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에는 늘 테이프가 붙어 있었어요. 남편이 외출할 때, 자기만 아는 모양으로 붙여두는 거예요. 바깥에서 문을 잠그고도 불안했나 봐요. 돌아오면 저랑 딸을 마구 때려요. 테이프 모양이 바뀌어 있다고, 우리가 분명히 몰래 나갔다는 거예요."
'생후 2개월 딸을 죽게 내버려 둔 엄마' A 씨가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9년간 비정한 엄마로 살아왔습니다.
"아기가 죽은 날도 그랬어요. 죽은 아기를 안고 멍하니 있는데, 그 사람이 나갔어요. 나갔다 돌아오는 사이에, 이 죽은 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으래요. 그리고는 또 문을 잠그고, 문틈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나갔어요."
이후 죽은 아기는 나무 상자에 담겨 밀봉된 채로 집 한구석에 방치됐습니다. 무려 7년 동안입니다.
'생후 2개월 딸 죽게 한 비정한 부부'
어제(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들 부부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이 열렸습니다. 지난번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구인영장이 발부된 남편 42살 B 씨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선고기일은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아내는 선고가 끝나고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나오지 않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있는 곳이라도 찾고 싶다고, 제발 그것만이라도 알려 달라고요.
이후 아내는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다, 전 남편과 살던 동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맞은 날보다 안 맞은 날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자신과 딸을 때리던 두려운 남편이지만, 오늘은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찾은 지하방에는 남편이 없었습니다. 테이프가 붙어있던 쪽문만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는 "그 사람은 지난달 22일엔가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며 "필요한 짐들은 다 들고 가고 쓰레기만 남겨둬서 며칠 동안 치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화를 냈습니다.
남편의 '손 닿는 거리'를 벗어나면 주먹이 날아왔다
남편과 만난 2007년부터 아내는 텔레비전을 본 기억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본인이 매일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아내는 말합니다.
이 때문에 아내는 항상 남편의 '손 닿는 거리'에 있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테이프 붙은' 집 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부부는 전단지를 붙이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이때도 늘 붙어 다녀야 했습니다.
남편이 전단지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운 어느 날. 큰딸이 도망치자며 엄마의 손목을 끌었습니다. 함께 뛰었습니다. 남편의 전화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도로에다 버렸습니다.
남편이 쉼터를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빌었고, 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갈 곳이 없던 아내는 남편을 한 번 더 믿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10년,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본인의 폭행을 피해 집에서 나간 사이에 아내가 외도로 임신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아내는 뱃속 아이가 크는 동안 아내는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10월, 아기는 2.6k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났습니다.
"멍 자국이 드러날까 봐" 방치된 아이
한번 크게 운 적도 없던 순한 아이가 남편 근처에서 늘 울음을 터뜨리자, 남편은 역시 자기 아이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아이를 때렸습니다. 아내는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이라도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내 아이도 아닌데 왜 출생신고를 하느냐며 아내를 때렸습니다.
2010년 12월 초순, 아기 몸에 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열은 2~3일간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이러다 아이가 죽겠다고, 제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편은 "병원에 데려갈 경우 몸에 멍이 있어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뜬 채로 엄마 옆에 숨져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딸 찾아서 예쁘게 보내고 싶어요."
남편은 아이를 한강 물에 버리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이 추운 날 어떻게 아이를 버리냐고 울며 말렸지만, 또다시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아내는 "한겨울에 한강에 나가면 사람들 의심을 받으니, 내년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척하면서 묻자"고 설득한 뒤, 밖에서 나무 상자를 구해 왔습니다.
나무 상자가 아기의 관이었습니다. 봉지로 감싸고, 실리콘을 발랐습니다. 이 관은 7년간 집안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2016년, 아내는 두 번째로 남편에게서 도망칩니다. 아내와 딸을 때리던 남편이 지쳐 곯아떨어진 때였습니다. 이번엔 엄마가 먼저 큰딸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이러다 우리 죽는다며 말리던 큰딸도 결국 여기 있다간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함께 뛰었습니다.
그렇게 도망치고 1년 뒤, 아내는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아줌마, 영화를 너무 보신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집에 갇힌 거라면 왜 창문을 열고 바깥에다 대고 소리치지 않았느냐"고도 물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휴대전화를 부숴 사진 한 장 찍어둔 게 없기 때문에, 제 말을 입증하기 위해 최면수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가까스로 경찰과 함께 찾아간 그 집에 아기 시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제 아내는 빨리 법원의 판단을 받고 죽은 아이에게 최소한의 죗값이라도 치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두 부부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고 있었던 엄마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여기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빨리 남편을 찾아 아이가 어디 있는지라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두 부부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 31일입니다.
