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인 유치원’ 필요하지만…“우리 동네엔 안 돼요”

입력 2020.01.10 (08:33) 수정 2020.01.10 (10: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노치원’!

들어보셨습니까?

노인들의 유치원이란 뜻인데요,

경증 치매 등 몸이 다소 불편한 어르신들이 마치 유치원 다니듯, 낮 시간에 함께 모여 어울리고 놀고 식사할 수 있는 시설인 노인 데이케어센터를 쉽게 부르는 말입니다.

어르신들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데이케어센터는 인기가 무척 높은데요,

하지만 이거 하나 생기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오전 9시, 서울의 한 건물 앞.

승합차 한 대가 멈추더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하나 둘 내립니다.

[“천천히요. 천천히.”]

[“네, 안녕하세요.”]

이 곳은 일명 노치원이라 불리는 ‘데이케어센터’.

거동이 조금 불편하거나 경증 치매가 있는 50-90대 사이의 어르신 20여 명이 여기 원생들입니다.

이곳의 일과는 아침조회와 몸풀기 체조로 시작됩니다.

[“수요일 오전 조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인준/신사데이케어센터장 : “혈압이나 혈당 그리고 체온을 체크하고요. 아침식사 못 하실 수 있으니까 간단하게 간식을 대용해서 드립니다.”]

오늘 첫 수업은 국악 교실.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인만큼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좋다~ ”]

[“어기여차~ 뱃놀이 가잖다~”]

서로 용기를 주며 돌아가며 한 곡조씩 부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합니다.

[노경희/국악수업 강사 : “표정 보시면 아시죠? 얼굴 표정이 너무 즐거워하세요. 가사를 외워야 된다든지 해야 하니까 치매 예방에 좋고 또 동작을 하니까 육체적인 활력소가 될 것 같습니다.”]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60대 이 분은 특히 미술 수업을 좋아하신다고요.

손재주가 녹슬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이라섭니다.

[박○○/서울시 은평구 : “내가 미술부 활동을 많이 해서 옛날 것들 자꾸 되새겨줘. 그림 그리는 거 그런 것도 좋고. 하루 종일 하는 것도 없이 무력하게 텔레비전만 보고 지내다 이렇게 오니까 재미있어.”]

점심을 먹고 나선, 개인 맞춤 운동과 물리치료 등 신체 활동에 들어갑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꽃 아닌 걸 찾아볼까요?”]

[“대나무.”]

데이케어센터가 노인 요양원과 가장 다른 점, 잠은 집에서 잔다는 겁니다.

장기요양보험 지원이 되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은 월 15만 원 정도.

주 5일 낮 시간동안 어르신들끼리 모여 어울리고, 식사하고 운동하고, 또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딱 어르신 유치원이죠.

[김○○/서울시 은평구 : “여기 오면 좋지 뭐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야기도 하고. 여기서 노래도 부르고 미술도 하고 밥도 먹고 하니까 좋지.”]

어르신 본인도 그렇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시설입니다.

[고미숙/치매 환자 보호자 : “치매가 걸리셔서 아버지를 모시려고 하다 보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고 너무 힘든 거예요.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는데 노래 같은 걸 전혀 안 하셨거든요. 팔십 평생. 그런데 여기 와서 노래도 많이 하시고 그러는 거 보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안성희/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 “저도 직장을 다녀야 하고 아이들도 학교를 다녀야 되고 하는데 그걸 못하잖아요. 집에 혼자 방치할 순 없잖아요. 꼭 필요한 시설이죠. 여길 안 다녔다면 계속 침대에 누워있고 텔레비전보고 안 좋죠. 점점 더 건강 상태는 안 좋아지겠죠.”]

인기가 높은 만큼 지자체들의 관심도 커서 서울시의 경우, 몇년째 데이케어센터 확충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케어센터의 오픈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앞 상가.

