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내려놨지만…‘40년 앙숙’ 美-이란 어디로?

입력 2020.01.09 (08:07) 수정 2020.01.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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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회에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키사스'라는 형벌이 있습니다.

함무라비법전에 나온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등가 보복법에서 출발합니다.

이란은 지금도 키사스를 형법의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어 살해당한 피해자 가족은 법원에 가해자의 사형을 요청할 수 있고 사형 집행에도 참여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던 경고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8일 새벽 이라크 내 미국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십여발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미국이 이란군의 상징적 존재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격으로 제거한 뒤 닷새 만입니다.

공격 개시 시간도 솔레이마니가 죽은 시각과 정확히 맞췄습니다.

전형적인 '키사스' 식 대응입니다.

"때린 놈은 다리 못 뻗고 잔다"는 속담은 인간의 보복 성향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말해줍니다.

특히나 무슬림은 이슬람 사회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지하드'로 부르며 이를 위한 보복을 최고의 순교로 여깁니다.

잇속 계산에 능하다는 트럼프가 가장 타산 안 맞는 거래에 뛰어들었단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무슬림 사회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어떤 셈법이 작용한 것인지, 트럼프가 이란의 보복 공격에도 일단 주먹을 내려놨습니다.

군사적 응징 대신 추가 제재를 언급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반격하며 전쟁으로 치닫는거 아니냐 했던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비껴간 것입니다.

이란 역시 반응을 자제하는 모양샙니다.

여러 측면에서, 당장 전면전 확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이란이 솔레이마니 장례식 직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치밀한 선제 공격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 행동으로 볼 여지가 많습니다.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며 복수심에 불타는 군중 앞에 이란 당국이 신속히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을 거란 분석인 것이죠,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미루면 대중의 분노가 언제 지도층으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솔레이마니의 집을 찾아 유족을 만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는 딸의 질문에 “모든 이란 국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는 국영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됐습니다.

["(동료들이 희생되면 우리 아버지가 복수했는데, 이제 아버지를 위해 누가 복수를 하나요?) 우리 모두가 복수할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의 어려운 경제적 여건입니다.

이란은 오랜 제재의 여파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정부 재정도 부족해 전쟁 비용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이라고 사정이 만만한 건 아닙니다.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에 7만 명이 넘는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지만, 전면전을 치르기엔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해외에 있는 미군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파병 비용을 아끼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천문학적 돈이 드는 전면전을 택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에 맞딱드릴 수 있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 "파병 미군을 고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내 선거 공약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고요. 이는 (시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포함됩니다. 많은 해외 지역이 포함됩니다."]

특히나 '탄핵'과 '재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트럼프로선 고민이 더 깊습니다.

상원의 탄핵 심판을 앞둔 트럼프가 미 의회에서 개전 동의나 전쟁 예산을 얻기란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는 불필요한 도발을 멈추고 이란이 폭력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미국과 세계는 지금 전쟁을 벌일 형편이 못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미국과 이란 두 정상들은 각자 52와 290 숫자를 거론하며 양국간 질긴 악연의 역사를 소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한 직후 “이란이 미국을 타격하면 52곳을 표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은 '52'라는 숫자에 대해 약 40년 전 이란에 인질로 잡혔던 미국인 52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979년 이란의 반미 성향 대학생들이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해병대원을 444일간 인질로 잡았던 사건을 떠올린 것입니다.

로하니 대통령이 언급한 290도 의미심장합니다.

1988년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이란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미사일로 격추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290명 전원이 비명횡사했습니다.

'40년 앙숙' 미국과 이란 두 정상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과 맞물려 새해 벽두 지구촌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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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9 08:10:06
    • 수정2020-01-09 09: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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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회에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키사스'라는 형벌이 있습니다.

함무라비법전에 나온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등가 보복법에서 출발합니다.

이란은 지금도 키사스를 형법의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어 살해당한 피해자 가족은 법원에 가해자의 사형을 요청할 수 있고 사형 집행에도 참여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던 경고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8일 새벽 이라크 내 미국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십여발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미국이 이란군의 상징적 존재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격으로 제거한 뒤 닷새 만입니다.

공격 개시 시간도 솔레이마니가 죽은 시각과 정확히 맞췄습니다.

전형적인 '키사스' 식 대응입니다.

"때린 놈은 다리 못 뻗고 잔다"는 속담은 인간의 보복 성향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말해줍니다.

특히나 무슬림은 이슬람 사회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지하드'로 부르며 이를 위한 보복을 최고의 순교로 여깁니다.

잇속 계산에 능하다는 트럼프가 가장 타산 안 맞는 거래에 뛰어들었단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무슬림 사회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어떤 셈법이 작용한 것인지, 트럼프가 이란의 보복 공격에도 일단 주먹을 내려놨습니다.

군사적 응징 대신 추가 제재를 언급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반격하며 전쟁으로 치닫는거 아니냐 했던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비껴간 것입니다.

이란 역시 반응을 자제하는 모양샙니다.

여러 측면에서, 당장 전면전 확대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이란이 솔레이마니 장례식 직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치밀한 선제 공격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 행동으로 볼 여지가 많습니다.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며 복수심에 불타는 군중 앞에 이란 당국이 신속히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을 거란 분석인 것이죠,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미루면 대중의 분노가 언제 지도층으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 솔레이마니의 집을 찾아 유족을 만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느냐”는 딸의 질문에 “모든 이란 국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는 국영방송을 통해 전국에 중계됐습니다.

["(동료들이 희생되면 우리 아버지가 복수했는데, 이제 아버지를 위해 누가 복수를 하나요?) 우리 모두가 복수할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의 어려운 경제적 여건입니다.

이란은 오랜 제재의 여파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정부 재정도 부족해 전쟁 비용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이라고 사정이 만만한 건 아닙니다.

미국은 현재 중동 지역에 7만 명이 넘는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지만, 전면전을 치르기엔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해외에 있는 미군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파병 비용을 아끼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천문학적 돈이 드는 전면전을 택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에 맞딱드릴 수 있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 "파병 미군을 고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내 선거 공약입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고요. 이는 (시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포함됩니다. 많은 해외 지역이 포함됩니다."]

특히나 '탄핵'과 '재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트럼프로선 고민이 더 깊습니다.

상원의 탄핵 심판을 앞둔 트럼프가 미 의회에서 개전 동의나 전쟁 예산을 얻기란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는 불필요한 도발을 멈추고 이란이 폭력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미국과 세계는 지금 전쟁을 벌일 형편이 못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 미국과 이란 두 정상들은 각자 52와 290 숫자를 거론하며 양국간 질긴 악연의 역사를 소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한 직후 “이란이 미국을 타격하면 52곳을 표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은 '52'라는 숫자에 대해 약 40년 전 이란에 인질로 잡혔던 미국인 52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979년 이란의 반미 성향 대학생들이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해병대원을 444일간 인질로 잡았던 사건을 떠올린 것입니다.

로하니 대통령이 언급한 290도 의미심장합니다.

1988년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이란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미사일로 격추했습니다.

승객과 승무원 290명 전원이 비명횡사했습니다.

'40년 앙숙' 미국과 이란 두 정상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과 맞물려 새해 벽두 지구촌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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