'생후 2개월 딸을 죽게 내버려 둔 엄마' A 씨가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9년간 비정한 엄마로 살아왔습니다.
"아기가 죽은 날도 그랬어요. 죽은 아기를 안고 멍하니 있는데, 그 사람이 나갔어요. 나갔다 돌아오는 사이에, 이 죽은 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으래요. 그리고는 또 문을 잠그고, 문틈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나갔어요."
이후 죽은 아기는 나무 상자에 담겨 밀봉된 채로 집 한구석에 방치됐습니다. 무려 7년 동안입니다.
'생후 2개월 딸 죽게 한 비정한 부부'
어제(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들 부부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이 열렸습니다. 지난번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구인영장이 발부된 남편 42살 B 씨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선고기일은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아내는 선고가 끝나고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나오지 않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있는 곳이라도 찾고 싶다고, 제발 그것만이라도 알려 달라고요.
이후 아내는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다, 전 남편과 살던 동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맞은 날보다 안 맞은 날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자신과 딸을 때리던 두려운 남편이지만, 오늘은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찾은 지하방에는 남편이 없었습니다. 테이프가 붙어있던 쪽문만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는 "그 사람은 지난달 22일엔가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며 "필요한 짐들은 다 들고 가고 쓰레기만 남겨둬서 며칠 동안 치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화를 냈습니다.
남편의 '손 닿는 거리'를 벗어나면 주먹이 날아왔다
남편과 만난 2007년부터 아내는 텔레비전을 본 기억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본인이 매일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아내는 말합니다.
이 때문에 아내는 항상 남편의 '손 닿는 거리'에 있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테이프 붙은' 집 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부부는 전단지를 붙이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이때도 늘 붙어 다녀야 했습니다.
남편이 전단지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운 어느 날. 큰딸이 도망치자며 엄마의 손목을 끌었습니다. 함께 뛰었습니다. 남편의 전화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도로에다 버렸습니다.
남편이 쉼터를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빌었고, 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갈 곳이 없던 아내는 남편을 한 번 더 믿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10년,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본인의 폭행을 피해 집에서 나간 사이에 아내가 외도로 임신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아내는 뱃속 아이가 크는 동안 아내는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10월, 아기는 2.6k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났습니다.
"멍 자국이 드러날까 봐" 방치된 아이
한번 크게 운 적도 없던 순한 아이가 남편 근처에서 늘 울음을 터뜨리자, 남편은 역시 자기 아이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아이를 때렸습니다. 아내는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이라도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내 아이도 아닌데 왜 출생신고를 하느냐며 아내를 때렸습니다.
2010년 12월 초순, 아기 몸에 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열은 2~3일간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이러다 아이가 죽겠다고, 제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편은 "병원에 데려갈 경우 몸에 멍이 있어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뜬 채로 엄마 옆에 숨져 있었습니다.
아내 A 씨는 법원의 구인영장 발부에도 나타나지 않는 남편 B 씨를 찾아 나섰다.
"지금이라도 딸 찾아서 예쁘게 보내고 싶어요."
남편은 아이를 한강 물에 버리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이 추운 날 어떻게 아이를 버리냐고 울며 말렸지만, 또다시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아내는 "한겨울에 한강에 나가면 사람들 의심을 받으니, 내년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척하면서 묻자"고 설득한 뒤, 밖에서 나무 상자를 구해 왔습니다.
나무 상자가 아기의 관이었습니다. 봉지로 감싸고, 실리콘을 발랐습니다. 이 관은 7년간 집안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2016년, 아내는 두 번째로 남편에게서 도망칩니다. 아내와 딸을 때리던 남편이 지쳐 곯아떨어진 때였습니다. 이번엔 엄마가 먼저 큰딸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이러다 우리 죽는다며 말리던 큰딸도 결국 여기 있다간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함께 뛰었습니다.
그렇게 도망치고 1년 뒤, 아내는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아줌마, 영화를 너무 보신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집에 갇힌 거라면 왜 창문을 열고 바깥에다 대고 소리치지 않았느냐"고도 물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휴대전화를 부숴 사진 한 장 찍어둔 게 없기 때문에, 제 말을 입증하기 위해 최면수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가까스로 경찰과 함께 찾아간 그 집에 아기 시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제 아내는 빨리 법원의 판단을 받고 죽은 아이에게 최소한의 죗값이라도 치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두 부부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고 있었던 엄마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여기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빨리 남편을 찾아 아이가 어디 있는지라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두 부부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 31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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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아기 버린 엄마였고, 매 맞는 아내였다
-
- 입력 2019-12-07 07:03:15
"방문에는 늘 테이프가 붙어 있었어요. 남편이 외출할 때, 자기만 아는 모양으로 붙여두는 거예요. 바깥에서 문을 잠그고도 불안했나 봐요. 돌아오면 저랑 딸을 마구 때려요. 테이프 모양이 바뀌어 있다고, 우리가 분명히 몰래 나갔다는 거예요."
