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못 걸러내”…‘오류 투성이’ 초중고 새 급식 시스템

[앵커]

요즘은 초중고교에서 다들 급식을 하는데,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의 경우, 부모님들 걱정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다음 달 도입하기로 한 급식시스템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서 영양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조 모 씨는 38년 동안 학교에서 영양사로 급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교육부의 '새 급식 시스템'을 사용해 식단표를 짜야 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같은 요리라도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영양성분이 크게 달라지는데, 새 시스템에선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영양교사 : "이게 구 나이스인데 탕수육이 열량부터 다 종류별로 다 다른데... 신 나이스에서는 모든 탕수육에 열량이나 단백질이 다 똑같아요."]

더 큰 문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19개 식재료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점입니다.

신규 급식시스템에 '땅콩 호떡'이라고 입력해보니 알레르기 정보란에 땅콩이 표시돼야 하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채소로 만든 어묵엔 아황산과 쇠고기를 주의하라는 표시가 뜨고 닭고기 만두엔 조개와 돼지고기를 조심하란 엉뚱한 정보가 뜨기도 합니다.

[영양 교사 : "학부모나 학생들한테, 과연 맞는 건가 우려되는 거죠."]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이 급식을 잘못 먹었다간 경련에서 발작,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 : "(알레르기 음식이) 안 보이게 급식 안에 들어있으면, 저희 아이는 큰일 나요. 그게 제일 무서운 거죠. 밥을 삼시 세끼 싸줄 수도 없고..."]

교육부는 일단 시스템을 도입한 뒤 오류를 고쳐나가겠단 입장이지만, 전국 초중고교의 영양 교사 4천5백여 명은 새로운 시스템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 급식시스템은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에 도입됩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