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인사이드] 2차사고 위험한데 ‘안전용품’ 설치 의무?

입력 2020.02.16 (07:11) 수정 2020.02.16 (07: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멈춰 서 있는 차량에 뒤따르던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를 2차사고라고 하죠.

이런 2차 사고는 특히 어두운 밤 시간에 많이 발생하는데요.

뒤따르는 차량이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1차 사고가 난 차량의 운전자가 안전삼각대 등을 설치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야간에는 잘 보이지도 않은데다, 오히려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서 차라리 비상등을 켜고 운전자는 도로 밖으로 피하는 게 더 낫다고 합니다.

실험을 통해서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

1차 사고로 도로에 멈춰 있던 화물차를 뒤따라오던 승합차가 들이받은 건데요.

승합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숨졌고 화물차에 타고 있던 2명이 다쳤습니다.

문제가 생긴 차량이나 운전자를 뒤따르던 다른 차량이 다시 부딪치는 사고를 2차 교통사고라고 하는데요.

[김정열/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교수 : "먼저 일어난 사고나 차량 고장 등으로 정차한 상태에서 탑승자가 차 안에 있거나 혹은 차량 주변에 서성거리다 뒤따르던 다른 차량과 추돌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2차 사고는 겨울철, 특히 야간에 많이 발생하는데요.

지난 5년간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 가운데 36% 이상이 11월과 2월 사이에 발생했고, 사고의 73%는 야간에 집중됐습니다.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겨울철에는 노면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그리고 차량 내 히터에 의해서 운전자의 주의 집중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전방에 있는 사고나 고장 등의 상황을 깨닫고 대응하는데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2차 사고가 밤에 집중되는 이유는 뭔지 낮과 밤의 가시거리 차이를 실험했습니다.

색깔이 각각 다른 고무 고깔 8개.

낮에는 150m 거리에서 형체는 물론 색깔도 어느 정도 구분됩니다.

밤에는 어떤지 확인해 봤는데요.

150m 떨어진 곳에선 고깔이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듭니다.

5m 앞까지 바짝 붙어서야 비로소 고깔의 형체와 색깔을 모두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열/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교수 : "야간에는 주간과 달리 차량의 전조등 불빛에 의존해서 주행을 하게 되는데 전조등이 비추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주간에 비해서 상당히 짧게 볼 수밖에 없고요."]

야간에 도로에서 문제가 생겼을 땐 당황하지 말고 2차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데요.

만약 안전삼각대나 불꽃신호기 등 안전용품을 설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요?

심야 시간대 이런 안전용품들이 얼마나 운전자 눈에 잘 띄는지 실험을 해봤는데요.

출발지점으로부터 2km 전방에 목표물을 두고 주행해봤습니다.

사고 차량에 1.5km까지 접근했을 때 먼저 운전자가 켜 둔 비상등이 깜빡이는 게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불꽃신호기로, 900m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삼각대는 150m 앞까지 다가간 뒤에야 눈에 띄었습니다.

[고치현/실험 차량 운전자 : "삼각대는 거의 보이지 않아서 실제 상황이었으면 사고가 났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전용품 설치 시간 역시 재보니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는 데는 40초, 불꽃신호기는 1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반면에 비상등을 켜고 바로 대피한 경우는 15초 정도 걸렸는데요.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2차 사고의 약 79%가 도로 밖으로 대피하지 않는 상태에서 차량 주변, 차량 안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깜깜한 밤에 안전용품을 설치하는 1분 동안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사고 시 안전삼각대나 불꽃신호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실효성도 떨어지는 안전용품을 설치하려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설 경우 즉시 비상등을 켜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게 낫다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요.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뒤따르는 차량이 전방의 사고나 고장을 인지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가능한 도로 밖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차량 부근에 머물지 말고, 즉시 도로 바깥으로 몸을 피해야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만큼 관련법 개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재난·안전 인사이드] 2차사고 위험한데 ‘안전용품’ 설치 의무?
    • 입력 2020-02-16 07:21:44
    • 수정2020-02-16 07:25:16
    KBS 재난방송센터
[앵커]

고속도로에서 사고로 멈춰 서 있는 차량에 뒤따르던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를 2차사고라고 하죠.

