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정부, 경제 인식 바로 해야

입력 2019.12.16 (07:43) 수정 2019.12.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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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해설위원

회색빛의 코뿔소, 길이 3미터, 몸무게 2톤 이상도 나간다니, 달려오면 멀리서도 훤히 보이겠죠? 그런데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는 큰 일 납니다. 속도가 시속 50킬로미터라니까요. 이처럼 닥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간과해, 자초하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 부릅니다. 6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 정책연구소 대표가 발표한 개념인데, 최근 정부의 경제 인식을 두고 바로 이 '회색 코뿔소'를 언급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정부의 올 마지막 경기 분석서인 '12월 최근 경제 동향'을 보면, 지난 달에 이어 '경기 부진'이라는 판정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소비 등의 완만한 증가세를 내세우고, 11월 고용수치를 근거로 고용 회복세라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같은 경제 인식에 대해 즉각 반박이 나옵니다. 우선, 국책 연구원마저 9개월 연속 '경기 부진'평가를 불과 며칠 전 내렸다는 점입니다. 민간 소비 증가율도, 3-4 퍼센트는 돼야 올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할텐데 턱없이 낮다는 겁니다. 고용의 실체를 보면 경제 주력인 30∼40대 취업자는 26개월째, 안정적 일자리인 제조, 금융 부문 취업자는 각각 20개월, 11개월 째 줄고 있는 반면, 주 17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는 25 퍼센트 이상 늘었습니다. 이런데도 고용 회복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수출은 1년 연속 감소중인데다 더욱 문제는 성장과 고용의 주력엔진인 민간, 즉, 기업의 움직임입니다. 약 65 퍼센트가 이미 '장기형 불황'이라며 새해에는 절반 가까이 긴축 경영을 준비중입니다.

'회색 코뿔소' 즉, 임박한 위험이 뻔히 보이는 데도 간과하는 이유는 경고 시스템이 고장났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일부러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부커 대표는 설명합니다. 특히 경고 시스템 고장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잘못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시장은 계속 구체적인 수치로 경보음을 울리는데 7개월 연속 인정했던 '경기 부진' 판정은 거두고 얼핏 좋아 뵈는 수치를 강조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겁니다. 달려오는 '회색코뿔소'에 대해, 즉, 우리가 당면한 경제 위험에 대해, 인식부터 바로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자칫, 대처 방법마저 모른채 '회색 코뿔소'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 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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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정부, 경제 인식 바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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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12-16 07: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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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해설위원

회색빛의 코뿔소, 길이 3미터, 몸무게 2톤 이상도 나간다니, 달려오면 멀리서도 훤히 보이겠죠? 그런데 멍하니 보고만 있다가는 큰 일 납니다. 속도가 시속 50킬로미터라니까요. 이처럼 닥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간과해, 자초하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 부릅니다. 6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미셸 부커 세계 정책연구소 대표가 발표한 개념인데, 최근 정부의 경제 인식을 두고 바로 이 '회색 코뿔소'를 언급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정부의 올 마지막 경기 분석서인 '12월 최근 경제 동향'을 보면, 지난 달에 이어 '경기 부진'이라는 판정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소비 등의 완만한 증가세를 내세우고, 11월 고용수치를 근거로 고용 회복세라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같은 경제 인식에 대해 즉각 반박이 나옵니다. 우선, 국책 연구원마저 9개월 연속 '경기 부진'평가를 불과 며칠 전 내렸다는 점입니다. 민간 소비 증가율도, 3-4 퍼센트는 돼야 올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할텐데 턱없이 낮다는 겁니다. 고용의 실체를 보면 경제 주력인 30∼40대 취업자는 26개월째, 안정적 일자리인 제조, 금융 부문 취업자는 각각 20개월, 11개월 째 줄고 있는 반면, 주 17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는 25 퍼센트 이상 늘었습니다. 이런데도 고용 회복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수출은 1년 연속 감소중인데다 더욱 문제는 성장과 고용의 주력엔진인 민간, 즉, 기업의 움직임입니다. 약 65 퍼센트가 이미 '장기형 불황'이라며 새해에는 절반 가까이 긴축 경영을 준비중입니다.

'회색 코뿔소' 즉, 임박한 위험이 뻔히 보이는 데도 간과하는 이유는 경고 시스템이 고장났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일부러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부커 대표는 설명합니다. 특히 경고 시스템 고장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잘못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시장은 계속 구체적인 수치로 경보음을 울리는데 7개월 연속 인정했던 '경기 부진' 판정은 거두고 얼핏 좋아 뵈는 수치를 강조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겁니다. 달려오는 '회색코뿔소'에 대해, 즉, 우리가 당면한 경제 위험에 대해, 인식부터 바로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자칫, 대처 방법마저 모른채 '회색 코뿔소'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 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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