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백인 모델에 흑인 가발…패션계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20.01.28 (20:38) 수정 2020.01.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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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사진을 먼저 보시죠.

패션쇼 현장인데요.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모델들의 머리를 자세히 보시면, 작고 촘촘하게 머리카락을 땋아 만든 가발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이런 머리 모양을 두고 콘로우라고 하는데요.

일본 유명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이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열린 2020 가을/겨울 남성복 패션쇼에서 일부 모델에게 이 콘로우 가발을 씌웠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앵커]

이 가발이 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가요?

[답변]

콘로우는 주로 흑인들이 즐겨하는 머리 모양입니다.

문제가 된 건 패션쇼에 선 모델 대다수가 백인이었고 이들이 모두 콘로우 가발을 착용했다는 겁니다.

이날 패션쇼에 선 흑인 모델은 3명이었는데 이들 중 1명만 콘로우 가발을 썼고 나머지 2명은 가발을 쓰지 않고 무대에 섰습니다.

패션쇼가 끝난 이후 꼼데가르송이 백인 모델에게 흑인 머리 모양 가발을 씌운 것에 대해 불쾌하다, 인종차별적이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이게 왜 차별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경우 콘로우 같은 흑인들이 즐겨하는 머리 모양에 대한 차별 행위를 하면 벌금을 내야 할 정도로 이 머리 모양이 민감하게 다뤄지기도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결국 흑인의 머리 스타일을 본뜬 콘로우를 백인에게 쓰게 한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견이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한 문화집단이 다른 문화집단의 전통문화를 그릇되게 사용하지 말자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류 문화권에서 비주류 문화권의 관습이나 전통문화를 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하는 것을 두고 '문화적 도용 (cultural appropriation)' 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꼼데가르송 패션쇼에서 백인에게 콘로우 가발을 씌우게 한 것에 반발이 큰 쪽에서는 이것이 전형적인 문화적 도용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좀더 쉽게 예를 들면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거나 희화화할 목적으로 얼굴에 검게 색칠을 했다면 바로 이것이 문화적 도용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백인들이 콘로우 가발을 쓰게 되면 그것은 흑인과 백인의 조화가 아니라 흑인들의 머리 모양의 문화적 의미와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희화화 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아야나 버드/작가 : "머리를 땋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기념하는 행사가 되고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됩니다."]

[징어 프레이저/뉴욕시립대 흑인학 조교수 : "아프리카 여성들이 그들만의 미의 정치를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앵커]

이에 대해 꼼데가르송은 어떤 반응을 내놨나요?

[답변]

꼼데가르송 패션쇼의 헤어디자이너 줄리앵 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집트 파라오를 형상화한 그림을 공유하면서 "고대 이집트 왕자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헤어디자이너의 해명에도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헤어디자이너를 비판하거나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비록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주의와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앵커]

그런데 패션계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해 초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가 선보인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스웨터입니다.

스웨터가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입 모양을 따라 붉은색으로 디자인된 옷인데요.

흑인 얼굴을 검은 피부와 과장된 입술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캐시 위저/미국 시민 : "얼굴을 감싼 것과 입 주변의 붉은색은 오래전 흑인들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미국 유명 힙합 가수 50센트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구찌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을 올리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구찌는 사과의 글을 남겼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즉시 해당 제품을 수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죠.

의류 디자이너로 변신한 유명 팝가수 케이티 페리도 지난해 흑인 얼굴을 모티브로 한 구두를 선보였다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요.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지난 2018년 미국 뉴욕 맨해튼 매장에 검은 얼굴에 붉은 입술을 과대하게 표현한 피규어를 진열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사전에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검토하는데도 인종차별을 형상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패션업계에 백인 경영진, 백인 디자이너가 많아 인종적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이런 인종차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성 담당 책임자를 영입하는 패션 브랜드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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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인사이드] 백인 모델에 흑인 가발…패션계 인종차별 논란
    • 입력 2020-01-28 20:29:23
    • 수정2020-01-28 20:55:00
    글로벌24
[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사진을 먼저 보시죠.