이 곳에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몇달째 오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다 반대야. 나도. 여기 입주민으로서 반대야. 하나뿐인 상가인데 안 되지. 집값 떨어지면 안 되죠.”]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노인 케어라 하면 지저분하고 노숙자들도 올 거 아니냐. 그리고 여기 상가가 그런 게 들어오면 우선 아파트값도 많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지저분할 것이고 다 반대를 한다고 그렇게 들었어요.”]

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집마다 오셔서 서명 받으러 오셨어요. 그거 반대하는 거를 구청에 올리려고 서명 받으러 오셨어요.”]

내부시설까지 다 마련해두고도 주민들 반대에 결국 철수한 곳도 있습니다.

[데이케어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폐업했어요. 민원이 너무 많아서 못했어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워낙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서 계속 민원 넣고 소송을 걸고 그러는 상황이라….”]

데이케어센터가 동네 주택가가 아닌 외곽이나 상업 지역으로 멀어지는 이윱니다.

[이인준/신사데이케어센터장 : “지역 주민들이 그쪽으로 오면 땅값이 떨어지고 한다고 해서 관공서에 소복 입고 찾아가고 데모하고 해서 끝내는 청소년시설로 바뀌기도 했고.”]

2018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75만 명으로 노인 10명 가운데 한 명 꼴.

치매는 이미 나와 내 가족 얘기가 된겁니다.

[유재경/서울시 마포구 : “우리도 그 자리에 갈 거잖아요? 누구든지 그때를 생각해서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편경식/서울시 강남구 :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 못하는 거예요. 생명이 길어지니까 누구나 신세를 져야 하는데 몰라서 그래요.”]

[안성희/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 “아이 엄마들은 뭐부터 찾나요, 집 고를 때? 어린이집 먼저 찾을 거예요. 어르신이라든가 아픈 환자가 있는 집은 데이케어센터 먼저 찾아요. 저도 그래서 이 동네를 못 떠나고 있어요. 이 데이케어센터 멀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꼭 필요 시설이라 생각합니다.”]

내 집 앞에 노인 시설이 생기는 게 싫으신가요?

나와 내 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노인 유치원’ 필요하지만…“우리 동네엔 안 돼요”
    • 입력 2020-01-10 08:34:42
    • 수정2020-01-10 10:07:21
    아침뉴스타임
[기자]

‘노치원’!

들어보셨습니까?

노인들의 유치원이란 뜻인데요,

경증 치매 등 몸이 다소 불편한 어르신들이 마치 유치원 다니듯, 낮 시간에 함께 모여 어울리고 놀고 식사할 수 있는 시설인 노인 데이케어센터를 쉽게 부르는 말입니다.

어르신들에게도 보호자에게도 데이케어센터는 인기가 무척 높은데요,

하지만 이거 하나 생기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오전 9시, 서울의 한 건물 앞.

승합차 한 대가 멈추더니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하나 둘 내립니다.

[“천천히요. 천천히.”]

[“네, 안녕하세요.”]

이 곳은 일명 노치원이라 불리는 ‘데이케어센터’.

거동이 조금 불편하거나 경증 치매가 있는 50-90대 사이의 어르신 20여 명이 여기 원생들입니다.

이곳의 일과는 아침조회와 몸풀기 체조로 시작됩니다.

[“수요일 오전 조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인준/신사데이케어센터장 : “혈압이나 혈당 그리고 체온을 체크하고요. 아침식사 못 하실 수 있으니까 간단하게 간식을 대용해서 드립니다.”]

오늘 첫 수업은 국악 교실.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인만큼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좋다~ ”]

[“어기여차~ 뱃놀이 가잖다~”]

서로 용기를 주며 돌아가며 한 곡조씩 부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합니다.

[노경희/국악수업 강사 : “표정 보시면 아시죠? 얼굴 표정이 너무 즐거워하세요. 가사를 외워야 된다든지 해야 하니까 치매 예방에 좋고 또 동작을 하니까 육체적인 활력소가 될 것 같습니다.”]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60대 이 분은 특히 미술 수업을 좋아하신다고요.

손재주가 녹슬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이라섭니다.

