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드] 중소기업, ‘갑질과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은?

입력 2019.12.02 (18:17) 수정 2019.12.02 (18: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갑질 피라미드의 구조,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우리나라 산업 성장을 위해서 바뀌어야 할 것 중 하나가 하도급 갑질 문화인데요.

이경만 한국공정거래평가원장과 이 문제 자세히 짚어봅니다.

우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대표적으로 어떤 유형들이 있나요?

[답변]

올 초에 현대중공업이 협력사가 어렵게 개발한 기술의 도면을 요구하여 그것을 다른 협력사에 제공하고, 저가로 납품토록 하면서 이 제품을 만든 협력사에는 단가인하를 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라고 행위였습니다.

협력사가 R&D 하느라 투입한 비용을 보충하려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대기업은 거래 다원화 이유로 그 기술을 다른 협력사에 제공해서 납품토록 하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정말 눈물 나는 갑질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속거래입니다. 전속거래가 되면 처음에는 단가 등 거래조건이 좋습니다. 그러나 6개월이 못 가서 단가인하 등 온갖 갑질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속거래를 주전자 속의 개구리 비유를 합니다.

또,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사례가 훈련된 인력을 빼가는 것입니다. 물론 대기업으로 가겠다는 이직자를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나 조직적으로 인력을 빼 갑니다. 어떤 중소기업은 연구인력을 몽땅 빼앗긴 경우도 있습니다. 담당 임원이 어떤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난 뒤에 자기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을 한 명씩 데려간 사례도 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앵커]

이런 고질적 관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까?

[답변]

이번 정부에서 공정을 강조하다 보니까 상당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고사건은 폭증하고 사건처리는 늦어지고 해서 신고인들의 불만히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출범 후에 사건접수가 대폭 늘었는데, 17년에 하도급사건 1,527건에서 18년에는 1,804로 대폭 늘었습니다. 그만큼 불공정하도급거래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보겠습니다.

불공정거래를 개선하려면 대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즉 어떤 기업은 연말에 성과급을 주는데, 이 성과급의 실체를 잘 분석해서 지급해야 합니다. 어느 기업은 수익의 80%가 원가절감으로 충당하고, 원가절감은 단가인하로 80%를 채우면 결국 수익은 납품업체에 대한 단가인하로 대부분 채워집니다. 이것은 대단히 불공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임직원의 성과의 내용을 잘 분석해서 협력사의 희생을 통한 수익제고와 성과급을 가져가는 체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술중심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답인데, 앞서 언급했던 기술탈취 같은 불공정거래를 하는 기업은 사회에서 완전히 아웃시켜야 할 것입니다. 현재 10배의 손해배상을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빨리 제도화시켜야 합니다.

한편 불공정거래를 당하여 신고해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수백억 원 부과하더라도 국고로 귀속되지 신고한 중소기업에게 손해를 보전하는 절차가 없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을 개선해서 과징금 받은 것의 일부분을 신고한 중소기업에게 배분하여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완화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말 을의 입장에서, 거래가 끊기면 생존이 위협받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을 상대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답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즉 자동차, 조선, 건설, 전자 등 대부분 산업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하도급 구조입니다. 이런 거래구조에서 협력사가 공정한 거래 요구를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괘씸죄에 걸리면 거래가 끊기거나 물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하더라도 거래가 끝났을 때 주로 합니다.

어떤 유명한 중소기업은 국내 굴지의 업체에 공정한 거래를 요구했다가 물량이 끊겨서 사지로 몰렸다가 해외 시장개척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 중견기업은 국내외 굴지의 회사와 거래를 하지만 아직도 그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대기업의 이런 갑질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답변]

갑질을 하면서 문서나 근거를 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따라서 갑질이나 불공정거래를 당하고 있다면 근거를 남기는 게 최선책입니다. 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다음이고, 자신이 스스로 보호장치를 해 두어야 합니다. 즉 거래가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면 이메일, 카톡, 문자로 근거를 남겨두고, 육하원칙에 의하여 구체적 상황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안되면 녹취라도 해 두어야 합니다. 본인의 통화는 적법하게 녹취가 됩니다. 이러한 것은 중소기업 사장이 혼자서 다 할 수 없기에 영업담당 임직원에게 교육을 해서 이러한 근거를 남기는 것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관련 임직원이 퇴사하면 컴퓨터나 이메일 등의 자료를 폐기하지 말고 반드시 챙겨놔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근거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소송을 가서 패소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정위 판단을 먼저 받고 소송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정위에서 갑을 조사해서 부당성을 먼저 판단해주면 소송에서 유리하기 때문이고,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한국 경제가 재벌, 대기업, 하청, 또 하청의 재하청. 이런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더이상 경쟁력이 없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답변]

그렇죠. 대기업의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 일사불란한 공급망 체계, 국민들의 빠른 손재주와 근면성, 협력사의 희생과 스피드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이 현재는 중국으로 다 넘어가고 있고, 다음에는 베트남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즉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 선단식 경제는 점점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창원, 울산, 김해, 구미 등 대기업의 하청기업이 많았던 곳은 지금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에 그에 의존해 왔던 협력사들은 일감이 절반 이하로 줄고 있어 큰일입니다.

[앵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종속적 위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죠?

[답변]

이제 이런 대기업 의존형 경제는 희망이 없고, 오히려 거래처를 국내외로 다양하게 확보하는 중소기업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단순 가공이나 조립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업이 생존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내의 중소기업은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앞으로 5년 이내에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제 인사이드] 중소기업, ‘갑질과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은?
    • 입력 2019-12-02 18:20:23
    • 수정2019-12-02 18:25:25
    통합뉴스룸ET
[앵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갑질 피라미드의 구조,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우리나라 산업 성장을 위해서 바뀌어야 할 것 중 하나가 하도급 갑질 문화인데요.

