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조종석 창문 열고 뻐끔…“조종사 기내 흡연 심각”
입력 2019.12.16 (16:07)
수정 2019.12.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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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의 심각한 기내 흡연 상황을 제보합니다.'
지난달 말, 제보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일부 비행기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국내 A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6년 경력 조종사 김 모 씨였습니다.
"이륙 전 활주로로 가면서도 창문 열고 피워요"
"횟수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어요. 심하신 분들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는 와중에 피우기도 하고요. 보통 항공기가 순항 고도에 올라간 이후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종실에 한 사람이 남게 될 때는 객실 승무원이 들어와서 최소한 두 명이 상주하게 돼 있는데 그런 규정을 무시하고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혼자 남은 상태에서 묵인적으로 담배를 피우시는 거죠."
김 씨는 주로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경험을 들려줬는데, 이 가운데에는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륙을 위해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이동하면서도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는 거였습니다.
"이륙 전 승객 탑승구에서부터 항공기가 이륙하는 활주로까지 유도로를 '택시 웨이'라고 합니다. 보통 그 시간이 짧으면 5분 정도 걸리거든요. 못 참는 분들은 그 사이에도 담배를 피우십니다. 항공기가 유도로를 따라가는 '택싱' 중에는 창문을 닫게 돼 있는데, 아무래도 연기가 조종실 안에 머무를 것을 우려하는 분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피우기도 합니다."
항공기 사고는 이·착륙 시 많이 일어납니다. 조종사들도 이·착륙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창문을 다시 닫았을 때 완전히 안 닫히진 않았을까 불안감도 있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연기 빼는 비상 장치까지 사용…"비행기 급하강 위험성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안한 장면은 항공기 운항 중에도 목격했다고 기장 김 씨는 말했습니다.
조종사는 많게는 비행 한 번에 300명이 넘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에, 조종실에는 불이 났을 때 몇 가지의 장치를 조작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장치를 담배를 피운 뒤 담배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거였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해당 장치가 가동돼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담배를 굳이 이렇게까지 피우셔야 할까' 생각했죠. 일단 스위치는 원위치해야 되니까 기장님께 '원위치하겠습니다' 했는데 순간 기장님도 놀라시죠."
안전문제는 없을까. 취재팀이 만난 전직 항공 정비사는 "이 장치를 잘못 조작하면, 객실 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의 한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해당 장치를 건드려 비행기가 급하강한 일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해 보니, A 항공사는 최근 '조종실 내 전자담배를 포함한 흡연을 금지한다는 수차례의 사내 공지에도 불구하고 조종실 내 흡연 의심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며 징계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A 항공사 측은, 일부 기장들의 '조종실 흡연'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의에 대해 사실상 부인하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A 항공사는 "흡연에 대한 정식 보고서가 제출된 사례는 없지만, 관련 이슈가 언론과 '블라인드',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 만큼 철저히 관리할 필요를 인식했다"며, "기존 조종실 내 흡연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근거가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관리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블라인드 앱의 '조종실 흡연' 사례
그런데 이런 조종실 흡연이 비단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취재팀과 통화한 다른 국내 B 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 정 모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처로 혹시 가게 되면 냄새가 (조종실 밖으로) 나오기도 해요. 예전에는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시는 기장님들은 정말 안에 들어가면 뽀얗거든요."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다른 항공 종사자들의 흡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C 항공사에 다닌다는 직원은 "내가 아는 사람만 몇 명"이라는 댓글을 올리는가 하면, D 항공사의 한 직원도 "회사에 보고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제발 공론화됐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
승객은 1,000만 원, 조종사는 '0'원?
항공보안법은 제23조에서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승객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승객에만 해당되고,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지난 6년간 기내 불법행위 가운데 흡연이 2천여 건 적발로 가장 많은 비율(약 80%)을 차지했는데, 이건 모두 승객들이라는 겁니다.
