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반년…“생산차질 없고, 국산화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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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뿐 아니라 업계·증권가에서도 반 년간 타격은 없었다고 평가
예산 대폭 늘렸지만, 국산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 필요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 성공 기체는 개발 중
EUV 감광액은 벨기에로 수입선 대체
불화폴리이미드는 처음부터 국산화돼 있어
새해 첫 근무일(2일), 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 직원들이 출하를 앞두고 최종 검수작업에 한창이다.
일본이 기습적인 수출 규제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1일, 그로부터 여섯 달이 지났다. 정부와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물론 증권가도 수출 규제로 인해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앞서 지난 9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 50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5%가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예상된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이후 아직까지 실제 눈에 보이는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관광 등 인적교류나 장기적인 협력관계가 손상을 입은 것은 물론 재료 수급 과정에서 서류를 많이 내야 하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직접 노린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산업의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은 크게 3가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이다.
우선, 액체 불화수소는 빠르게 국산화가 진행됐다. 기체 불화수소도 국산 대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타이완산 등으로 대체 수입선도 확보됐다.
가장 개발이 까다로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EUV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의 경우는 일본 기업의 벨기에 공장 등으로 우회 수입이 늘면서 현재 공급에 별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고, 일본 기업 유치까지 추진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불화폴리이미드(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는 처음부터 별 문제가 안 됐다. 이미 국산화가 돼 있었던 상황인 데다 원재료 수입까지 막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왜 규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가 있을 정도다.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보면 일본이 '생산 차질'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는 액체 불화수소의 빠른 국산 대체와 기체불화수소 및 EUV 감광액의 대체 수입선 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日 한 언론 "한국산 불산 쓰다 불량"…업계 "사실 아니다"
한 일본 언론(뉴스위치 사이트 '일간공업신문' 명의 12월 17일 기사)은 "LG디스플레이가 한국산 불산을 쓰다 품질 불량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냈다. 그러나 출처는 "한국의 미디어"라는 식으로 불분명했다. LG디스플레이 홍보팀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패널 생산 공정 자체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산 국산화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한 패널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출 규제로 인한 생산 차질은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없는 셈이다.
올해 2조 1천억 원 예산 투입…장기적 지원과 선별이 중요
일본의 도발 이후 정부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뿐 아니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6개 분야 100대 품목에 대해 5년 이내에 국산화나 수입국 다변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예산은 2조 1천억 원으로 지난해(8천325억 원)보다 2.5배 가량 늘었다.
불화수소 생산공장이 가동 중인 데 이어 폴리이미드와 블랭크마스크 등 일본산 비중이 높았던 소재들의 생산 시설도 조만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산업부는 밝혔다.
하지만 EUV 감광액 등 개발까지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재도 적지 않다. 이미 소재 수급 불안에 대해 예견하고도 일본산 대체는 늦어졌던 과거의 정책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의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가려 공정하게 예산집행을 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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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수출규제 반년…“생산차질 없고, 국산화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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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1-02 18:12:33
새해 첫 근무일(2일), 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 직원들이 출하를 앞두고 최종 검수작업에 한창이다.
일본이 기습적인 수출 규제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1일, 그로부터 여섯 달이 지났다. 정부와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물론 증권가도 수출 규제로 인해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앞서 지난 9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 50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5%가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예상된다"고 답했었다. 그러나 이후 아직까지 실제 눈에 보이는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관광 등 인적교류나 장기적인 협력관계가 손상을 입은 것은 물론 재료 수급 과정에서 서류를 많이 내야 하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직접 노린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산업의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은 크게 3가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이다.
우선, 액체 불화수소는 빠르게 국산화가 진행됐다. 기체 불화수소도 국산 대체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타이완산 등으로 대체 수입선도 확보됐다.
가장 개발이 까다로울 것이라고 여겨졌던 EUV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의 경우는 일본 기업의 벨기에 공장 등으로 우회 수입이 늘면서 현재 공급에 별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고, 일본 기업 유치까지 추진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불화폴리이미드(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는 처음부터 별 문제가 안 됐다. 이미 국산화가 돼 있었던 상황인 데다 원재료 수입까지 막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왜 규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가 있을 정도다.
이상의 결과를 놓고 보면 일본이 '생산 차질'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는 액체 불화수소의 빠른 국산 대체와 기체불화수소 및 EUV 감광액의 대체 수입선 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日 한 언론 "한국산 불산 쓰다 불량"…업계 "사실 아니다"
한 일본 언론(뉴스위치 사이트 '일간공업신문' 명의 12월 17일 기사)은 "LG디스플레이가 한국산 불산을 쓰다 품질 불량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냈다. 그러나 출처는 "한국의 미디어"라는 식으로 불분명했다. LG디스플레이 홍보팀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패널 생산 공정 자체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산 국산화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한 패널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출 규제로 인한 생산 차질은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없는 셈이다.
올해 2조 1천억 원 예산 투입…장기적 지원과 선별이 중요
일본의 도발 이후 정부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뿐 아니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6개 분야 100대 품목에 대해 5년 이내에 국산화나 수입국 다변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예산은 2조 1천억 원으로 지난해(8천325억 원)보다 2.5배 가량 늘었다.
불화수소 생산공장이 가동 중인 데 이어 폴리이미드와 블랭크마스크 등 일본산 비중이 높았던 소재들의 생산 시설도 조만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산업부는 밝혔다.
하지만 EUV 감광액 등 개발까지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재도 적지 않다. 이미 소재 수급 불안에 대해 예견하고도 일본산 대체는 늦어졌던 과거의 정책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의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가려 공정하게 예산집행을 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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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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