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취약계층 소외 우려”…‘현금없는 사회’ 후퇴하나?

입력 2020.01.20 (18:07) 수정 2020.01.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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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경제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요즘 현금 가지고 다니는 분들 많이 없죠.

신용카드, 혹은 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합니다.

지폐와 동전이 필요 없는,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가 이젠 정말 현실이 됐는데요.

현금 없는 사회 현주소, 오늘 <글로벌 경제>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전 세계는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서도, 카페에서도, 현금을 내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

고속도로 통행료도 갖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라마수 티루/말레이시아 : "모든 것이 그냥 접촉하면 됩니다. 경전철이든 어디든 그냥 갖다 대면 됩니다. 쇼핑할 때도 그렇고, 단지 갖다 대면 됩니다."]

모바일 결제를 넘어 안면인식 결제 방식도 속속 도입되고 있죠.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에 탈 때 내 얼굴만 인식하면, 계좌에서 알아서 돈이 빠져나갑니다.

중국의 한 도시는 지난달부터 전체 지하철 노선에 해당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앵커]

중국인들은 세뱃돈도 모바일로 보낸다고 하죠.

그만큼 현금을 쓰지 않는다는 얘긴데, 현재 각국의 현금 결제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답변]

네, 화면 보시면요.

현금을 가장 많이 안 쓰는 나라는 스웨덴입니다.

가계 지출액 대비 현금 결제 비중이 13%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도 살펴볼까요?

미국과 영국은 각각 26%와 28%로 집계됐고요.

우리나라는 약 20% 정도입니다.

[앵커]

스웨덴은 8년 새 거의 10% 가까이 떨어졌군요.

이 정도면 사실상 현금 거래가 끊겼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답변]

네, 스웨덴 정부는 "2030년까지 현금을 아예 없애겠다." 이렇게 공언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목표를 전면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스웨덴 내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인데요.

문제는 현금을 취급하는 매장 수가 줄다 보니, 오로지 '현금'만 쓰는 사람들이 커피 한 잔 사 먹는 일조차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관련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스웨덴 시민들이 2014년 27%에서 2018년엔 45%로 껑충 뛰었습니다.

[레이첼 라포레스트/소비자단체 관계자 : "중요한 것은 접근성입니다. 즉, 디지털 시대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활의 디지털화에 접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앵커]

몸이 불편해서 혹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현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텐데요.

결국, 이들이 '현금 없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등 이들 취약 계층은 현금에 대한 접근성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선 은행은 물론 현금 인출기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상업은행 지점 수가 2011년 대비 33% 넘게 줄었고요.

현금 인출기(ATM) 또한 4년 새 21.2% 감소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시민 15%가량은 자신의 집에서 제일 가까운 현금 인출기가 무려 25km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현금 없는 사회는 편리한 걸 넘어서 우리 경제나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가 없는데요?

[답변]

맞습니다.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하 경제를 줄일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겠죠.

카드든 모바일이든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돼, 탈세나 금융 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죠.

케냐는 2007년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한 송금 시스템, '엠 페사(M-PESA)'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케냐 국민 절반가량이 사용하는데, 은행 강도와 같은 범죄는 줄고 세금 징수율은 높아졌습니다.

[시토요 로포코이위트/케냐 이동통신사 최고재무책임자 : "1조 케냐 실링이 (엠 페사) 시스템 속에서 사용됩니다. 이는 한 달에 100억 달러(약 11조 5천억 원) 규모이고, 케냐 GDP의 6%에 달합니다."]

[앵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현금 없는 사회라는 목표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죠?

[답변]

네, 스웨덴 정부는 국민의 현금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모든 은행이 입·출금 서비스에 반드시 현금을 취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화폐 유통 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협의 기구 구성을 검토하고 있고요.

미국은 캐시리스(cashless)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와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매장에서 현금을 받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과제는 또 있죠.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서울서 KT 화재로 카드 결제 시스템이 먹통이 된 적이 있었죠.

이러한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있어야겠습니다.