'생후 2개월 딸을 죽게 내버려 둔 엄마' A 씨가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9년간 비정한 엄마로 살아왔습니다.
"아기가 죽은 날도 그랬어요. 죽은 아기를 안고 멍하니 있는데, 그 사람이 나갔어요. 나갔다 돌아오는 사이에, 이 죽은 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으래요. 그리고는 또 문을 잠그고, 문틈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나갔어요."
이후 죽은 아기는 나무 상자에 담겨 밀봉된 채로 집 한구석에 방치됐습니다. 무려 7년 동안입니다.
'생후 2개월 딸 죽게 한 비정한 부부'
어제(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들 부부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이 열렸습니다. 지난번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구인영장이 발부된 남편 42살 B 씨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선고기일은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아내는 선고가 끝나고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나오지 않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있는 곳이라도 찾고 싶다고, 제발 그것만이라도 알려 달라고요.
이후 아내는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다, 전 남편과 살던 동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맞은 날보다 안 맞은 날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자신과 딸을 때리던 두려운 남편이지만, 오늘은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찾은 지하방에는 남편이 없었습니다. 테이프가 붙어있던 쪽문만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는 "그 사람은 지난달 22일엔가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며 "필요한 짐들은 다 들고 가고 쓰레기만 남겨둬서 며칠 동안 치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화를 냈습니다.
남편의 '손 닿는 거리'를 벗어나면 주먹이 날아왔다
남편과 만난 2007년부터 아내는 텔레비전을 본 기억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본인이 매일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아내는 말합니다.
이 때문에 아내는 항상 남편의 '손 닿는 거리'에 있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테이프 붙은' 집 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부부는 전단지를 붙이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이때도 늘 붙어 다녀야 했습니다.
남편이 전단지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운 어느 날. 큰딸이 도망치자며 엄마의 손목을 끌었습니다. 함께 뛰었습니다. 남편의 전화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도로에다 버렸습니다.
남편이 쉼터를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빌었고, 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갈 곳이 없던 아내는 남편을 한 번 더 믿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10년,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본인의 폭행을 피해 집에서 나간 사이에 아내가 외도로 임신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아내는 뱃속 아이가 크는 동안 아내는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10월, 아기는 2.6k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났습니다.
"멍 자국이 드러날까 봐" 방치된 아이
한번 크게 운 적도 없던 순한 아이가 남편 근처에서 늘 울음을 터뜨리자, 남편은 역시 자기 아이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아이를 때렸습니다. 아내는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이라도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내 아이도 아닌데 왜 출생신고를 하느냐며 아내를 때렸습니다.
2010년 12월 초순, 아기 몸에 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열은 2~3일간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이러다 아이가 죽겠다고, 제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편은 "병원에 데려갈 경우 몸에 멍이 있어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뜬 채로 엄마 옆에 숨져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딸 찾아서 예쁘게 보내고 싶어요."
남편은 아이를 한강 물에 버리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이 추운 날 어떻게 아이를 버리냐고 울며 말렸지만, 또다시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아내는 "한겨울에 한강에 나가면 사람들 의심을 받으니, 내년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척하면서 묻자"고 설득한 뒤, 밖에서 나무 상자를 구해 왔습니다.
나무 상자가 아기의 관이었습니다. 봉지로 감싸고, 실리콘을 발랐습니다. 이 관은 7년간 집안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2016년, 아내는 두 번째로 남편에게서 도망칩니다. 아내와 딸을 때리던 남편이 지쳐 곯아떨어진 때였습니다. 이번엔 엄마가 먼저 큰딸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이러다 우리 죽는다며 말리던 큰딸도 결국 여기 있다간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함께 뛰었습니다.
그렇게 도망치고 1년 뒤, 아내는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아줌마, 영화를 너무 보신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집에 갇힌 거라면 왜 창문을 열고 바깥에다 대고 소리치지 않았느냐"고도 물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휴대전화를 부숴 사진 한 장 찍어둔 게 없기 때문에, 제 말을 입증하기 위해 최면수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가까스로 경찰과 함께 찾아간 그 집에 아기 시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제 아내는 빨리 법원의 판단을 받고 죽은 아이에게 최소한의 죗값이라도 치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두 부부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고 있었던 엄마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여기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빨리 남편을 찾아 아이가 어디 있는지라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두 부부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 31일입니다.
