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의 ‘이석기차’…“화장실도 제 맘대로 못가나요?”

입력 2019.12.28 (06:22) 수정 2019.12.2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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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콜센터 상담원의 인권침해 실태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상담원들 사이엔 '이석 기차'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열차가 줄지어 가듯 1명 씩 순서를 정해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기본권마저 통제당하는 이른바 '이석 기차'의 실태를 최은진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일하다 화장실을 가려면 '이석 기차'를 타야한다는 이 콜센터 상담원.

[콜센터 상담원 A씨/음성변조 : "이석 올리는 (메신저) 방에 한 사람이 1번, 2번 이렇게 해서 줄을 서요. 그 순서가 될 때까지 못 가는 거예요."]

실제 업무용 메신저를 보니, '착-석-착-석'.

화장실에 가겠다, 자리에 돌아왔다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두 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자, 지켜보던 상급자는 "메신저 잘 보고 이석은 1명만 하라"고 지시합니다.

화장실 갈 때도 대기표를 끊고 기다리다 차례로 가야 한다는 게 상담원들이 말하는 '이석기차'입니다.

[이윤선/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 지부장 :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분 섭취나 이런 것도 수시로 해 줘야 하는데,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서 입이 마르고 하는데도 일부러 물을 안 드신다는 분들도 계실 정도예요."]

또 다른 콜센터의 업무용 메신저.

'기저귀를 차고 일해야 할 것 같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같다'

[콜센터 상담원 A씨/음성변조 : "저희가 화장실을 갔다오면 10분 안에 무조건 와야돼요. 시간을 재요."]

[콜센터 상담원 B 씨/음성변조 : "모니터 전산화면에 화장실을 가려면 '이석'이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마우스로 체크하면 00:01초 부터 쭉 돌아가요. 그러면 (시간 비우는) 시간이 정확하게 기록이 되죠."]

2009년, 이미 국가인권위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재며 성과에 반영하는 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현장은 그대롭니다.

[권혜진/변호사 : "근로 감시의 형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체계적인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다못한 상담원들이 지난 1월 인권위에 제소까지 했지만, 12월인 지금까지도 조사중이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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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센터의 ‘이석기차’…“화장실도 제 맘대로 못가나요?”
    • 입력 2019-12-28 06:27:06
    • 수정2019-12-28 07:55:34
    뉴스광장 1부
[앵커]

콜센터 상담원의 인권침해 실태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상담원들 사이엔 '이석 기차'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열차가 줄지어 가듯 1명 씩 순서를 정해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기본권마저 통제당하는 이른바 '이석 기차'의 실태를 최은진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일하다 화장실을 가려면 '이석 기차'를 타야한다는 이 콜센터 상담원.

[콜센터 상담원 A씨/음성변조 : "이석 올리는 (메신저) 방에 한 사람이 1번, 2번 이렇게 해서 줄을 서요. 그 순서가 될 때까지 못 가는 거예요."]

실제 업무용 메신저를 보니, '착-석-착-석'.

화장실에 가겠다, 자리에 돌아왔다는 걸,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두 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자, 지켜보던 상급자는 "메신저 잘 보고 이석은 1명만 하라"고 지시합니다.

화장실 갈 때도 대기표를 끊고 기다리다 차례로 가야 한다는 게 상담원들이 말하는 '이석기차'입니다.

[이윤선/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 지부장 :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분 섭취나 이런 것도 수시로 해 줘야 하는데, 화장실 가는 게 두려워서 입이 마르고 하는데도 일부러 물을 안 드신다는 분들도 계실 정도예요."]

또 다른 콜센터의 업무용 메신저.

'기저귀를 차고 일해야 할 것 같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같다'

[콜센터 상담원 A씨/음성변조 : "저희가 화장실을 갔다오면 10분 안에 무조건 와야돼요. 시간을 재요."]

[콜센터 상담원 B 씨/음성변조 : "모니터 전산화면에 화장실을 가려면 '이석'이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마우스로 체크하면 00:01초 부터 쭉 돌아가요. 그러면 (시간 비우는) 시간이 정확하게 기록이 되죠."]

2009년, 이미 국가인권위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재며 성과에 반영하는 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현장은 그대롭니다.

[권혜진/변호사 : "근로 감시의 형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체계적인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참다못한 상담원들이 지난 1월 인권위에 제소까지 했지만, 12월인 지금까지도 조사중이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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