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해외도피 전 남편이 아내에게 준 횡령금, 반환해야”

입력 2020.03.02 (18:27) 수정 2020.03.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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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피를 앞둔 남편이 회사에서 횡령한 자금을 아내에게 건네 교육비와 생활비 등 통상적 가계 지출에 사용하도록 했다면 법률상 '사해행위'로, 아내가 회사에 돈을 돌려줘야 한단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해행위는 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재산을 줄여서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법원 1부는 다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의 한국 법인인 A사가 전직 임원 B씨의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B씨는 2005년부터 2017년 2월까지 12년에 걸쳐 회사 자금 약 1317억원을 빼돌린 후 홍콩으로 도피해 잠적했습니다.

B씨는 2008년 회사 계좌에서 아내 명의의 계좌로 3000만원을 보냈고, 도피 하루 전인 2017년 2월 3일에도 자신의 계좌에서 아내와 자녀 등의 계좌로 8만7000달러(약 1억여원)를 송금했습니다.

A사는 B씨가 자신의 가족에게 8만7000달러를 송금한 행위가 B씨가 재산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처분한 사해행위라며 B씨의 아내에게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A사의 주장을 인정해 아내가 회사에 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타인에게 줬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해행위라는 기존의 법리를 수용한 겁니다.

B씨의 아내는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2심은 "B씨는 아내가 자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인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주기적으로 생활비와 교육비를 송금해왔다"며 "B씨가 아내에게 2017년 2월 3일 송금한 8만7000달러도 생활비·교육비로 쓰였으므로 이를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시 A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B씨가 아내에게 8만7000달러를 송금한 것은 해외 도피가 임박한 시점에 회사 측 자금을 빼돌려 무상으로 아내에게 귀속시키기 위함으로 봐야 한다"며 돈을 돌려주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아내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8만7000달러를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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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해외도피 전 남편이 아내에게 준 횡령금, 반환해야”
    • 입력 2020-03-02 18:27:34
    • 수정2020-03-02 18:46:12
    사회
해외 도피를 앞둔 남편이 회사에서 횡령한 자금을 아내에게 건네 교육비와 생활비 등 통상적 가계 지출에 사용하도록 했다면 법률상 '사해행위'로, 아내가 회사에 돈을 돌려줘야 한단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해행위는 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 고의로 재산을 줄여서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법원 1부는 다국적 엔지니어링 기업의 한국 법인인 A사가 전직 임원 B씨의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B씨는 2005년부터 2017년 2월까지 12년에 걸쳐 회사 자금 약 1317억원을 빼돌린 후 홍콩으로 도피해 잠적했습니다.

B씨는 2008년 회사 계좌에서 아내 명의의 계좌로 3000만원을 보냈고, 도피 하루 전인 2017년 2월 3일에도 자신의 계좌에서 아내와 자녀 등의 계좌로 8만7000달러(약 1억여원)를 송금했습니다.

A사는 B씨가 자신의 가족에게 8만7000달러를 송금한 행위가 B씨가 재산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처분한 사해행위라며 B씨의 아내에게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A사의 주장을 인정해 아내가 회사에 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타인에게 줬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해행위라는 기존의 법리를 수용한 겁니다.

B씨의 아내는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2심은 "B씨는 아내가 자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인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주기적으로 생활비와 교육비를 송금해왔다"며 "B씨가 아내에게 2017년 2월 3일 송금한 8만7000달러도 생활비·교육비로 쓰였으므로 이를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시 A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B씨가 아내에게 8만7000달러를 송금한 것은 해외 도피가 임박한 시점에 회사 측 자금을 빼돌려 무상으로 아내에게 귀속시키기 위함으로 봐야 한다"며 돈을 돌려주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아내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8만7000달러를 자녀들의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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