'생후 2개월 딸을 죽게 내버려 둔 엄마' A 씨가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9년간 비정한 엄마로 살아왔습니다.
"아기가 죽은 날도 그랬어요. 죽은 아기를 안고 멍하니 있는데, 그 사람이 나갔어요. 나갔다 돌아오는 사이에, 이 죽은 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으래요. 그리고는 또 문을 잠그고, 문틈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나갔어요."
이후 죽은 아기는 나무 상자에 담겨 밀봉된 채로 집 한구석에 방치됐습니다. 무려 7년 동안입니다.
'생후 2개월 딸 죽게 한 비정한 부부'
어제(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들 부부의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이 열렸습니다. 지난번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구인영장이 발부된 남편 42살 B 씨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선고기일은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아내는 선고가 끝나고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나오지 않은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있는 곳이라도 찾고 싶다고, 제발 그것만이라도 알려 달라고요.
이후 아내는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다, 전 남편과 살던 동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맞은 날보다 안 맞은 날 세는 게 빠를' 정도로 자신과 딸을 때리던 두려운 남편이지만, 오늘은 꼭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찾은 지하방에는 남편이 없었습니다. 테이프가 붙어있던 쪽문만 남아 있었습니다. 주인집 할아버지는 "그 사람은 지난달 22일엔가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며 "필요한 짐들은 다 들고 가고 쓰레기만 남겨둬서 며칠 동안 치우는 데 애를 먹었다"고 화를 냈습니다.
남편의 '손 닿는 거리'를 벗어나면 주먹이 날아왔다
남편과 만난 2007년부터 아내는 텔레비전을 본 기억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한 기억도 거의 없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본인이 매일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아내는 말합니다.
이 때문에 아내는 항상 남편의 '손 닿는 거리'에 있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테이프 붙은' 집 안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부부는 전단지를 붙이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이때도 늘 붙어 다녀야 했습니다.
남편이 전단지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운 어느 날. 큰딸이 도망치자며 엄마의 손목을 끌었습니다. 함께 뛰었습니다. 남편의 전화로 울려대는 휴대폰을 도로에다 버렸습니다.
남편이 쉼터를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릎을 꿇고 빌었고, 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갈 곳이 없던 아내는 남편을 한 번 더 믿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2010년,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본인의 폭행을 피해 집에서 나간 사이에 아내가 외도로 임신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아내는 뱃속 아이가 크는 동안 아내는 한 번도 산부인과를 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10월, 아기는 2.6k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났습니다.
"멍 자국이 드러날까 봐" 방치된 아이
한번 크게 운 적도 없던 순한 아이가 남편 근처에서 늘 울음을 터뜨리자, 남편은 역시 자기 아이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아이를 때렸습니다. 아내는 보건소에서 무료 예방접종이라도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남편은 내 아이도 아닌데 왜 출생신고를 하느냐며 아내를 때렸습니다.
2010년 12월 초순, 아기 몸에 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열은 2~3일간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이러다 아이가 죽겠다고, 제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편은 "병원에 데려갈 경우 몸에 멍이 있어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뜬 채로 엄마 옆에 숨져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딸 찾아서 예쁘게 보내고 싶어요."
남편은 아이를 한강 물에 버리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이 추운 날 어떻게 아이를 버리냐고 울며 말렸지만, 또다시 주먹이 날아왔습니다. 아내는 "한겨울에 한강에 나가면 사람들 의심을 받으니, 내년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척하면서 묻자"고 설득한 뒤, 밖에서 나무 상자를 구해 왔습니다.
나무 상자가 아기의 관이었습니다. 봉지로 감싸고, 실리콘을 발랐습니다. 이 관은 7년간 집안에 방치돼 있었습니다.
2016년, 아내는 두 번째로 남편에게서 도망칩니다. 아내와 딸을 때리던 남편이 지쳐 곯아떨어진 때였습니다. 이번엔 엄마가 먼저 큰딸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이러다 우리 죽는다며 말리던 큰딸도 결국 여기 있다간 정말 죽겠다는 생각에 함께 뛰었습니다.
그렇게 도망치고 1년 뒤, 아내는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아줌마, 영화를 너무 보신 거에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집에 갇힌 거라면 왜 창문을 열고 바깥에다 대고 소리치지 않았느냐"고도 물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휴대전화를 부숴 사진 한 장 찍어둔 게 없기 때문에, 제 말을 입증하기 위해 최면수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가까스로 경찰과 함께 찾아간 그 집에 아기 시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제 아내는 빨리 법원의 판단을 받고 죽은 아이에게 최소한의 죗값이라도 치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두 부부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고 있었던 엄마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여기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빨리 남편을 찾아 아이가 어디 있는지라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두 부부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 31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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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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