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평가부터 성추행까지…성추행·갑질로 얼룩진 체육 단체

입력 2020.03.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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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다가 화가 나면 상급자는 소리 지르고 삿대질, 협박, 테이블 치기 등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 30대 여성 직원

"체육 단체다 보니 상명하복의 문화가 어느 집단보다 강하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미운털이 박힙니다. 확실한 징계 기준에 맞춰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복성 업무 분담 등의 2차 피해를 사전에 조치해야 합니다." - 20대 남성 직원

체육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입니다. 체육계 내부의 폭력성이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에게도 향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한 각 종목 단체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1,378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운동선수와 지도자를 상대로 조사한 적은 있지만,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정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를 본 경우가 전체의 10%,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전체의 34.1%에 달했습니다. 앞서 인권위가 조사한 운동선수의 피해 실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입니다.

'외모 평가'에 '성추행까지'...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

"'화장 좀 해', '회사 왜 다녀 시집이나 가서 골프나 치러 다녀', '남자친구 있느냐', 아침에 피곤해 보이면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 등등 말하곤 했습니다." - 30대 여성 직원

"상급자가 여자 지도자의 외모를 회의시간, 외부손님들 앞에서 평가하거나 '차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고 하고, 쓰다듬는 듯 행동하며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 30대 여성 직원

체육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 상당수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1년 이내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비율은 10%였는데 성별로 비교해보면 여성 21.1%, 남성 2.9%로 압도적으로 여성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가 전국 공공기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폭력 피해가 전체의 8.1%로 나타났는데, 이와 비교하면 체육 단체의 피해가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권위는 "체육 관련 기관 또는 단체가 더 권위적이고 위계적이며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불쾌감을 주는 성적 농담'이 6.2%, '회식 등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게 강요하는 행위'가 4.5%, '포옹, 손잡기, 안마, 입맞춤 등의 신체 접촉'이 3.3%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성관계를 전제로 승진, 임금 인상, 보직 임명 등을 제안하는 행위도 4건이나 접수됐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대부분 상사와 동료였고, 임원도 상당수였습니다. 대부분 직장 내 사무실에서 벌어졌고, 회식 장소가 뒤를 이었습니다.

인권위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분노, 우울감, 수치심, 수면장애, 대인기피 등 트라우마가 심각해, 방지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복장 지적'부터 '욕설'까지….'직장 내 괴롭힘' 심각

"성인이지만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복장, 머리, 신발 등 본인들이 봤을 때 거슬린다 싶으면 뭐라고 하고, 연가 쓰겠다는데도 눈치를 주며 심지어 회식이나 식사자리에서도 어른이 숟가락 놓기 전에 먼저 놓지 말라느니 버릇이 없다느니...심지어 최고 윗사람이라는 분은 어깨를 주무르고 등 허리를 쓰다듬으며 성희롱도 합니다."- 20대 여성 직원

조사 결과, 최근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번이라도 당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34.1%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여성은 45.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에 진행한 조사인데도 체육단체 및 기관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남성 중심, 상명하복 등의 위계적 조직 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식 참여를 강요한 경우가 16.7%, 욕설 등 언어폭력이 13.4%, 음주나 흡연 강요가 1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를 이동시키거나 퇴사를 강요한 경우도 전체의 4.5%였습니다.

인권위는 "괴롭힌 빈도가 2~3회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나 반복적, 습관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가해 주체는 상급자나 상사가 많고, 임원도 많아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구설에 휘말릴까봐'...신고 조치는 10%에 불과

반면, 피해 구제 조치는 미온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중 외부에 알려 공식 절차를 밟는 경우는 피해자 중 10.2%에 불과했습니다.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구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52.2%), '소용없을 것 같아서'(41.9%),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다들 가만히 있으니까'(39.7%) 등으로 나타나 신고 및 상담 기관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아무래도 아이도 키우고 맞벌이 가정이다 보니까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어요.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제 나이에 직장을 들어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냥 참아내고 감수하는 거죠. 굳이 내가 싫다고 표현해서 저한테 불이익이 온다면 이제 못하게 되는 거죠." - 30대 여성 직원

내·외부 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응답이 피해자 전체의 19.4%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5.2%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권위는 "조사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비밀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절반에 이르러 적절한 피해자 보호와 구제 등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공기관 중 83.4%는 직장 내 성희롱 해결을 위한 고충처리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군·구체육회와 시·군·구장애인체육회, 5~10인 미만의 작은 조직의 경우 대부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교육이나 고충상담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였습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정책리서치는 "종사자 다수가 조직의 관리자나 임직원들에게 인권의식과 감수성의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 및 전문가와 협의해 해당 기관에 대해 인권 보호를 위한 권고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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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평가부터 성추행까지…성추행·갑질로 얼룩진 체육 단체
    • 입력 2020-03-05 14:57:28
    취재K
"이야기하다가 화가 나면 상급자는 소리 지르고 삿대질, 협박, 테이블 치기 등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 30대 여성 직원

