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계 복귀…여의도 정가 술렁

입력 2020.01.03 (08:12) 수정 2020.0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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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전 국민의당 대표/2018년 7월 :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독일과 미국을 전전하며 간간이 마라톤 완주 소식을 알리곤 했던 그가 1년 4개월 남짓한 해외 체류를 정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근 1년 넘게 새 글이 없었던 페이스북에 어제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한국정치, 내가 처음 불려 나왔던 8년 전보다 더 악화됐다" 암울한 현실 진단부터 합니다.

진단을 했으니 처방도 필요하겠죠.

"이념에 찌든 정치세력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낡은 정치와 기득권 청산을 내세웠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을까요,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상의드리겠다"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되새기면서 갈 길을 가겠다"며 정계에 복귀하려는 결심을 알렸습니다.

흔히 '정치는 곧 타이밍'이라고 하죠.

안철수 전 대표로선 지금이 '딱'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석 달 뒤면 총선.

이미 좌판은 깔렸고, 곳곳에서 러브콜도 넘쳐납니다.

일각에선 '이번 총선 건너뛰려나'하는 얘기까지 돌던 차였는데, 역시 1월 2일 해가 바뀌자마자 복귀를 알렸습니다.

임박한 총선, 길게는 다음 대선까지 내다봐야 하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마냥 여유를 부르기도 힘들었을 듯 합니다.

그의 복귀 소식에 어제 하루 여의도 정가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먼저 안 전 대표의 친정격인 바른미래당, 지금은 바미당과 새보수당 둘로 쪼개졌지만요.

서로 우리한테 오라면서 안 전 대표의 양팔을 잡아당깁니다.

들어보시죠.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 "안철수 대표가 중심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적극 기여할 것을,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태경/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 "귀국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안철수 대표가 추구했던 새정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큰 역할해주기 바라고요."]

자유한국당도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의 큰 그림을 구상 중인 황교안 대표, 안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폭넓은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 "지금부터 통합의 큰 문을 활짝 열고 통합의 열차를 출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연일 통합을 외치는 자유한국당, 어제는 탈당했던 지역 인사들까지 다시 받아들였죠.

눈길을 끈 건 복당자들이 바른미래당 출신 유승민계로 분류돼 온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이란 겁니다.

마음이 급해서일까요,

공식 회의석상에선 이런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정미경/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제 통합은 닥치고 통합입니다. 닥치고 통합."]

어쨌거나 관건은 안철수 본인의 선택입니다.

그의 정치 인생 8년은 ‘철수가 주특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퇴가 반복됐습니다.

1차 철수는 2011년 9월 6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시작됐죠.

자신이 유력 후보임에도 출마를 양보하는 모습은 기성정치 문법에 익숙하던 대중에게 신선함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의 철수가 늘 감동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다음해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하거나,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돌연 민주당과 합당한 결정 등은 일부 참모들마저 그의 곁을 떠나게 했습니다.

해외 체류 1년 4개월, 다시 나선 그의 명분은 언제나처럼 미래와 새정치입니다.

명분에 걸맞는 새로운 길은 어디일까.

그는 “들어가서 상의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아직 정보가 없다”고 합니다.

정당간 복잡한 셈법이 진행중인 와중에 당장 패를 다 펼 수는 없겠지만 경우의 수거 많지는 않습니다.

우선 바른미래당에 얹혀 가는 것.

이른바 '안철수계' 의원들이 유승민계가 주도하는 새보수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에 잔류해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가장 쉬운 시나리오란 평갑니다.

하지만 과거 '국민의 당 돌풍' 재현은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좀 더 판을 키워 중도를 묶는 그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수당을 만든 유승민 의원 등 과거 새누리당 탈당파와의 합류설이 나오는 이윱니다.

가장 통 큰 승부수라면 '반문 연대'를 기치로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총선에서 약진하면 중도·보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기성 정치인이 된 그가 새정치를 주도할 수 있겠냐는 비관론도 없지 않습니다.

