 국장 등 북한 당국자를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남측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남북 간 조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평화 촉진자라고 주장하는 스웨덴의 켄트 해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 특사도 모스크바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는 지난달 23일 한국을 찾아 "수 주 내에 북미 양쪽에 실무 협상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르스테트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직접 북미 당사자를 만나 2차 스톡홀름 실무협상 초청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외교 프로토콜 상 이전처럼 초청장은 북한 주재 대사관과 외무성 라인을 통해 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북한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대표단이 지난 2일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순방길에 올랐는데, 이때 스웨덴에 들러 논의를 진전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러시아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12월 북미 실무협상 재개 여부에 촉각

이 밖에 일본 측 북핵 수석 대표인 다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중국 측 북핵 수석대표인 쿵쉬안유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중국,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등 다양한 조합의 북핵 수석대표 간 만남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러시아에선 북핵 수석대표인 이고리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이 참석하는데, 오는 8일 저녁 한반도 세션에선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을 모두 초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모두 초청에 응할 경우 6자 회담 성격의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어제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 초순까지는 북미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달 초순에는 실무협상이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해르스테트 스웨덴 특사도 북미가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았다면서 협상 재개를 낙관했습니다. 사흘간 모스크바에서 진행될 북핵 협상 키맨들의 만남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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