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드러난 ‘가거도 사고’ 원인…지금은?

입력 2020.01.09 (07:18) 수정 2020.01.0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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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응급 구조에 투입됐던 헬기가 독도 인근에서 추락해 소방대원 5명이 숨졌습니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전남 가거도에서 있었는데요, KBS가 당시 사고조사보고서를 통해 사고 원인과 응급헬기 안전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곳곳이 찢겨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동체.

2015년 3월 13일 밤 전남 가거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해경 헬기입니다.

응급 환자를 태우러 갔다 해경 대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5년 만에 입수한 공식 보고서입니다.

저녁 7시 40분쯤, 구름 높이가 운항 가능기준보다 낮았지만 긴급구조이기에 비행 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8시 2분, 저고도 비행안전 유의라는 공군 관제소 전달이 교신의 끝이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번쩍이며 지나가는 미세한 불빛.

사고 전 헬기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가거도 방파제는 어둠과 해무에 싸여 있었지만 조명 하나 없었습니다.

보고서엔 8시 25분, 전조등을 비추며 착륙장을 찾는듯하던 헬기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조사위는 조명 등 참조점이 없는 상태에서 항공기의 위치, 속도 등을 착각하는 '공간정위상실'로 고도가 낮아지는 것을 모르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당시 바다 위 해상부이, 즉 부표를 착륙장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언급합니다.

[현직 헬기 조종사/음성변조 : "도서 지역의 작은 불빛들을 참고로 하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을 때 (비행)하게 되면 참고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 거죠. 항공기 자세 잡기도 힘들고..."]

사고 헬기 조종사는 경력 29년, 부조종사도 20년 넘은 군 출신 베테랑이었습니다.

사고조사보고서는 헬기 이착륙장의 열악한 상황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은 어떤지, 사고 이후 달라진 점은 있는지 제가 직접 헬기를 타고 이동해 확인해보겠습니다.

목포에서 헬기로 40분, 서남해 최남단 섬, 가거도가 보입니다.

이착륙장은 사고 뒤 새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다와 바로 붙어 있어 주변에 배가 몰려있는 데다 어구까지 쌓여있어 낮에도 헬기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황규오/서해 해경 헬기 기장 : "주변에 한 50m 이내에 날릴 게 있으면 안 되거든요. 그게 장애물이 돼가지고 항공기 엔진 흡입기 쪽에 들어가서 사고 날 위험도 크고."]

사고 뒤 헬기장엔 조명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점검을 위해 조명을 켜달라고 요청했더니 작동이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켜는 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밤이었다면 또 조명 없이 착륙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될 뻔한 겁니다.

이착륙장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담당자인 사실도 전원을 켜는 방법도 모릅니다.

[가거도 면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조명 시설은 설치했지만 사용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처 저희들이 전원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확인을 미처 못 했었던 것이고..."]

서해 또 다른 섬의 응급헬기 착륙장.

밤이 되자 바다와 하늘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데 조명시설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거도 사고 5년째.

전국 3,197개 응급헬기 이착륙장중 조명이 설치된 곳은 175곳에 불과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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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에 드러난 ‘가거도 사고’ 원인…지금은?
    • 입력 2020-01-09 07:22:30
    • 수정2020-01-09 07: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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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응급 구조에 투입됐던 헬기가 독도 인근에서 추락해 소방대원 5명이 숨졌습니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전남 가거도에서 있었는데요, KBS가 당시 사고조사보고서를 통해 사고 원인과 응급헬기 안전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곳곳이 찢겨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동체.

2015년 3월 13일 밤 전남 가거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해경 헬기입니다.

응급 환자를 태우러 갔다 해경 대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습니다.

5년 만에 입수한 공식 보고서입니다.

저녁 7시 40분쯤, 구름 높이가 운항 가능기준보다 낮았지만 긴급구조이기에 비행 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8시 2분, 저고도 비행안전 유의라는 공군 관제소 전달이 교신의 끝이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번쩍이며 지나가는 미세한 불빛.

사고 전 헬기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가거도 방파제는 어둠과 해무에 싸여 있었지만 조명 하나 없었습니다.

보고서엔 8시 25분, 전조등을 비추며 착륙장을 찾는듯하던 헬기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조사위는 조명 등 참조점이 없는 상태에서 항공기의 위치, 속도 등을 착각하는 '공간정위상실'로 고도가 낮아지는 것을 모르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당시 바다 위 해상부이, 즉 부표를 착륙장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언급합니다.

[현직 헬기 조종사/음성변조 : "도서 지역의 작은 불빛들을 참고로 하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을 때 (비행)하게 되면 참고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 거죠. 항공기 자세 잡기도 힘들고..."]

사고 헬기 조종사는 경력 29년, 부조종사도 20년 넘은 군 출신 베테랑이었습니다.

사고조사보고서는 헬기 이착륙장의 열악한 상황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은 어떤지, 사고 이후 달라진 점은 있는지 제가 직접 헬기를 타고 이동해 확인해보겠습니다.

목포에서 헬기로 40분, 서남해 최남단 섬, 가거도가 보입니다.

이착륙장은 사고 뒤 새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다와 바로 붙어 있어 주변에 배가 몰려있는 데다 어구까지 쌓여있어 낮에도 헬기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황규오/서해 해경 헬기 기장 : "주변에 한 50m 이내에 날릴 게 있으면 안 되거든요. 그게 장애물이 돼가지고 항공기 엔진 흡입기 쪽에 들어가서 사고 날 위험도 크고."]

사고 뒤 헬기장엔 조명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점검을 위해 조명을 켜달라고 요청했더니 작동이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켜는 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밤이었다면 또 조명 없이 착륙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될 뻔한 겁니다.

이착륙장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담당자인 사실도 전원을 켜는 방법도 모릅니다.

[가거도 면사무소 관계자/음성변조 : "조명 시설은 설치했지만 사용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처 저희들이 전원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확인을 미처 못 했었던 것이고..."]

서해 또 다른 섬의 응급헬기 착륙장.

밤이 되자 바다와 하늘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데 조명시설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거도 사고 5년째.

전국 3,197개 응급헬기 이착륙장중 조명이 설치된 곳은 175곳에 불과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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