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무죄' 재판부는 '유죄'

[앵커멘트]
CCTV에 범행장면이
확실히 찍히지 않은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사건이
유죄로 확정되며 논란이 일었었죠.

최근 대전지법에서도
성폭행 사건을 놓고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내린 무죄 평결을
재판부가 뒤집어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성범죄에 대한 법원 판단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박병준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 6월, 30살 A씨는
20대 여성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함께 숙박업소에 들어갔습니다.

이른 아침
숙박업소에서 나온 여성은
A씨를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고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됐습니다.

A씨 측은
여성과 손을 잡고 숙박업소에 들어갔고
피임 도구를 사용한 정황 등을 들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항변했습니다.

배심원 7명은
5대 2로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성폭행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방 안에서 성관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는 피해여성의 진술과

피해 직후
신고한 정황 등을 볼 때
성폭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인터뷰]
박철홍/ 대전지방법원 공보판사
"사건 발생 직후 별다른 연락 없이 신고가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합의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하는 점 등이 없어 무고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이..."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10건 중 1건이 안 될 정도로 이례적입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성범죄 재판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뒤
법원 판단이 피고 측에
엄격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 최근 1년간
'성인지감수성'을 적용한
각급 법원 판결 57건 중 56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무죄추정이라는 형사재판 원칙과,
증거재판주의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종오/ 변호사[인터뷰]
"피해자의 진술을 웬만하면 믿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나는 굉장히 이상한 결론이 이뤄지게 됩니다."


또 판사
재량이 너무 커질 수 있어
대법원이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병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