승무원 정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 후배들이 '손님은 (흡연이 적발되면) 여권 뺏고,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에 인계하고 이러는데 기장님들은 왜 저렇게 해주나' 말해요."
조종사 김 씨도 "일부가 피우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과연 승객을 흡연으로 적발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있을지 모순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기내에서 조종사 등 승무원의 흡연이 적발되면 이들의 자격을 정지하고,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항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법규가 마련된다고 해도 좁은 조종실 안에서 기장과 부기장 둘만 있을 때 발생하는 일이라 증거를 수집하기에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결국 조종사들 양심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런 항공기 조작 실수를 했을 때 결국 피해 보는 건 승객들이거든요. 승객 중에는 내 가족이 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과연 뒤에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태우고 흡연을 하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조종사들 스스로 더욱더 승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들의 기내 흡연에 대한 현직 조종사와 승무원의 증언, 그리고 항공사들의 입장을 오늘(16일) 밤 9시 KBS1TV '뉴스9'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달 말, 제보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일부 비행기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국내 A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6년 경력 조종사 김 모 씨였습니다.
"이륙 전 활주로로 가면서도 창문 열고 피워요"
"횟수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어요. 심하신 분들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는 와중에 피우기도 하고요. 보통 항공기가 순항 고도에 올라간 이후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종실에 한 사람이 남게 될 때는 객실 승무원이 들어와서 최소한 두 명이 상주하게 돼 있는데 그런 규정을 무시하고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혼자 남은 상태에서 묵인적으로 담배를 피우시는 거죠."
국내 모 항공사 기장 김 모 씨는 ‘기장들의 기내 흡연이 심각하다’며 제보를 해 왔습니다.
김 씨는 주로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경험을 들려줬는데, 이 가운데에는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륙을 위해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이동하면서도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는 거였습니다.
"이륙 전 승객 탑승구에서부터 항공기가 이륙하는 활주로까지 유도로를 '택시 웨이'라고 합니다. 보통 그 시간이 짧으면 5분 정도 걸리거든요. 못 참는 분들은 그 사이에도 담배를 피우십니다. 항공기가 유도로를 따라가는 '택싱' 중에는 창문을 닫게 돼 있는데, 아무래도 연기가 조종실 안에 머무를 것을 우려하는 분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피우기도 합니다."
항공기 사고는 이·착륙 시 많이 일어납니다. 조종사들도 이·착륙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창문을 다시 닫았을 때 완전히 안 닫히진 않았을까 불안감도 있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연기 빼는 비상 장치까지 사용…"비행기 급하강 위험성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안한 장면은 항공기 운항 중에도 목격했다고 기장 김 씨는 말했습니다.
조종사는 많게는 비행 한 번에 300명이 넘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에, 조종실에는 불이 났을 때 몇 가지의 장치를 조작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장치를 담배를 피운 뒤 담배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거였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해당 장치가 가동돼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담배를 굳이 이렇게까지 피우셔야 할까' 생각했죠. 일단 스위치는 원위치해야 되니까 기장님께 '원위치하겠습니다' 했는데 순간 기장님도 놀라시죠."
조종실에 불이 나는 등 연기가 발생했을 때, ‘리서큘레이션 팬’ 스위치를 끄고 ‘팩’ 스위치를 ‘하이(High)’ 모드로 가동하면 조종실의 연기를 빼내는 기능이 가동된다고 합니다.
