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을 느끼고 싶으십니까? 이 영화가 있습니다

입력 2019.11.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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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흥행 바람이 극장가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계 입장에선 그야말로 차디찬 겨울 바람이죠? 하지만 잠깐 눈을 돌려 극장 예매사이트의 영화 목록을 넘겨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영화 생태계 다양성 측면에서 이번 주를 주목해보면, 유명 인물들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례적으로 많이 개봉했습니다. 한국영화로만 한정해도 무려 3편이네요. 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자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영화 포스터 위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인 2009년 6월 11일, 6·15 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에 한 말이죠. 80대 중반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8월 18일 서거했습니다.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위 연설의 다음 부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하기 힘든 이유가 나옵니다.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행동하는 양심'은 숫자로도 정리됩니다. 5번의 죽을 고비, 55차례의 가택연금, 6년의 감옥생활, 777일의 망명생활입니다. 이 다큐 영화에서는 70년대 흑백 화면부터 제15대 대통령 취임인 1998년의 컬러 영상까지 방대한 저장소가 펼쳐집니다. 80년대 대통령 선거의 역동적인 분위기도 접할 수 있습니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노벨 평화상 수상, 2002년 월드컵의 자료 영상은 지금 봐도 뭉클한 장면들입니다. 다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라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28일 개봉

<녹차의 중력>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 씨가 화면상으로 임 감독을 담아내지요. 30여 년간 임 감독을 탐구해 온 평론가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영상으로 평론하려는 걸까요?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에서 다짜고짜 이렇게 말을 던집니다. "감독님, 연출의 비밀을 훔치러 왔습니다."

50여 년 동안 102편의 영화를 찍은 팔순의 노감독은 "다 가져가시오, 나는 문을 활짝 열어 놓았소"라고 답합니다. 사실 이런 관록과 여유가 묻어나오는 취재원을 만나면 저는 당황스럽습니다. 문은 열려있다는데 어디서 무엇부터 찾아봐야 할는지....

과연 정성일 평론가는 열려있는 문에서 어느 정도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인간 임권택은 또 어떤 사람일까요? 28일 개봉

<헤로니모>


인물 소개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주인공은 '헤로니모 임'(한국명 임은조, 1926년-2006년)입니다. 쿠바에 정착한 한인 2세로 체 게베라와 함께 쿠바 혁명에 투신해 산업부 차관을 지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보다는 '한국인들이 왜 쿠바로 갔는가'에 주목합니다. 헤로니모 임은 100여 년 전 최초로 멕시코에 정착한 독립운동가 임천택의 장남입니다. 그때 한인들의 고난은 90년대 영화 '애니깽'의 소재가 됐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이 영화는 재미교포 변호사인 전후석 씨가 만들었습니다. 감독이 호기심으로 떠난 쿠바의 한 택시에서 한인 4세 '패트리샤 임'과 만난 뒤 3년 반 동안 현지에서 자료를 모으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21일 개봉

이 세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하나하나 옛 영상 자료를 찾거나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찍은 겁니다. 있던 그대로의 영상은 유명 배우가 재연하고, 공들여 세팅한 화면보다 때로는 더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교황, 유명 가수 다큐멘터리도>

외국 다큐멘터리 영화로까지 눈을 돌려보면 두 편이 더 눈에 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록 영상을 기반으로 한 '맨 오브 히스 워드'와 미국에서 소울의 여왕으로 불렸던 아레사 프랭클린의 녹음 실황을 담은 '어메이지 그레이스'입니다.

'맨 오브 히스 워드'에선 교황이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빈곤 퇴치와 환경, 평화 등을 설파한 내용을 육성으로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21일 개봉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아레사 프랭클린이 같은 이름의 곡을 녹음한 실황을 기록했습니다. 28일 개봉