이경만 한국공정거래평가원장과 이 문제 자세히 짚어봅니다.

우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대표적으로 어떤 유형들이 있나요?

[답변]

올 초에 현대중공업이 협력사가 어렵게 개발한 기술의 도면을 요구하여 그것을 다른 협력사에 제공하고, 저가로 납품토록 하면서 이 제품을 만든 협력사에는 단가인하를 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라고 행위였습니다.

협력사가 R&D 하느라 투입한 비용을 보충하려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대기업은 거래 다원화 이유로 그 기술을 다른 협력사에 제공해서 납품토록 하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정말 눈물 나는 갑질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속거래입니다. 전속거래가 되면 처음에는 단가 등 거래조건이 좋습니다. 그러나 6개월이 못 가서 단가인하 등 온갖 갑질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속거래를 주전자 속의 개구리 비유를 합니다.

또,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사례가 훈련된 인력을 빼가는 것입니다. 물론 대기업으로 가겠다는 이직자를 막을 수는 없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나 조직적으로 인력을 빼 갑니다. 어떤 중소기업은 연구인력을 몽땅 빼앗긴 경우도 있습니다. 담당 임원이 어떤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난 뒤에 자기가 데리고 있던 직원들을 한 명씩 데려간 사례도 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앵커]

이런 고질적 관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까?

[답변]

이번 정부에서 공정을 강조하다 보니까 상당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고사건은 폭증하고 사건처리는 늦어지고 해서 신고인들의 불만히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출범 후에 사건접수가 대폭 늘었는데, 17년에 하도급사건 1,527건에서 18년에는 1,804로 대폭 늘었습니다. 그만큼 불공정하도급거래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보겠습니다.

불공정거래를 개선하려면 대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즉 어떤 기업은 연말에 성과급을 주는데, 이 성과급의 실체를 잘 분석해서 지급해야 합니다. 어느 기업은 수익의 80%가 원가절감으로 충당하고, 원가절감은 단가인하로 80%를 채우면 결국 수익은 납품업체에 대한 단가인하로 대부분 채워집니다. 이것은 대단히 불공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임직원의 성과의 내용을 잘 분석해서 협력사의 희생을 통한 수익제고와 성과급을 가져가는 체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술중심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답인데, 앞서 언급했던 기술탈취 같은 불공정거래를 하는 기업은 사회에서 완전히 아웃시켜야 할 것입니다. 현재 10배의 손해배상을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빨리 제도화시켜야 합니다.

한편 불공정거래를 당하여 신고해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수백억 원 부과하더라도 국고로 귀속되지 신고한 중소기업에게 손해를 보전하는 절차가 없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을 개선해서 과징금 받은 것의 일부분을 신고한 중소기업에게 배분하여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완화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말 을의 입장에서, 거래가 끊기면 생존이 위협받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을 상대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답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즉 자동차, 조선, 건설, 전자 등 대부분 산업은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하도급 구조입니다. 이런 거래구조에서 협력사가 공정한 거래 요구를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괘씸죄에 걸리면 거래가 끊기거나 물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하더라도 거래가 끝났을 때 주로 합니다.

어떤 유명한 중소기업은 국내 굴지의 업체에 공정한 거래를 요구했다가 물량이 끊겨서 사지로 몰렸다가 해외 시장개척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 중견기업은 국내외 굴지의 회사와 거래를 하지만 아직도 그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대기업의 이런 갑질에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답변]

갑질을 하면서 문서나 근거를 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따라서 갑질이나 불공정거래를 당하고 있다면 근거를 남기는 게 최선책입니다. 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다음이고, 자신이 스스로 보호장치를 해 두어야 합니다. 즉 거래가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면 이메일, 카톡, 문자로 근거를 남겨두고, 육하원칙에 의하여 구체적 상황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안되면 녹취라도 해 두어야 합니다. 본인의 통화는 적법하게 녹취가 됩니다. 이러한 것은 중소기업 사장이 혼자서 다 할 수 없기에 영업담당 임직원에게 교육을 해서 이러한 근거를 남기는 것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관련 임직원이 퇴사하면 컴퓨터나 이메일 등의 자료를 폐기하지 말고 반드시 챙겨놔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근거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소송을 가서 패소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정위 판단을 먼저 받고 소송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정위에서 갑을 조사해서 부당성을 먼저 판단해주면 소송에서 유리하기 때문이고,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한국 경제가 재벌, 대기업, 하청, 또 하청의 재하청. 이런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더이상 경쟁력이 없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답변]

그렇죠. 대기업의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 일사불란한 공급망 체계, 국민들의 빠른 손재주와 근면성, 협력사의 희생과 스피드는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점이 현재는 중국으로 다 넘어가고 있고, 다음에는 베트남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즉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 선단식 경제는 점점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창원, 울산, 김해, 구미 등 대기업의 하청기업이 많았던 곳은 지금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에 그에 의존해 왔던 협력사들은 일감이 절반 이하로 줄고 있어 큰일입니다.

[앵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종속적 위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죠?

[답변]

이제 이런 대기업 의존형 경제는 희망이 없고, 오히려 거래처를 국내외로 다양하게 확보하는 중소기업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단순 가공이나 조립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업이 생존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내의 중소기업은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앞으로 5년 이내에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