이런 2차 사고는 특히 어두운 밤 시간에 많이 발생하는데요.

뒤따르는 차량이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1차 사고가 난 차량의 운전자가 안전삼각대 등을 설치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야간에는 잘 보이지도 않은데다, 오히려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아서 차라리 비상등을 켜고 운전자는 도로 밖으로 피하는 게 더 낫다고 합니다.

실험을 통해서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

1차 사고로 도로에 멈춰 있던 화물차를 뒤따라오던 승합차가 들이받은 건데요.

승합차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숨졌고 화물차에 타고 있던 2명이 다쳤습니다.

문제가 생긴 차량이나 운전자를 뒤따르던 다른 차량이 다시 부딪치는 사고를 2차 교통사고라고 하는데요.

[김정열/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교수 : "먼저 일어난 사고나 차량 고장 등으로 정차한 상태에서 탑승자가 차 안에 있거나 혹은 차량 주변에 서성거리다 뒤따르던 다른 차량과 추돌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2차 사고는 겨울철, 특히 야간에 많이 발생하는데요.

지난 5년간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 가운데 36% 이상이 11월과 2월 사이에 발생했고, 사고의 73%는 야간에 집중됐습니다.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겨울철에는 노면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그리고 차량 내 히터에 의해서 운전자의 주의 집중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전방에 있는 사고나 고장 등의 상황을 깨닫고 대응하는데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2차 사고가 밤에 집중되는 이유는 뭔지 낮과 밤의 가시거리 차이를 실험했습니다.

색깔이 각각 다른 고무 고깔 8개.

낮에는 150m 거리에서 형체는 물론 색깔도 어느 정도 구분됩니다.

밤에는 어떤지 확인해 봤는데요.

150m 떨어진 곳에선 고깔이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힘듭니다.

5m 앞까지 바짝 붙어서야 비로소 고깔의 형체와 색깔을 모두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김정열/한국교통안전공단 안전관리처 교수 : "야간에는 주간과 달리 차량의 전조등 불빛에 의존해서 주행을 하게 되는데 전조등이 비추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주간에 비해서 상당히 짧게 볼 수밖에 없고요."]

야간에 도로에서 문제가 생겼을 땐 당황하지 말고 2차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데요.

만약 안전삼각대나 불꽃신호기 등 안전용품을 설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요?

심야 시간대 이런 안전용품들이 얼마나 운전자 눈에 잘 띄는지 실험을 해봤는데요.

출발지점으로부터 2km 전방에 목표물을 두고 주행해봤습니다.

사고 차량에 1.5km까지 접근했을 때 먼저 운전자가 켜 둔 비상등이 깜빡이는 게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불꽃신호기로, 900m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삼각대는 150m 앞까지 다가간 뒤에야 눈에 띄었습니다.

[고치현/실험 차량 운전자 : "삼각대는 거의 보이지 않아서 실제 상황이었으면 사고가 났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전용품 설치 시간 역시 재보니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는 데는 40초, 불꽃신호기는 1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반면에 비상등을 켜고 바로 대피한 경우는 15초 정도 걸렸는데요.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2차 사고의 약 79%가 도로 밖으로 대피하지 않는 상태에서 차량 주변, 차량 안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깜깜한 밤에 안전용품을 설치하는 1분 동안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사고 시 안전삼각대나 불꽃신호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실효성도 떨어지는 안전용품을 설치하려고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에서 차가 설 경우 즉시 비상등을 켜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게 낫다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요.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뒤따르는 차량이 전방의 사고나 고장을 인지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가능한 도로 밖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게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차량 부근에 머물지 말고, 즉시 도로 바깥으로 몸을 피해야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만큼 관련법 개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