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대구 방문 안 알리고 유럽 공무출장…괜찮을까?

입력 2020.02.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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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시점에 대구를 방문한 예술단 관계자가 있다. 이 관계자는 대구 방문 사실을 소속 기관이나 동료에게 알리지 않고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갔다. 현지에서 업무 차 사람들을 만나고 식사도 같이 했다. 발열이나 기침 등 이상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출장기간 동안 접촉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대구 방문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귀국 후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를 접촉한 유럽 지역 기관들은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관계자의 행동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직원 3명 독일·오스트리아 출장…1명은 대구 방문자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 직원 3명이 지난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5월로 추진 중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공연을 위한 업무협의와 답사를 위해서였다. 일행은 도르트문트와 쾰른을 방문해 독일 측 관계자들을 만난 뒤, 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파견 공무원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25일엔 독일 베를린으로 이동해 베를린문화원장과 직원 등 3명과 업무협의를 하며 저녁 식사를 했다. 26일 베를린문화원과 한차례 더 만날 약속을 했지만, 세종문화회관 출장자들은 약속 장소에 오는 대신 전화를 걸어왔다. 일행 중 1명이 지난 15~16일, 20~21일 본가가 있는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행은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아…출국 직전 통보

해당 관계자는 같이 출장 온 동료 2명에게도 대구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귀국일인 26일 아침 식사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처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후 그동안 접촉했던 오스트리아 주재 공무원과 베를린문화원장에게도 같은 내용을 알려왔다.

물론 해당 직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었다. 이상증상도 없었고 신천지 교인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베를린문화원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전화를 받은 시간은 이미 모든 직원이 출근한 이후인 오전 10시. 우선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문화원장과 직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을 귀가 조치했다. 접촉자 3명은 주독일대사관과 문화체육부 등 상급기관에 보고를 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문화원에 대한 방역조치를 하고 다음날인 27일부터는 접촉자 3명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택근무라 해서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직원 2명은 어린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의 건강을 염려해 집으로 가지 않고 숙박시설로 향했다. 이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 역시 집 대신 호텔 신세를 져야 했다. 오스트리아 주재 문체부 공무원은 최근 한국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근무처인 대사관의 다른 직원들을 고려해 이미 23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주독일대사관도 해당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동경로와 숙소, 접촉자 파악에 들어갔다. 대사관과 문화원 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대사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세미나는 취소됐다. 교민과 유학생 등 한인사회도 사건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다행히 3명 모두 음성…가슴 쓸어내려

출장자 3명은 인천공항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이후 보건소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제서야 베를린문화원과 주독일대사관, 주오스트리대사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약 40시간 동안의 불안감도 사라졌다. 만약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 결과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당장 문화원 폐쇄와 문화원 직원들에 대한 격리조치와 검사가 진행됐을 것이다. 출장자들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러 도시를 이동했기 때문에 이동 경로를 따라 접촉자 파악을 하느라 많은 행정력이 투입됐을 것이다.

독일도 현재 환자가 늘고 있어 촉각이 곤두서 있다. 특히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에서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터라 보건부와 내무부, 경제에너지부 등이 총력 대응하고 있다. 25일에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독일을 방문해 하이코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을 비롯한 16개국 외교장관들에게 한국이 선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통제 등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기도 했다.