[앵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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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18:09:13
    • 수정2020-01-20 18: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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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경제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답변]

요즘 현금 가지고 다니는 분들 많이 없죠.

신용카드, 혹은 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합니다.

지폐와 동전이 필요 없는,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가 이젠 정말 현실이 됐는데요.

현금 없는 사회 현주소, 오늘 <글로벌 경제>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전 세계는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슈퍼마켓에서도, 카페에서도, 현금을 내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

고속도로 통행료도 갖다 대기만 하면 됩니다.

[라마수 티루/말레이시아 : "모든 것이 그냥 접촉하면 됩니다. 경전철이든 어디든 그냥 갖다 대면 됩니다. 쇼핑할 때도 그렇고, 단지 갖다 대면 됩니다."]

모바일 결제를 넘어 안면인식 결제 방식도 속속 도입되고 있죠.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에 탈 때 내 얼굴만 인식하면, 계좌에서 알아서 돈이 빠져나갑니다.

중국의 한 도시는 지난달부터 전체 지하철 노선에 해당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앵커]

중국인들은 세뱃돈도 모바일로 보낸다고 하죠.

그만큼 현금을 쓰지 않는다는 얘긴데, 현재 각국의 현금 결제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답변]

네, 화면 보시면요.

현금을 가장 많이 안 쓰는 나라는 스웨덴입니다.

가계 지출액 대비 현금 결제 비중이 13%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도 살펴볼까요?

미국과 영국은 각각 26%와 28%로 집계됐고요.

우리나라는 약 20% 정도입니다.

[앵커]

스웨덴은 8년 새 거의 10% 가까이 떨어졌군요.

이 정도면 사실상 현금 거래가 끊겼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답변]

네, 스웨덴 정부는 "2030년까지 현금을 아예 없애겠다." 이렇게 공언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목표를 전면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현금을 받지 않습니다."

스웨덴 내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인데요.

문제는 현금을 취급하는 매장 수가 줄다 보니, 오로지 '현금'만 쓰는 사람들이 커피 한 잔 사 먹는 일조차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관련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스웨덴 시민들이 2014년 27%에서 2018년엔 45%로 껑충 뛰었습니다.

[레이첼 라포레스트/소비자단체 관계자 : "중요한 것은 접근성입니다. 즉, 디지털 시대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활의 디지털화에 접근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앵커]

몸이 불편해서 혹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현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텐데요.

결국, 이들이 '현금 없는 사회'에서 소외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등 이들 취약 계층은 현금에 대한 접근성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선 은행은 물론 현금 인출기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상업은행 지점 수가 2011년 대비 33% 넘게 줄었고요.

현금 인출기(ATM) 또한 4년 새 21.2% 감소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시민 15%가량은 자신의 집에서 제일 가까운 현금 인출기가 무려 25km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현금 없는 사회는 편리한 걸 넘어서 우리 경제나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가 없는데요?

[답변]

맞습니다.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하 경제를 줄일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겠죠.

카드든 모바일이든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돼, 탈세나 금융 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죠.

케냐는 2007년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한 송금 시스템, '엠 페사(M-PESA)'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케냐 국민 절반가량이 사용하는데, 은행 강도와 같은 범죄는 줄고 세금 징수율은 높아졌습니다.

[시토요 로포코이위트/케냐 이동통신사 최고재무책임자 : "1조 케냐 실링이 (엠 페사) 시스템 속에서 사용됩니다. 이는 한 달에 100억 달러(약 11조 5천억 원) 규모이고, 케냐 GDP의 6%에 달합니다."]

[앵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현금 없는 사회라는 목표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죠?

[답변]

네, 스웨덴 정부는 국민의 현금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모든 은행이 입·출금 서비스에 반드시 현금을 취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화폐 유통 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협의 기구 구성을 검토하고 있고요.

미국은 캐시리스(cashless)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와 뉴저지,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매장에서 현금을 받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과제는 또 있죠.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서울서 KT 화재로 카드 결제 시스템이 먹통이 된 적이 있었죠.

이러한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있어야겠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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