4·15 총선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안철수의 선택이 총선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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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정계 복귀…여의도 정가 술렁
    • 입력 2020-01-03 08:15:09
    • 수정2020-01-03 0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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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전 국민의당 대표/2018년 7월 : "저는 오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독일과 미국을 전전하며 간간이 마라톤 완주 소식을 알리곤 했던 그가 1년 4개월 남짓한 해외 체류를 정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근 1년 넘게 새 글이 없었던 페이스북에 어제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한국정치, 내가 처음 불려 나왔던 8년 전보다 더 악화됐다" 암울한 현실 진단부터 합니다.

진단을 했으니 처방도 필요하겠죠.

"이념에 찌든 정치세력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낡은 정치와 기득권 청산을 내세웠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을까요,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상의드리겠다"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되새기면서 갈 길을 가겠다"며 정계에 복귀하려는 결심을 알렸습니다.

흔히 '정치는 곧 타이밍'이라고 하죠.

안철수 전 대표로선 지금이 '딱'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석 달 뒤면 총선.

이미 좌판은 깔렸고, 곳곳에서 러브콜도 넘쳐납니다.

일각에선 '이번 총선 건너뛰려나'하는 얘기까지 돌던 차였는데, 역시 1월 2일 해가 바뀌자마자 복귀를 알렸습니다.

임박한 총선, 길게는 다음 대선까지 내다봐야 하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마냥 여유를 부르기도 힘들었을 듯 합니다.

그의 복귀 소식에 어제 하루 여의도 정가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먼저 안 전 대표의 친정격인 바른미래당, 지금은 바미당과 새보수당 둘로 쪼개졌지만요.

서로 우리한테 오라면서 안 전 대표의 양팔을 잡아당깁니다.

들어보시죠.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 "안철수 대표가 중심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적극 기여할 것을,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태경/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 "귀국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안철수 대표가 추구했던 새정치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큰 역할해주기 바라고요."]

자유한국당도 안 전 대표의 복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의 큰 그림을 구상 중인 황교안 대표, 안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폭넓은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 "지금부터 통합의 큰 문을 활짝 열고 통합의 열차를 출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연일 통합을 외치는 자유한국당, 어제는 탈당했던 지역 인사들까지 다시 받아들였죠.

눈길을 끈 건 복당자들이 바른미래당 출신 유승민계로 분류돼 온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이란 겁니다.

마음이 급해서일까요,

공식 회의석상에선 이런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정미경/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제 통합은 닥치고 통합입니다. 닥치고 통합."]

어쨌거나 관건은 안철수 본인의 선택입니다.

그의 정치 인생 8년은 ‘철수가 주특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퇴가 반복됐습니다.

1차 철수는 2011년 9월 6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시작됐죠.

자신이 유력 후보임에도 출마를 양보하는 모습은 기성정치 문법에 익숙하던 대중에게 신선함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의 철수가 늘 감동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다음해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하거나,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돌연 민주당과 합당한 결정 등은 일부 참모들마저 그의 곁을 떠나게 했습니다.

해외 체류 1년 4개월, 다시 나선 그의 명분은 언제나처럼 미래와 새정치입니다.

명분에 걸맞는 새로운 길은 어디일까.

그는 “들어가서 상의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가까운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아직 정보가 없다”고 합니다.

정당간 복잡한 셈법이 진행중인 와중에 당장 패를 다 펼 수는 없겠지만 경우의 수거 많지는 않습니다.

우선 바른미래당에 얹혀 가는 것.

이른바 '안철수계' 의원들이 유승민계가 주도하는 새보수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에 잔류해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가장 쉬운 시나리오란 평갑니다.

하지만 과거 '국민의 당 돌풍' 재현은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좀 더 판을 키워 중도를 묶는 그림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수당을 만든 유승민 의원 등 과거 새누리당 탈당파와의 합류설이 나오는 이윱니다.

가장 통 큰 승부수라면 '반문 연대'를 기치로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총선에서 약진하면 중도·보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 기성 정치인이 된 그가 새정치를 주도할 수 있겠냐는 비관론도 없지 않습니다.

4·15 총선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안철수의 선택이 총선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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