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둘러본 ‘삶의 현장’

입력 2019.12.31 (21:01) 수정 2019.12.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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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2019년의 마지막 날, KBS 9시 뉴스 시작합니다.

올 한해 사람들이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주제 중에 하나, '어려운 경제'일 겁니다.
​​
나라 밖 악재들도 문제지만, 우리 경제의 전통적인 주력 산업이 변화의 길목에 내몰린 탓도 있을 겁니다.

여기저기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이걸 극복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더 필요했고, 특히 서민들의 시름이 깊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현장, 경제부 기자들이 직접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축구장 두 배 크기만한 이곳, 한 유통업체의 온라인 전용 물류창고 입니다.

이름은 창고인데, 돌아가는 게 꼭 공장 같지 않나요?

여기엔 식품부터 의류까지, 무려 5만 가지의 상품이 칸칸이 쌓여있는데요,

주문 내역에 따라 필요한 상품이 담긴 바구니가 자동으로 움직여서 2시간 안에 배송 준비가 끝납니다.

상품 한개를 담는데는 2초면 되고.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3만 건이 넘습니다.

심야배송에 새벽배송까지 이어지다보니 이곳도 하루종일 돌아갑니다.

여기 와보니 물건을 사고 파는 방식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걸 실감할 수 있는데요.

올해 우리 국민들이 온라인 쇼핑에 쓴 돈 약 20%정도가 늘었습니다.

배달음식 같은 음식 서비스는 1년 전보다 80%, 음식료품 온라인 소비도 30%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현상엔 그늘이 있죠.

오프라인 매장, 상점들은 힘들어졌습니다.

대형마트 매출도 감소할 정도니까요.

이런 변화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이 넓은 물류창고도 대부분 자동화 돼있어 근로자는 100여명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소매업 전체로도, 평균 종사자는 오프라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전통적 산업은 흔들리고 또 전통적인 일자리 역시 줄어드는 상황인거죠.

이런 변화는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요.

그 그늘이 얼마나 큰지 장덕수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식당.

저녁 장사로 제일 바빠야 할 시간인데 한산합니다.

한 시간 동안 받은 손님이 두 건에 다섯명뿐.

기업 회식 같은 연말 특수는 포기했습니다.

[○○음식점 사장/음성변조 : "요즘에 많이 힘들죠. 저녁 손님이 너무 급감을 해가지고…사람 자체가 안 다니고 있기 때문에 뭐 들어오는 손님은 더 없다고 보셔야겠죠."]

40년간 제빵일을 해온 임형회 씨.

12년된 제과점을 지난해 정리했습니다.

종업원 6명도 모두 내보내고 혼자 작은 가게를 꾸려갑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료비를 빼면 임대료와 전기료 내기도 빠듯합니다.

[임형회/ 제과점 운영/62세 : "더 이상은 (비용을) 줄일만한 게 안돼요. 여건이. 우리는요. 체감이란 말로도 그 표현을 못해요. 그냥 절박한 거죠."]

이런 현실은 통계에도 드러납니다.

3분기 가계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4.9% 줄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소득이 줄다보니 고용도 줄여,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 19만명이나 줄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겁니다.

[김용자/ PC방 운영/66세 : "이거 접고 아르바이트 나가는 게 나한테 마음 편안하고 더 든든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갈 정도에요. 소상공인 진짜 넘어가요. 너무 힘들어..."]

자영업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특히, 시장은 급변하는데, 퇴직자 등 많은 이들이 준비 없이 뛰어드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지웅/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자영업 창업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퇴직자들이 자영업이 아닌 곳에서 새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이 강화돼야..."]

돈은 많이 못버는데 임대료는 자꾸 올라 자영업자들, 더 힘든 한해였죠.

일반 서민들도, 들썩이는 집값에 내집 마련의 문턱이 더욱 높아진 걸 실감해야 했습니다.

임종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둘째 출산을 앞두고 이사 갈 집을 찾는 30대 부부입니다.

올 초에 원래 살던 전셋집을 사려다 2년 만에 배로 오른 가격때문에 망설였는데, 아직도 후회가 됩니다.

[이○○/30대 직장인 : "너무 많이 올라서 지금 뭐 살 수 있는 것은 아예 포기한 상태고. 사실상 계속 전세를 나중 가서 갱신을 할 수 있기만을 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13대책 영향으로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7월부터 반등한 뒤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종합대책까지 올해만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일곱 번이나 나왔지만 꺾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기존 아파트값이 뛰자 청약 시장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문을 연 서울 강남의 한 견본주택.

80%가 9억 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한 푼도 안 되지만 견본주택 방문 예약부터 경쟁이 시작됩니다.

[이상국/○○건설 분양소장 : "27일, 28일, 29일이 가장 많이 몰렸고. (방문 예약) 경쟁률이 한 2대 1 정도 되기 때문에 그분들은 사실은 조금 탈락자가 좀 나오는..."]

올해 서울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35대 1.

당첨 가점은 (평균?) 55점대까지 올랐습니다.

대출도, 청약도 쉽지 않은 실거주 수요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셋값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진상현/서울시 중구 : "이렇게 월급을 모으고, 저축을 한다고 해도 전세, 전세는커녕 월세를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1년 내내 대책을 내놨지만 내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은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KBS 뉴스 임종빈입니다.

[기자]

일자리와, 소득, 주거문제까지...

새해 우리 경제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상황이죠.

쉴새 없이 움직이며, 필요한 곳에 물건을 정확히 나르는 이곳의 시스템 처럼.

