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전기 없이 사는데…베네수엘라 ‘성탄 조명’ 논란

입력 2019.12.24 (10:49) 수정 2019.12.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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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은 성탄절입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엔 성탄 장식이 꾸며졌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따뜻해지는 '성탄 장식'이 논란을 빚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인데요.

지구촌 인에서 자세히 살펴보시죠.

[리포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한복판에 화려한 성탄 장식이 등장했습니다.

수만 개의 전구가 불빛을 뽐내며 도시를 환히 밝히는데요.

베네수엘라 정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수도 내 22곳에 조명 장식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아름다운 성탄 장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장식이 설치된 장소를 조금만 벗어나도 가로등 불빛이 꺼져 캄캄한 암흑 속입니다.

[알렉산더 모랄레스/마라카이보 주민 : "낡은 전력시설 때문에 15일 이상을 전기 없이 보내며 고통 받았습니다. 아이들과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베네수엘라를 떠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3월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이후 갑작스러운 정전이 일상이 됐습니다.

병원조차 전기 없는 진료를 보기 시작한 지 오래인데요.

올해 초 벌어진 한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고, 지난해 한때 물가 상승률이 100만%를 넘기는 등 경제적으로 힘겨운 상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세 차례나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최저임금 월급으로는 닭 두 마리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살림은 빠듯하기만 한데요.

극심한 혼란과 경제난에 올해에만 4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고국을 등지고 베네수엘라를 떠났습니다.

부족한 전기 역시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경제난의 분명한 한 부분인데요.

이런 상황에 등장한 조명 장식에 시민들은 화만 날 따름입니다.

[카렐리스 알칸타라/주부 : "무력감을 느끼고, 끔찍하고, 우울합니다.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매우 화가 납니다. 지금 여기도 어둡잖아요."]

'정부가 화려한 포장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자, 정부는 전력 소모가 적은 전구라며, 서민들도 크리스마스를 즐기자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카롤리나 세스타리/카라카스시 공무원 : "지금도 100% 완벽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지만 1년 전에 비하면 전력 사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크리스마스만큼이라도 시름을 잊고 들뜬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아다루페 파레스/시민 :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좀 기이한 풍경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치안 악화로 인적이 드물었던 밤거리에 아이들과 함께 조명을 보러 나온 시민들도 많았는데요.

[윌리암스 창/시민 :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어떤 위험을 느끼지 않고 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겉으로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정말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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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전기 없이 사는데…베네수엘라 ‘성탄 조명’ 논란
    • 입력 2019-12-24 10:53:33
    • 수정2019-12-24 11:06:58
    지구촌뉴스
[앵커]

내일은 성탄절입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엔 성탄 장식이 꾸며졌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따뜻해지는 '성탄 장식'이 논란을 빚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인데요.

지구촌 인에서 자세히 살펴보시죠.

[리포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한복판에 화려한 성탄 장식이 등장했습니다.

수만 개의 전구가 불빛을 뽐내며 도시를 환히 밝히는데요.

베네수엘라 정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수도 내 22곳에 조명 장식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아름다운 성탄 장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현재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장식이 설치된 장소를 조금만 벗어나도 가로등 불빛이 꺼져 캄캄한 암흑 속입니다.

[알렉산더 모랄레스/마라카이보 주민 : "낡은 전력시설 때문에 15일 이상을 전기 없이 보내며 고통 받았습니다. 아이들과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베네수엘라를 떠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3월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이후 갑작스러운 정전이 일상이 됐습니다.

병원조차 전기 없는 진료를 보기 시작한 지 오래인데요.

올해 초 벌어진 한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고, 지난해 한때 물가 상승률이 100만%를 넘기는 등 경제적으로 힘겨운 상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세 차례나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최저임금 월급으로는 닭 두 마리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살림은 빠듯하기만 한데요.

극심한 혼란과 경제난에 올해에만 4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고국을 등지고 베네수엘라를 떠났습니다.

부족한 전기 역시 베네수엘라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경제난의 분명한 한 부분인데요.

이런 상황에 등장한 조명 장식에 시민들은 화만 날 따름입니다.

[카렐리스 알칸타라/주부 : "무력감을 느끼고, 끔찍하고, 우울합니다.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매우 화가 납니다. 지금 여기도 어둡잖아요."]

'정부가 화려한 포장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자, 정부는 전력 소모가 적은 전구라며, 서민들도 크리스마스를 즐기자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카롤리나 세스타리/카라카스시 공무원 : "지금도 100% 완벽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지만 1년 전에 비하면 전력 사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크리스마스만큼이라도 시름을 잊고 들뜬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구아다루페 파레스/시민 :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좀 기이한 풍경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치안 악화로 인적이 드물었던 밤거리에 아이들과 함께 조명을 보러 나온 시민들도 많았는데요.

[윌리암스 창/시민 :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어떤 위험을 느끼지 않고 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겉으로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정말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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