안전문제는 없을까. 취재팀이 만난 전직 항공 정비사는 "이 장치를 잘못 조작하면, 객실 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의 한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해당 장치를 건드려 비행기가 급하강한 일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해 보니, A 항공사는 최근 '조종실 내 전자담배를 포함한 흡연을 금지한다는 수차례의 사내 공지에도 불구하고 조종실 내 흡연 의심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며 징계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A 항공사 측은, 일부 기장들의 '조종실 흡연'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의에 대해 사실상 부인하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A 항공사는 "흡연에 대한 정식 보고서가 제출된 사례는 없지만, 관련 이슈가 언론과 '블라인드',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 만큼 철저히 관리할 필요를 인식했다"며, "기존 조종실 내 흡연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근거가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관리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블라인드 앱의 '조종실 흡연' 사례
그런데 이런 조종실 흡연이 비단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취재팀과 통화한 다른 국내 B 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 정 모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처로 혹시 가게 되면 냄새가 (조종실 밖으로) 나오기도 해요. 예전에는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시는 기장님들은 정말 안에 들어가면 뽀얗거든요."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다른 항공 종사자들의 흡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C 항공사에 다닌다는 직원은 "내가 아는 사람만 몇 명"이라는 댓글을 올리는가 하면, D 항공사의 한 직원도 "회사에 보고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제발 공론화됐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
비행기 화장실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금연’ 안내 문구입니다.
승객은 1,000만 원, 조종사는 '0'원?
항공보안법은 제23조에서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승객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승객에만 해당되고,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지난 6년간 기내 불법행위 가운데 흡연이 2천여 건 적발로 가장 많은 비율(약 80%)을 차지했는데, 이건 모두 승객들이라는 겁니다.
승무원 정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 후배들이 '손님은 (흡연이 적발되면) 여권 뺏고,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에 인계하고 이러는데 기장님들은 왜 저렇게 해주나' 말해요."
조종사 김 씨도 "일부가 피우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과연 승객을 흡연으로 적발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있을지 모순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기내에서 조종사 등 승무원의 흡연이 적발되면 이들의 자격을 정지하고,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항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법규가 마련된다고 해도 좁은 조종실 안에서 기장과 부기장 둘만 있을 때 발생하는 일이라 증거를 수집하기에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결국 조종사들 양심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런 항공기 조작 실수를 했을 때 결국 피해 보는 건 승객들이거든요. 승객 중에는 내 가족이 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과연 뒤에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태우고 흡연을 하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조종사들 스스로 더욱더 승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들의 기내 흡연에 대한 현직 조종사와 승무원의 증언, 그리고 항공사들의 입장을 오늘(16일) 밤 9시 KBS1TV '뉴스9'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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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2-16 16:07:47
- 수정2019-12-16 17:43:30
'조종사들의 심각한 기내 흡연 상황을 제보합니다.'
지난달 말, 제보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일부 비행기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국내 A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6년 경력 조종사 김 모 씨였습니다.
"이륙 전 활주로로 가면서도 창문 열고 피워요"
"횟수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어요. 심하신 분들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는 와중에 피우기도 하고요. 보통 항공기가 순항 고도에 올라간 이후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종실에 한 사람이 남게 될 때는 객실 승무원이 들어와서 최소한 두 명이 상주하게 돼 있는데 그런 규정을 무시하고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혼자 남은 상태에서 묵인적으로 담배를 피우시는 거죠."
김 씨는 주로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경험을 들려줬는데, 이 가운데에는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륙을 위해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이동하면서도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는 거였습니다.
"이륙 전 승객 탑승구에서부터 항공기가 이륙하는 활주로까지 유도로를 '택시 웨이'라고 합니다. 보통 그 시간이 짧으면 5분 정도 걸리거든요. 못 참는 분들은 그 사이에도 담배를 피우십니다. 항공기가 유도로를 따라가는 '택싱' 중에는 창문을 닫게 돼 있는데, 아무래도 연기가 조종실 안에 머무를 것을 우려하는 분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피우기도 합니다."
항공기 사고는 이·착륙 시 많이 일어납니다. 조종사들도 이·착륙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창문을 다시 닫았을 때 완전히 안 닫히진 않았을까 불안감도 있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연기 빼는 비상 장치까지 사용…"비행기 급하강 위험성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안한 장면은 항공기 운항 중에도 목격했다고 기장 김 씨는 말했습니다.
