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끝까지 사명을 다해”…살신성인 故 유재국 경위 잠들다

입력 2020.02.20 (08:33) 수정 2020.02.20 (09: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 15일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 한 경찰관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고 유재국 경위인데요.

고인은 한강경찰대 소속으로 그동안 수많은 목숨을 구한 베테랑 경찰관이었습니다.

고인의 희생을 계기로 한강수색 업무를 맡은 경찰관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이번 사고를 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지난 15일 서울 가양대교 북단.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찾기 위해 한강경찰대 소속 유재국 경위가 강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유 경위는 끝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양희림/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 : "한강경찰대 대원이 가양대교 교각 사이에 끼어있다는 지령을 받고 출동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일단 시야가 아예 안 나오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물의 물살도 많이 센 상황이어서 수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유 경위는 실종자 수색을 이미 완료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 더 찾아보겠다며 다시 거센 물속으로 들어갔다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동료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건/동료 경찰관 : "왜 두 번 더 들어간다고 했냐. 내가 그걸 안 말린 게 후회스럽고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난 18일 유족과 동료들의 애도 속에 고 유재국 경위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영정 사진 속 환한 미소의 고 유재국 경위.

고인이 생전 자랑스러워했다는 경찰 정복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이용표/서울지방경찰청장 :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를 헌신하는 경찰의 숙명 앞에서 당신은 경 찰관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실천하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 지 사명을 다해 준 당신은 경찰의 표상이자 영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유 경위는 인명구조와 수상구조 자격증을 갖춘 베테랑 경찰이었습니다.

한강경찰대에 근무하며 해마다 수십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은 그를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료 경찰관 : "젊은 나이에 살신성인해서 몸을 바쳐서 사 랑하는 가족들 남기고 떠난 것에 대해서 굉 장히 안타깝고 애도하는 마음이죠."]

영결식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가족들.

특히 유 경위의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했는데요.

태어날 아기에게 아빠가 훌륭한 경찰관이었다는 걸 꼭 이야기해주겠다고 동료 경찰관은 약속했습니다.

[고건/동료 경찰관 : "6개월 후에 태어날 조카는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나중에 커서 아빠 물어보면 네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이었고 용감한 경찰관이었는지 꼭 말해줄게. 그리고 언제나 경찰 가족으로서 반드시 지켜줄게."]

장례 기간 내내 많은 선후배 경찰관들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는데요.

유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조문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유재국/경위 친형 : "모든 경찰들의 아낌없는 위로와 배려 속에 동생의 가는 길을 잘 배웅할 수 있게 돼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동생 가 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 유재국 경위는 마지막 근무지를 둘러본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시민들도 고 유재국 경위의 희생을 기억하고, 또 기리고 있습니다.

[이영희/시민 :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모든 임무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진짜 존경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작은 우리 영웅으로도 볼 수 있는..."]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강경찰대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곽대경/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물에 빠진 사람 등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굉장히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데에 비해서 인력도 30명으 로 구성되어있는데 4개 팀으로 나누다 보니 실제로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섯 명 여섯 명 정도가 근무하는 부족한 상황입니 다."]

들으신대로 고 유재국 경위가 근무했던 한강경찰대의 총 인원은 30명인데, 그마저도 교대로 운영합니다.

40여킬로미터에 달하는 한강 물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 많은 사고에 대비하려면 부족한 인원이라는데 이견은 없어보입니다.

특히 최근엔 이런 한강 사고가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양희림/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 : "최근에 좀 많이 있습니다. 경위님 신고해서 바로 출동 갔다가 저희가 바로 들어와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30분도 안 돼서 또 1명 이 마포대교에서 투신해서 바로 또 가고 이런 상황이 그날 출동이 엄청 많았습니다. 여덟 건 정도, 하루 만에."]

장비 부족도 문젭니다.

인명구조를 위한 기본적인 잠수 장비는 있지만, 정작 고 유재국 경위와 같은 수색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필요한 장비는 열악하다는 겁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수중에서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장비라든 지 또는 수중에서 위성으로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는 GPS 시스템 이런 것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생 명이 위급한 사람들을 구하는 한강경찰대의 업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번 일을 계기로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일은 정말 더 이상 없어야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끝까지 사명을 다해”…살신성인 故 유재국 경위 잠들다
    • 입력 2020-02-20 08:37:00
    • 수정2020-02-20 09:14:42
    아침뉴스타임
[앵커]

지난 15일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구하려다 한 경찰관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고 유재국 경위인데요.