[박○○/서울시 은평구 : “내가 미술부 활동을 많이 해서 옛날 것들 자꾸 되새겨줘. 그림 그리는 거 그런 것도 좋고. 하루 종일 하는 것도 없이 무력하게 텔레비전만 보고 지내다 이렇게 오니까 재미있어.”]

점심을 먹고 나선, 개인 맞춤 운동과 물리치료 등 신체 활동에 들어갑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꽃 아닌 걸 찾아볼까요?”]

[“대나무.”]

데이케어센터가 노인 요양원과 가장 다른 점, 잠은 집에서 잔다는 겁니다.

장기요양보험 지원이 되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은 월 15만 원 정도.

주 5일 낮 시간동안 어르신들끼리 모여 어울리고, 식사하고 운동하고, 또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딱 어르신 유치원이죠.

[김○○/서울시 은평구 : “여기 오면 좋지 뭐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야기도 하고. 여기서 노래도 부르고 미술도 하고 밥도 먹고 하니까 좋지.”]

어르신 본인도 그렇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시설입니다.

[고미숙/치매 환자 보호자 : “치매가 걸리셔서 아버지를 모시려고 하다 보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고 너무 힘든 거예요.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는데 노래 같은 걸 전혀 안 하셨거든요. 팔십 평생. 그런데 여기 와서 노래도 많이 하시고 그러는 거 보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안성희/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 “저도 직장을 다녀야 하고 아이들도 학교를 다녀야 되고 하는데 그걸 못하잖아요. 집에 혼자 방치할 순 없잖아요. 꼭 필요한 시설이죠. 여길 안 다녔다면 계속 침대에 누워있고 텔레비전보고 안 좋죠. 점점 더 건강 상태는 안 좋아지겠죠.”]

인기가 높은 만큼 지자체들의 관심도 커서 서울시의 경우, 몇년째 데이케어센터 확충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케어센터의 오픈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앞 상가.

이 곳에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몇달째 오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다 반대야. 나도. 여기 입주민으로서 반대야. 하나뿐인 상가인데 안 되지. 집값 떨어지면 안 되죠.”]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노인 케어라 하면 지저분하고 노숙자들도 올 거 아니냐. 그리고 여기 상가가 그런 게 들어오면 우선 아파트값도 많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지저분할 것이고 다 반대를 한다고 그렇게 들었어요.”]

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집집마다 오셔서 서명 받으러 오셨어요. 그거 반대하는 거를 구청에 올리려고 서명 받으러 오셨어요.”]

내부시설까지 다 마련해두고도 주민들 반대에 결국 철수한 곳도 있습니다.

[데이케어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폐업했어요. 민원이 너무 많아서 못했어요.”]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워낙 강력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서 계속 민원 넣고 소송을 걸고 그러는 상황이라….”]

데이케어센터가 동네 주택가가 아닌 외곽이나 상업 지역으로 멀어지는 이윱니다.

[이인준/신사데이케어센터장 : “지역 주민들이 그쪽으로 오면 땅값이 떨어지고 한다고 해서 관공서에 소복 입고 찾아가고 데모하고 해서 끝내는 청소년시설로 바뀌기도 했고.”]

2018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75만 명으로 노인 10명 가운데 한 명 꼴.

치매는 이미 나와 내 가족 얘기가 된겁니다.

[유재경/서울시 마포구 : “우리도 그 자리에 갈 거잖아요? 누구든지 그때를 생각해서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편경식/서울시 강남구 :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 못하는 거예요. 생명이 길어지니까 누구나 신세를 져야 하는데 몰라서 그래요.”]

[안성희/파킨슨병 환자 보호자 : “아이 엄마들은 뭐부터 찾나요, 집 고를 때? 어린이집 먼저 찾을 거예요. 어르신이라든가 아픈 환자가 있는 집은 데이케어센터 먼저 찾아요. 저도 그래서 이 동네를 못 떠나고 있어요. 이 데이케어센터 멀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꼭 필요 시설이라 생각합니다.”]

내 집 앞에 노인 시설이 생기는 게 싫으신가요?

나와 내 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