조종사는 많게는 비행 한 번에 300명이 넘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에, 조종실에는 불이 났을 때 몇 가지의 장치를 조작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장치를 담배를 피운 뒤 담배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거였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해당 장치가 가동돼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담배를 굳이 이렇게까지 피우셔야 할까' 생각했죠. 일단 스위치는 원위치해야 되니까 기장님께 '원위치하겠습니다' 했는데 순간 기장님도 놀라시죠."
안전문제는 없을까. 취재팀이 만난 전직 항공 정비사는 "이 장치를 잘못 조작하면, 객실 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의 한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해당 장치를 건드려 비행기가 급하강한 일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해 보니, A 항공사는 최근 '조종실 내 전자담배를 포함한 흡연을 금지한다는 수차례의 사내 공지에도 불구하고 조종실 내 흡연 의심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며 징계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A 항공사 측은, 일부 기장들의 '조종실 흡연'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의에 대해 사실상 부인하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A 항공사는 "흡연에 대한 정식 보고서가 제출된 사례는 없지만, 관련 이슈가 언론과 '블라인드',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 만큼 철저히 관리할 필요를 인식했다"며, "기존 조종실 내 흡연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근거가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관리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블라인드 앱의 '조종실 흡연' 사례
그런데 이런 조종실 흡연이 비단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취재팀과 통화한 다른 국내 B 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 정 모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처로 혹시 가게 되면 냄새가 (조종실 밖으로) 나오기도 해요. 예전에는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시는 기장님들은 정말 안에 들어가면 뽀얗거든요."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다른 항공 종사자들의 흡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C 항공사에 다닌다는 직원은 "내가 아는 사람만 몇 명"이라는 댓글을 올리는가 하면, D 항공사의 한 직원도 "회사에 보고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제발 공론화됐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
승객은 1,000만 원, 조종사는 '0'원?
항공보안법은 제23조에서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승객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승객에만 해당되고,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지난 6년간 기내 불법행위 가운데 흡연이 2천여 건 적발로 가장 많은 비율(약 80%)을 차지했는데, 이건 모두 승객들이라는 겁니다.
승무원 정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 후배들이 '손님은 (흡연이 적발되면) 여권 뺏고,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에 인계하고 이러는데 기장님들은 왜 저렇게 해주나' 말해요."
조종사 김 씨도 "일부가 피우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과연 승객을 흡연으로 적발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있을지 모순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기내에서 조종사 등 승무원의 흡연이 적발되면 이들의 자격을 정지하고,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항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법규가 마련된다고 해도 좁은 조종실 안에서 기장과 부기장 둘만 있을 때 발생하는 일이라 증거를 수집하기에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결국 조종사들 양심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런 항공기 조작 실수를 했을 때 결국 피해 보는 건 승객들이거든요. 승객 중에는 내 가족이 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과연 뒤에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태우고 흡연을 하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조종사들 스스로 더욱더 승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들의 기내 흡연에 대한 현직 조종사와 승무원의 증언, 그리고 항공사들의 입장을 오늘(16일) 밤 9시 KBS1TV '뉴스9'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달 말, 제보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일부 비행기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국내 A 항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6년 경력 조종사 김 모 씨였습니다.
"이륙 전 활주로로 가면서도 창문 열고 피워요"
"횟수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어요. 심하신 분들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는 와중에 피우기도 하고요. 보통 항공기가 순항 고도에 올라간 이후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종실에 한 사람이 남게 될 때는 객실 승무원이 들어와서 최소한 두 명이 상주하게 돼 있는데 그런 규정을 무시하고 한 사람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혼자 남은 상태에서 묵인적으로 담배를 피우시는 거죠."
김 씨는 주로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때의 경험을 들려줬는데, 이 가운데에는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륙을 위해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이동하면서도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운다는 거였습니다.
"이륙 전 승객 탑승구에서부터 항공기가 이륙하는 활주로까지 유도로를 '택시 웨이'라고 합니다. 보통 그 시간이 짧으면 5분 정도 걸리거든요. 못 참는 분들은 그 사이에도 담배를 피우십니다. 항공기가 유도로를 따라가는 '택싱' 중에는 창문을 닫게 돼 있는데, 아무래도 연기가 조종실 안에 머무를 것을 우려하는 분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피우기도 합니다."