패션쇼 현장인데요.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모델들의 머리를 자세히 보시면, 작고 촘촘하게 머리카락을 땋아 만든 가발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이런 머리 모양을 두고 콘로우라고 하는데요.

일본 유명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이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열린 2020 가을/겨울 남성복 패션쇼에서 일부 모델에게 이 콘로우 가발을 씌웠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앵커]

이 가발이 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가요?

[답변]

콘로우는 주로 흑인들이 즐겨하는 머리 모양입니다.

문제가 된 건 패션쇼에 선 모델 대다수가 백인이었고 이들이 모두 콘로우 가발을 착용했다는 겁니다.

이날 패션쇼에 선 흑인 모델은 3명이었는데 이들 중 1명만 콘로우 가발을 썼고 나머지 2명은 가발을 쓰지 않고 무대에 섰습니다.

패션쇼가 끝난 이후 꼼데가르송이 백인 모델에게 흑인 머리 모양 가발을 씌운 것에 대해 불쾌하다, 인종차별적이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이게 왜 차별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경우 콘로우 같은 흑인들이 즐겨하는 머리 모양에 대한 차별 행위를 하면 벌금을 내야 할 정도로 이 머리 모양이 민감하게 다뤄지기도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결국 흑인의 머리 스타일을 본뜬 콘로우를 백인에게 쓰게 한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견이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는 한 문화집단이 다른 문화집단의 전통문화를 그릇되게 사용하지 말자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류 문화권에서 비주류 문화권의 관습이나 전통문화를 그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하는 것을 두고 '문화적 도용 (cultural appropriation)' 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꼼데가르송 패션쇼에서 백인에게 콘로우 가발을 씌우게 한 것에 반발이 큰 쪽에서는 이것이 전형적인 문화적 도용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좀더 쉽게 예를 들면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거나 희화화할 목적으로 얼굴에 검게 색칠을 했다면 바로 이것이 문화적 도용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백인들이 콘로우 가발을 쓰게 되면 그것은 흑인과 백인의 조화가 아니라 흑인들의 머리 모양의 문화적 의미와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희화화 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아야나 버드/작가 : "머리를 땋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기념하는 행사가 되고 우리 정체성의 일부가 됩니다."]

[징어 프레이저/뉴욕시립대 흑인학 조교수 : "아프리카 여성들이 그들만의 미의 정치를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앵커]

이에 대해 꼼데가르송은 어떤 반응을 내놨나요?

[답변]

꼼데가르송 패션쇼의 헤어디자이너 줄리앵 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집트 파라오를 형상화한 그림을 공유하면서 "고대 이집트 왕자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 의도는 없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헤어디자이너의 해명에도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헤어디자이너를 비판하거나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비록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주의와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앵커]

그런데 패션계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해 초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가 선보인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스웨터입니다.

스웨터가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입 모양을 따라 붉은색으로 디자인된 옷인데요.

흑인 얼굴을 검은 피부와 과장된 입술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캐시 위저/미국 시민 : "얼굴을 감싼 것과 입 주변의 붉은색은 오래전 흑인들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미국 유명 힙합 가수 50센트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구찌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을 올리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구찌는 사과의 글을 남겼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즉시 해당 제품을 수거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죠.

의류 디자이너로 변신한 유명 팝가수 케이티 페리도 지난해 흑인 얼굴을 모티브로 한 구두를 선보였다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요.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지난 2018년 미국 뉴욕 맨해튼 매장에 검은 얼굴에 붉은 입술을 과대하게 표현한 피규어를 진열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사전에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검토하는데도 인종차별을 형상화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패션업계에 백인 경영진, 백인 디자이너가 많아 인종적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이런 인종차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성 담당 책임자를 영입하는 패션 브랜드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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