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급식 “모자라거나 더럽거나 사라지거나”

입력 2020.01.23 (08:18) 수정 2020.01.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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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며 유치원 부실급식 문제가 해결될 거란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유치원 아동 수의 2배를 넘는 140만 명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어떨까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부실 급식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문예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박 2통을 99명의 아이들이 나눠 먹었다.

교사와 아이들까지 50명이 닭 1마리로 닭곰탕을 끓여 먹었다.

'오병이어의 기적' 괜히 나온 비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식단표엔 생선인데 참치 캔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 저렴한 식재료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보육교사 A/음성변조 : "매생이전이 옥수수로 변할 수도 있어요. 원장님들이 '어 그거 구하기 힘들고'..."]

명절이나 제사가 끝나면 나물 반찬을 급간식으로 제공한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영아 반 부실 급식 문제는 더 심각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원장님께 저희가 우유가 없다고 원장님 우유를 더 사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여쭸더니 선생님, 그러면 아이들이 말을 못하잖아. 엄마들한테 얘기 안 하니까 안 줘도 돼. 물이랑 같이 먹여."]

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저희에게 보내온 사진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3월인데, 3이란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8월로 둔갑시킨 겁니다.

실제 유통기한이 석 달이나 지난 6월에서야 아이들에게 제공됐다고 합니다.

한 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보육교사 B 씨/음성변조 : "깜짝 놀라서 이 주스만 그런가하고 봤죠. 며칠 동안 사실 너무 불안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쨋든 이거 때문일 것 같다..."]

양도 부족하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주고, 물론 전국의 4만여 어린이집이 다 그런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문제 심각합니다.

식재료를 빼돌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원장의 딸을 위해 급식 식재료로 도시락을 2개씩 싸서 갖다놓는다, 어린이집의 신선한 과일은 가져가고, 원장 집의 오래된 과일은 다시 가져다 놓는다.

이런 답변도 나왔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수분이 빠져서 쭈글쭈글해지잖아요. 그걸 갖고 오세요. 그리고 그날 어린이집 (메뉴가) 수박이에요. 그럼 교체해서 가져가시는 거예요."]

또 계란 반찬이 나오는 날엔 할인하는 계란과 동물복지 계란을 따로 구입해서 비싼 동물복지 계란은 원장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급식비에 1인당 2천 원이 지금 국가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유아 표준 식비 2천6백 원에 비해서는 약 6백 원 정도가 모자란 건 사실입니다.

일부 원장님들은 그로 인해서 운영비에서 자비를 들여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월부터 지원금이 2천5백 원으로 오르는데요.

이번에 응답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원금만 늘린다고 해서 과연 무언가 개선이 되겠는가라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보육교사들은 다른 것도 아닌 밥 문제인 만큼, 확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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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급식 “모자라거나 더럽거나 사라지거나”
    • 입력 2020-01-23 08:21:26
    • 수정2020-01-23 08: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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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며 유치원 부실급식 문제가 해결될 거란 기대가 나옵니다.

하지만 유치원 아동 수의 2배를 넘는 140만 명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어떨까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부실 급식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문예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박 2통을 99명의 아이들이 나눠 먹었다.

교사와 아이들까지 50명이 닭 1마리로 닭곰탕을 끓여 먹었다.

'오병이어의 기적' 괜히 나온 비유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식단표엔 생선인데 참치 캔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 저렴한 식재료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보육교사 A/음성변조 : "매생이전이 옥수수로 변할 수도 있어요. 원장님들이 '어 그거 구하기 힘들고'..."]

명절이나 제사가 끝나면 나물 반찬을 급간식으로 제공한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영아 반 부실 급식 문제는 더 심각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원장님께 저희가 우유가 없다고 원장님 우유를 더 사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여쭸더니 선생님, 그러면 아이들이 말을 못하잖아. 엄마들한테 얘기 안 하니까 안 줘도 돼. 물이랑 같이 먹여."]

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저희에게 보내온 사진이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3월인데, 3이란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8월로 둔갑시킨 겁니다.

실제 유통기한이 석 달이나 지난 6월에서야 아이들에게 제공됐다고 합니다.

한 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보육교사 B 씨/음성변조 : "깜짝 놀라서 이 주스만 그런가하고 봤죠. 며칠 동안 사실 너무 불안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쨋든 이거 때문일 것 같다..."]

양도 부족하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주고, 물론 전국의 4만여 어린이집이 다 그런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문제 심각합니다.

식재료를 빼돌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원장의 딸을 위해 급식 식재료로 도시락을 2개씩 싸서 갖다놓는다, 어린이집의 신선한 과일은 가져가고, 원장 집의 오래된 과일은 다시 가져다 놓는다.

이런 답변도 나왔습니다.

[보육교사 A 씨/음성변조 : "수분이 빠져서 쭈글쭈글해지잖아요. 그걸 갖고 오세요. 그리고 그날 어린이집 (메뉴가) 수박이에요. 그럼 교체해서 가져가시는 거예요."]

또 계란 반찬이 나오는 날엔 할인하는 계란과 동물복지 계란을 따로 구입해서 비싼 동물복지 계란은 원장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급식비에 1인당 2천 원이 지금 국가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유아 표준 식비 2천6백 원에 비해서는 약 6백 원 정도가 모자란 건 사실입니다.

일부 원장님들은 그로 인해서 운영비에서 자비를 들여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월부터 지원금이 2천5백 원으로 오르는데요.

이번에 응답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원금만 늘린다고 해서 과연 무언가 개선이 되겠는가라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보육교사들은 다른 것도 아닌 밥 문제인 만큼, 확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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