항공기 사고는 이·착륙 시 많이 일어납니다. 조종사들도 이·착륙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창문을 다시 닫았을 때 완전히 안 닫히진 않았을까 불안감도 있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연기 빼는 비상 장치까지 사용…"비행기 급하강 위험성도"
이뿐만이 아닙니다. 불안한 장면은 항공기 운항 중에도 목격했다고 기장 김 씨는 말했습니다.
조종사는 많게는 비행 한 번에 300명이 넘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에, 조종실에는 불이 났을 때 몇 가지의 장치를 조작해 연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장치를 담배를 피운 뒤 담배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거였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해당 장치가 가동돼 있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담배를 굳이 이렇게까지 피우셔야 할까' 생각했죠. 일단 스위치는 원위치해야 되니까 기장님께 '원위치하겠습니다' 했는데 순간 기장님도 놀라시죠."
안전문제는 없을까. 취재팀이 만난 전직 항공 정비사는 "이 장치를 잘못 조작하면, 객실 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의 한 항공사의 조종사들이 조종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해당 장치를 건드려 비행기가 급하강한 일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해 보니, A 항공사는 최근 '조종실 내 전자담배를 포함한 흡연을 금지한다는 수차례의 사내 공지에도 불구하고 조종실 내 흡연 의심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며 징계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A 항공사 측은, 일부 기장들의 '조종실 흡연'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취재팀의 질의에 대해 사실상 부인하는 취지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A 항공사는 "흡연에 대한 정식 보고서가 제출된 사례는 없지만, 관련 이슈가 언론과 '블라인드',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 만큼 철저히 관리할 필요를 인식했다"며, "기존 조종실 내 흡연에 대한 명확한 징계 근거가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관리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블라인드 앱의 '조종실 흡연' 사례
그런데 이런 조종실 흡연이 비단 A 항공사만의 문제일까요? 취재팀과 통화한 다른 국내 B 항공사에 근무하는 승무원 정 모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처로 혹시 가게 되면 냄새가 (조종실 밖으로) 나오기도 해요. 예전에는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시는 기장님들은 정말 안에 들어가면 뽀얗거든요."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다른 항공 종사자들의 흡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C 항공사에 다닌다는 직원은 "내가 아는 사람만 몇 명"이라는 댓글을 올리는가 하면, D 항공사의 한 직원도 "회사에 보고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제발 공론화됐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
승객은 1,000만 원, 조종사는 '0'원?
항공보안법은 제23조에서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승객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같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승객에만 해당되고,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지난 6년간 기내 불법행위 가운데 흡연이 2천여 건 적발로 가장 많은 비율(약 80%)을 차지했는데, 이건 모두 승객들이라는 겁니다.
승무원 정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 후배들이 '손님은 (흡연이 적발되면) 여권 뺏고, 공항에 도착하면 경찰에 인계하고 이러는데 기장님들은 왜 저렇게 해주나' 말해요."
조종사 김 씨도 "일부가 피우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과연 승객을 흡연으로 적발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있을지 모순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기내에서 조종사 등 승무원의 흡연이 적발되면 이들의 자격을 정지하고,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항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법규가 마련된다고 해도 좁은 조종실 안에서 기장과 부기장 둘만 있을 때 발생하는 일이라 증거를 수집하기에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결국 조종사들 양심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런 항공기 조작 실수를 했을 때 결국 피해 보는 건 승객들이거든요. 승객 중에는 내 가족이 탈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과연 뒤에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태우고 흡연을 하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조종사들 스스로 더욱더 승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들의 기내 흡연에 대한 현직 조종사와 승무원의 증언, 그리고 항공사들의 입장을 오늘(16일) 밤 9시 KBS1TV '뉴스9'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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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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