우리 경제도 어느곳하나 막힘없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맞춤형 정책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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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둘러본 ‘삶의 현장’
    • 입력 2019-12-31 21:08:40
    • 수정2019-12-31 22:18:36
    뉴스 9
[앵커]

안녕하십니까? 2019년의 마지막 날, KBS 9시 뉴스 시작합니다.

올 한해 사람들이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주제 중에 하나, '어려운 경제'일 겁니다.
​​
나라 밖 악재들도 문제지만, 우리 경제의 전통적인 주력 산업이 변화의 길목에 내몰린 탓도 있을 겁니다.

여기저기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이걸 극복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더 필요했고, 특히 서민들의 시름이 깊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현장, 경제부 기자들이 직접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축구장 두 배 크기만한 이곳, 한 유통업체의 온라인 전용 물류창고 입니다.

이름은 창고인데, 돌아가는 게 꼭 공장 같지 않나요?

여기엔 식품부터 의류까지, 무려 5만 가지의 상품이 칸칸이 쌓여있는데요,

주문 내역에 따라 필요한 상품이 담긴 바구니가 자동으로 움직여서 2시간 안에 배송 준비가 끝납니다.

상품 한개를 담는데는 2초면 되고. 하루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3만 건이 넘습니다.

심야배송에 새벽배송까지 이어지다보니 이곳도 하루종일 돌아갑니다.

여기 와보니 물건을 사고 파는 방식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걸 실감할 수 있는데요.

올해 우리 국민들이 온라인 쇼핑에 쓴 돈 약 20%정도가 늘었습니다.

배달음식 같은 음식 서비스는 1년 전보다 80%, 음식료품 온라인 소비도 30%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현상엔 그늘이 있죠.

오프라인 매장, 상점들은 힘들어졌습니다.

대형마트 매출도 감소할 정도니까요.

이런 변화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이 넓은 물류창고도 대부분 자동화 돼있어 근로자는 100여명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소매업 전체로도, 평균 종사자는 오프라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전통적 산업은 흔들리고 또 전통적인 일자리 역시 줄어드는 상황인거죠.

이런 변화는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요.

그 그늘이 얼마나 큰지 장덕수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식당.

저녁 장사로 제일 바빠야 할 시간인데 한산합니다.

한 시간 동안 받은 손님이 두 건에 다섯명뿐.

기업 회식 같은 연말 특수는 포기했습니다.

[○○음식점 사장/음성변조 : "요즘에 많이 힘들죠. 저녁 손님이 너무 급감을 해가지고…사람 자체가 안 다니고 있기 때문에 뭐 들어오는 손님은 더 없다고 보셔야겠죠."]

40년간 제빵일을 해온 임형회 씨.

12년된 제과점을 지난해 정리했습니다.

종업원 6명도 모두 내보내고 혼자 작은 가게를 꾸려갑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료비를 빼면 임대료와 전기료 내기도 빠듯합니다.

[임형회/ 제과점 운영/62세 : "더 이상은 (비용을) 줄일만한 게 안돼요. 여건이. 우리는요. 체감이란 말로도 그 표현을 못해요. 그냥 절박한 거죠."]

이런 현실은 통계에도 드러납니다.

3분기 가계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4.9% 줄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소득이 줄다보니 고용도 줄여,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 19만명이나 줄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겁니다.

[김용자/ PC방 운영/66세 : "이거 접고 아르바이트 나가는 게 나한테 마음 편안하고 더 든든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갈 정도에요. 소상공인 진짜 넘어가요. 너무 힘들어..."]

자영업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특히, 시장은 급변하는데, 퇴직자 등 많은 이들이 준비 없이 뛰어드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지웅/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자영업 창업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퇴직자들이 자영업이 아닌 곳에서 새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이 강화돼야..."]

돈은 많이 못버는데 임대료는 자꾸 올라 자영업자들, 더 힘든 한해였죠.

일반 서민들도, 들썩이는 집값에 내집 마련의 문턱이 더욱 높아진 걸 실감해야 했습니다.

임종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둘째 출산을 앞두고 이사 갈 집을 찾는 30대 부부입니다.

올 초에 원래 살던 전셋집을 사려다 2년 만에 배로 오른 가격때문에 망설였는데, 아직도 후회가 됩니다.

[이○○/30대 직장인 : "너무 많이 올라서 지금 뭐 살 수 있는 것은 아예 포기한 상태고. 사실상 계속 전세를 나중 가서 갱신을 할 수 있기만을 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13대책 영향으로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7월부터 반등한 뒤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종합대책까지 올해만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일곱 번이나 나왔지만 꺾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기존 아파트값이 뛰자 청약 시장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문을 연 서울 강남의 한 견본주택.

80%가 9억 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한 푼도 안 되지만 견본주택 방문 예약부터 경쟁이 시작됩니다.

[이상국/○○건설 분양소장 : "27일, 28일, 29일이 가장 많이 몰렸고. (방문 예약) 경쟁률이 한 2대 1 정도 되기 때문에 그분들은 사실은 조금 탈락자가 좀 나오는..."]

올해 서울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35대 1.

당첨 가점은 (평균?) 55점대까지 올랐습니다.

대출도, 청약도 쉽지 않은 실거주 수요가 전세로 전환되면서 전셋값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진상현/서울시 중구 : "이렇게 월급을 모으고, 저축을 한다고 해도 전세, 전세는커녕 월세를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뛰는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1년 내내 대책을 내놨지만 내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은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KBS 뉴스 임종빈입니다.

[기자]

일자리와, 소득, 주거문제까지...

새해 우리 경제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 상황이죠.

쉴새 없이 움직이며, 필요한 곳에 물건을 정확히 나르는 이곳의 시스템 처럼.

우리 경제도 어느곳하나 막힘없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맞춤형 정책이 절실합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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