고인은 한강경찰대 소속으로 그동안 수많은 목숨을 구한 베테랑 경찰관이었습니다.

고인의 희생을 계기로 한강수색 업무를 맡은 경찰관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이번 사고를 취재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시죠.

[리포트]

지난 15일 서울 가양대교 북단.

한강에 투신한 시민을 찾기 위해 한강경찰대 소속 유재국 경위가 강물로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유 경위는 끝내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양희림/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 : "한강경찰대 대원이 가양대교 교각 사이에 끼어있다는 지령을 받고 출동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일단 시야가 아예 안 나오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물의 물살도 많이 센 상황이어서 수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유 경위는 실종자 수색을 이미 완료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 더 찾아보겠다며 다시 거센 물속으로 들어갔다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동료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건/동료 경찰관 : "왜 두 번 더 들어간다고 했냐. 내가 그걸 안 말린 게 후회스럽고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난 18일 유족과 동료들의 애도 속에 고 유재국 경위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영정 사진 속 환한 미소의 고 유재국 경위.

고인이 생전 자랑스러워했다는 경찰 정복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이용표/서울지방경찰청장 :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를 헌신하는 경찰의 숙명 앞에서 당신은 경 찰관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실천하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 지 사명을 다해 준 당신은 경찰의 표상이자 영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유 경위는 인명구조와 수상구조 자격증을 갖춘 베테랑 경찰이었습니다.

한강경찰대에 근무하며 해마다 수십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은 그를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료 경찰관 : "젊은 나이에 살신성인해서 몸을 바쳐서 사 랑하는 가족들 남기고 떠난 것에 대해서 굉 장히 안타깝고 애도하는 마음이죠."]

영결식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가족들.

특히 유 경위의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했는데요.

태어날 아기에게 아빠가 훌륭한 경찰관이었다는 걸 꼭 이야기해주겠다고 동료 경찰관은 약속했습니다.

[고건/동료 경찰관 : "6개월 후에 태어날 조카는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나중에 커서 아빠 물어보면 네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이었고 용감한 경찰관이었는지 꼭 말해줄게. 그리고 언제나 경찰 가족으로서 반드시 지켜줄게."]

장례 기간 내내 많은 선후배 경찰관들이 고인의 빈소를 찾았는데요.

유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조문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유재국/경위 친형 : "모든 경찰들의 아낌없는 위로와 배려 속에 동생의 가는 길을 잘 배웅할 수 있게 돼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동생 가 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 유재국 경위는 마지막 근무지를 둘러본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시민들도 고 유재국 경위의 희생을 기억하고, 또 기리고 있습니다.

[이영희/시민 :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는 모든 임무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진짜 존경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작은 우리 영웅으로도 볼 수 있는..."]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강경찰대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곽대경/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물에 빠진 사람 등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굉장히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데에 비해서 인력도 30명으 로 구성되어있는데 4개 팀으로 나누다 보니 실제로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섯 명 여섯 명 정도가 근무하는 부족한 상황입니 다."]

들으신대로 고 유재국 경위가 근무했던 한강경찰대의 총 인원은 30명인데, 그마저도 교대로 운영합니다.

40여킬로미터에 달하는 한강 물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 많은 사고에 대비하려면 부족한 인원이라는데 이견은 없어보입니다.

특히 최근엔 이런 한강 사고가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양희림/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 : "최근에 좀 많이 있습니다. 경위님 신고해서 바로 출동 갔다가 저희가 바로 들어와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30분도 안 돼서 또 1명 이 마포대교에서 투신해서 바로 또 가고 이런 상황이 그날 출동이 엄청 많았습니다. 여덟 건 정도, 하루 만에."]

장비 부족도 문젭니다.

인명구조를 위한 기본적인 잠수 장비는 있지만, 정작 고 유재국 경위와 같은 수색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필요한 장비는 열악하다는 겁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수중에서 무선통신을 할 수 있는 장비라든 지 또는 수중에서 위성으로 위치 확인을 할 수 있는 GPS 시스템 이런 것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생 명이 위급한 사람들을 구하는 한강경찰대의 업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번 일을 계기로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일은 정말 더 이상 없어야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