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살았는데”…산65번지의 마지막 겨울

입력 2019.12.26 (07:34) 수정 2019.12.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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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 65번지.

곧 재개발이 시작된다는 이 동네에는 주민 십여 명이 아직 이주를 못하고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수 십 년을 살았지만 법적 권리가 없어 당장 내년 봄엔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인데도 이렇다할 대책은 없이 속만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마지막 겨울을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즐비한 아파트와 빌라 사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허름한 주택가.

상도4동 산65번지입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10여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떠났고, 동네는 황폐해졌습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는 부서진 집, 버려진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마치 폐허가 돼버린 듯한 모습인데요.

이런 곳에 여전히 주민 1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5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주민 이상기씨는 10년 전 집이 강제철거 돼 인근 천막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상기/산65번지 주민 : "갈 데가 없어서 지금 여기 주민대책위 사무실에서 추울 때는 거기서 자고 현재 여기(천막)에서 기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빈 땅이던 60년대부터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고 무허가로 집을 지어 살았습니다.

가난했기에 임차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금액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임차료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법적 다툼 등이 없이 20년 이상을 살면 민법상 소유권이 생기지만 소액의 사용료 때문에 이들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살아온 땅은 이제 건설 시행사로 넘어갔습니다.

[장광호/산65번지 주민 : "예고 없이 그냥 새벽에 와서 하고 여러 용역들 불러와서 (철거)하고 그런 건 기억에 남고... (심정이 어떠셨어요?) 아프죠. 그 표현을 못해요. 내 속으로 갖고 있는 거예요."]

지난 9월부터는 비계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재개발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장광호/산65번지 주민 : "못 떠나는 이유는 단 한가지죠. 갈 수 있는 무슨 재력적이나 모든 게 없으니까. 힘들게 살았지만 정이 들었어 주민들하고. 그래서 멀리 못 떠나요."]

봄이 오면 주민들은 떠나고 77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공사가 시작됩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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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넘게 살았는데”…산65번지의 마지막 겨울
    • 입력 2019-12-26 07:38:34
    • 수정2019-12-26 07: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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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 65번지.

곧 재개발이 시작된다는 이 동네에는 주민 십여 명이 아직 이주를 못하고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수 십 년을 살았지만 법적 권리가 없어 당장 내년 봄엔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인데도 이렇다할 대책은 없이 속만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마지막 겨울을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즐비한 아파트와 빌라 사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허름한 주택가.

상도4동 산65번지입니다.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10여년 전부터 많은 이들이 떠났고, 동네는 황폐해졌습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는 부서진 집, 버려진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마치 폐허가 돼버린 듯한 모습인데요.

이런 곳에 여전히 주민 10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5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주민 이상기씨는 10년 전 집이 강제철거 돼 인근 천막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상기/산65번지 주민 : "갈 데가 없어서 지금 여기 주민대책위 사무실에서 추울 때는 거기서 자고 현재 여기(천막)에서 기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빈 땅이던 60년대부터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고 무허가로 집을 지어 살았습니다.

가난했기에 임차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금액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임차료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법적 다툼 등이 없이 20년 이상을 살면 민법상 소유권이 생기지만 소액의 사용료 때문에 이들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살아온 땅은 이제 건설 시행사로 넘어갔습니다.

[장광호/산65번지 주민 : "예고 없이 그냥 새벽에 와서 하고 여러 용역들 불러와서 (철거)하고 그런 건 기억에 남고... (심정이 어떠셨어요?) 아프죠. 그 표현을 못해요. 내 속으로 갖고 있는 거예요."]

지난 9월부터는 비계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재개발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장광호/산65번지 주민 : "못 떠나는 이유는 단 한가지죠. 갈 수 있는 무슨 재력적이나 모든 게 없으니까. 힘들게 살았지만 정이 들었어 주민들하고. 그래서 멀리 못 떠나요."]

봄이 오면 주민들은 떠나고 77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공사가 시작됩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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