공무출장의 무게…"사전 대책 논의했어야" 지적 나와

거듭 확실히 해두지만 대구 방문자라 해서 확진자 취급을 하는 건 말도 안된다. 이상증상도 없는데 여행이나 출장을 무작정 막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구를 방문했다고 감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한창 환자가 속출하는 시점에 해당 지역을 다녀왔다면 출장을 앞두고 관련 사실을 소속 기관에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사적 여행도 아니고 공무 출장이었기 때문에 무게가 다르다. 정말로 불가피한 출장이었다면 출장 전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 출장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4일부터 코로나19 심각지역을 다녀온 직원들에 대해 보고 의무와 함께 2주간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다. 당분간 해외 출장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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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19:49:02
    특파원 리포트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시점에 대구를 방문한 예술단 관계자가 있다. 이 관계자는 대구 방문 사실을 소속 기관이나 동료에게 알리지 않고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갔다. 현지에서 업무 차 사람들을 만나고 식사도 같이 했다. 발열이나 기침 등 이상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출장기간 동안 접촉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대구 방문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귀국 후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를 접촉한 유럽 지역 기관들은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관계자의 행동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직원 3명 독일·오스트리아 출장…1명은 대구 방문자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 직원 3명이 지난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5월로 추진 중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공연을 위한 업무협의와 답사를 위해서였다. 일행은 도르트문트와 쾰른을 방문해 독일 측 관계자들을 만난 뒤, 2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파견 공무원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25일엔 독일 베를린으로 이동해 베를린문화원장과 직원 등 3명과 업무협의를 하며 저녁 식사를 했다. 26일 베를린문화원과 한차례 더 만날 약속을 했지만, 세종문화회관 출장자들은 약속 장소에 오는 대신 전화를 걸어왔다. 일행 중 1명이 지난 15~16일, 20~21일 본가가 있는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행은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아…출국 직전 통보

해당 관계자는 같이 출장 온 동료 2명에게도 대구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귀국일인 26일 아침 식사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처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후 그동안 접촉했던 오스트리아 주재 공무원과 베를린문화원장에게도 같은 내용을 알려왔다.

물론 해당 직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었다. 이상증상도 없었고 신천지 교인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베를린문화원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전화를 받은 시간은 이미 모든 직원이 출근한 이후인 오전 10시. 우선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문화원장과 직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을 귀가 조치했다. 접촉자 3명은 주독일대사관과 문화체육부 등 상급기관에 보고를 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문화원에 대한 방역조치를 하고 다음날인 27일부터는 접촉자 3명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택근무라 해서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직원 2명은 어린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의 건강을 염려해 집으로 가지 않고 숙박시설로 향했다. 이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 역시 집 대신 호텔 신세를 져야 했다. 오스트리아 주재 문체부 공무원은 최근 한국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지만 근무처인 대사관의 다른 직원들을 고려해 이미 23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주독일대사관도 해당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동경로와 숙소, 접촉자 파악에 들어갔다. 대사관과 문화원 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8일 대사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세미나는 취소됐다. 교민과 유학생 등 한인사회도 사건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봤다.


다행히 3명 모두 음성…가슴 쓸어내려

출장자 3명은 인천공항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이후 보건소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제서야 베를린문화원과 주독일대사관, 주오스트리대사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약 40시간 동안의 불안감도 사라졌다. 만약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 결과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당장 문화원 폐쇄와 문화원 직원들에 대한 격리조치와 검사가 진행됐을 것이다. 출장자들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러 도시를 이동했기 때문에 이동 경로를 따라 접촉자 파악을 하느라 많은 행정력이 투입됐을 것이다.

독일도 현재 환자가 늘고 있어 촉각이 곤두서 있다. 특히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에서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터라 보건부와 내무부, 경제에너지부 등이 총력 대응하고 있다. 25일에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독일을 방문해 하이코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을 비롯한 16개국 외교장관들에게 한국이 선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통제 등 과도한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기도 했다.

공무출장의 무게…"사전 대책 논의했어야" 지적 나와

거듭 확실히 해두지만 대구 방문자라 해서 확진자 취급을 하는 건 말도 안된다. 이상증상도 없는데 여행이나 출장을 무작정 막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구를 방문했다고 감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한창 환자가 속출하는 시점에 해당 지역을 다녀왔다면 출장을 앞두고 관련 사실을 소속 기관에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사적 여행도 아니고 공무 출장이었기 때문에 무게가 다르다. 정말로 불가피한 출장이었다면 출장 전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 출장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4일부터 코로나19 심각지역을 다녀온 직원들에 대해 보고 의무와 함께 2주간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다. 당분간 해외 출장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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