편집이라는 행위가 화면 프레임 안의 취사 선택임을 참작해도, 해당 인물이나 역사에 관심이 깊은 분들은 가슴 속에 묵직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P.s "따옴표" 속 문장들은 모두 영화에서 해당 주인공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글로 읽는 것보다 직접 들어보는 게 느낌이 팍!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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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적 순간을 느끼고 싶으십니까? 이 영화가 있습니다
    • 입력 2019-11-30 14:00:38
    취재K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흥행 바람이 극장가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계 입장에선 그야말로 차디찬 겨울 바람이죠? 하지만 잠깐 눈을 돌려 극장 예매사이트의 영화 목록을 넘겨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영화 생태계 다양성 측면에서 이번 주를 주목해보면, 유명 인물들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례적으로 많이 개봉했습니다. 한국영화로만 한정해도 무려 3편이네요. 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자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영화 포스터 위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인 2009년 6월 11일, 6·15 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에 한 말이죠. 80대 중반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8월 18일 서거했습니다.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위 연설의 다음 부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행동하기 힘든 이유가 나옵니다.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행동하는 양심'은 숫자로도 정리됩니다. 5번의 죽을 고비, 55차례의 가택연금, 6년의 감옥생활, 777일의 망명생활입니다. 이 다큐 영화에서는 70년대 흑백 화면부터 제15대 대통령 취임인 1998년의 컬러 영상까지 방대한 저장소가 펼쳐집니다. 80년대 대통령 선거의 역동적인 분위기도 접할 수 있습니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노벨 평화상 수상, 2002년 월드컵의 자료 영상은 지금 봐도 뭉클한 장면들입니다. 다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라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28일 개봉

<녹차의 중력>


이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 씨가 화면상으로 임 감독을 담아내지요. 30여 년간 임 감독을 탐구해 온 평론가가 감독의 작품 세계를 영상으로 평론하려는 걸까요?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에서 다짜고짜 이렇게 말을 던집니다. "감독님, 연출의 비밀을 훔치러 왔습니다."

50여 년 동안 102편의 영화를 찍은 팔순의 노감독은 "다 가져가시오, 나는 문을 활짝 열어 놓았소"라고 답합니다. 사실 이런 관록과 여유가 묻어나오는 취재원을 만나면 저는 당황스럽습니다. 문은 열려있다는데 어디서 무엇부터 찾아봐야 할는지....

과연 정성일 평론가는 열려있는 문에서 어느 정도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인간 임권택은 또 어떤 사람일까요? 28일 개봉

<헤로니모>


인물 소개를 먼저 해야겠습니다. 주인공은 '헤로니모 임'(한국명 임은조, 1926년-2006년)입니다. 쿠바에 정착한 한인 2세로 체 게베라와 함께 쿠바 혁명에 투신해 산업부 차관을 지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보다는 '한국인들이 왜 쿠바로 갔는가'에 주목합니다. 헤로니모 임은 100여 년 전 최초로 멕시코에 정착한 독립운동가 임천택의 장남입니다. 그때 한인들의 고난은 90년대 영화 '애니깽'의 소재가 됐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이 영화는 재미교포 변호사인 전후석 씨가 만들었습니다. 감독이 호기심으로 떠난 쿠바의 한 택시에서 한인 4세 '패트리샤 임'과 만난 뒤 3년 반 동안 현지에서 자료를 모으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21일 개봉

이 세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하나하나 옛 영상 자료를 찾거나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찍은 겁니다. 있던 그대로의 영상은 유명 배우가 재연하고, 공들여 세팅한 화면보다 때로는 더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교황, 유명 가수 다큐멘터리도>

외국 다큐멘터리 영화로까지 눈을 돌려보면 두 편이 더 눈에 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록 영상을 기반으로 한 '맨 오브 히스 워드'와 미국에서 소울의 여왕으로 불렸던 아레사 프랭클린의 녹음 실황을 담은 '어메이지 그레이스'입니다.

'맨 오브 히스 워드'에선 교황이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빈곤 퇴치와 환경, 평화 등을 설파한 내용을 육성으로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21일 개봉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아레사 프랭클린이 같은 이름의 곡을 녹음한 실황을 기록했습니다. 28일 개봉

편집이라는 행위가 화면 프레임 안의 취사 선택임을 참작해도, 해당 인물이나 역사에 관심이 깊은 분들은 가슴 속에 묵직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P.s "따옴표" 속 문장들은 모두 영화에서 해당 주인공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글로 읽는 것보다 직접 들어보는 게 느낌이 팍!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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