"체육 단체다 보니 상명하복의 문화가 어느 집단보다 강하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미운털이 박힙니다. 확실한 징계 기준에 맞춰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복성 업무 분담 등의 2차 피해를 사전에 조치해야 합니다." - 20대 남성 직원

체육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진술한 내용입니다. 체육계 내부의 폭력성이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에게도 향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한 각 종목 단체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1,378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운동선수와 지도자를 상대로 조사한 적은 있지만,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한정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를 본 경우가 전체의 10%,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전체의 34.1%에 달했습니다. 앞서 인권위가 조사한 운동선수의 피해 실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입니다.

'외모 평가'에 '성추행까지'...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

"'화장 좀 해', '회사 왜 다녀 시집이나 가서 골프나 치러 다녀', '남자친구 있느냐', 아침에 피곤해 보이면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 등등 말하곤 했습니다." - 30대 여성 직원

"상급자가 여자 지도자의 외모를 회의시간, 외부손님들 앞에서 평가하거나 '차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고 하고, 쓰다듬는 듯 행동하며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 30대 여성 직원

체육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 상당수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1년 이내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비율은 10%였는데 성별로 비교해보면 여성 21.1%, 남성 2.9%로 압도적으로 여성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가 전국 공공기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폭력 피해가 전체의 8.1%로 나타났는데, 이와 비교하면 체육 단체의 피해가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권위는 "체육 관련 기관 또는 단체가 더 권위적이고 위계적이며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불쾌감을 주는 성적 농담'이 6.2%, '회식 등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게 강요하는 행위'가 4.5%, '포옹, 손잡기, 안마, 입맞춤 등의 신체 접촉'이 3.3%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성관계를 전제로 승진, 임금 인상, 보직 임명 등을 제안하는 행위도 4건이나 접수됐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대부분 상사와 동료였고, 임원도 상당수였습니다. 대부분 직장 내 사무실에서 벌어졌고, 회식 장소가 뒤를 이었습니다.

인권위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분노, 우울감, 수치심, 수면장애, 대인기피 등 트라우마가 심각해, 방지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복장 지적'부터 '욕설'까지….'직장 내 괴롭힘' 심각

"성인이지만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복장, 머리, 신발 등 본인들이 봤을 때 거슬린다 싶으면 뭐라고 하고, 연가 쓰겠다는데도 눈치를 주며 심지어 회식이나 식사자리에서도 어른이 숟가락 놓기 전에 먼저 놓지 말라느니 버릇이 없다느니...심지어 최고 윗사람이라는 분은 어깨를 주무르고 등 허리를 쓰다듬으며 성희롱도 합니다."- 20대 여성 직원

조사 결과, 최근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번이라도 당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34.1%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여성은 45.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에 진행한 조사인데도 체육단체 및 기관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남성 중심, 상명하복 등의 위계적 조직 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식 참여를 강요한 경우가 16.7%, 욕설 등 언어폭력이 13.4%, 음주나 흡연 강요가 13.1%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를 이동시키거나 퇴사를 강요한 경우도 전체의 4.5%였습니다.

인권위는 "괴롭힌 빈도가 2~3회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나 반복적, 습관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가해 주체는 상급자나 상사가 많고, 임원도 많아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구설에 휘말릴까봐'...신고 조치는 10%에 불과

반면, 피해 구제 조치는 미온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중 외부에 알려 공식 절차를 밟는 경우는 피해자 중 10.2%에 불과했습니다.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구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52.2%), '소용없을 것 같아서'(41.9%),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다들 가만히 있으니까'(39.7%) 등으로 나타나 신고 및 상담 기관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아무래도 아이도 키우고 맞벌이 가정이다 보니까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어요.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제 나이에 직장을 들어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냥 참아내고 감수하는 거죠. 굳이 내가 싫다고 표현해서 저한테 불이익이 온다면 이제 못하게 되는 거죠." - 30대 여성 직원

내·외부 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응답이 피해자 전체의 19.4%지만,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5.2%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권위는 "조사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비밀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절반에 이르러 적절한 피해자 보호와 구제 등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공기관 중 83.4%는 직장 내 성희롱 해결을 위한 고충처리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군·구체육회와 시·군·구장애인체육회, 5~10인 미만의 작은 조직의 경우 대부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교육이나 고충상담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였습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정책리서치는 "종사자 다수가 조직의 관리자나 임직원들에게 인권의식과 감수성의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 및 전문가와 협의해 해당 기관에 대해 인권 보호를 위한 권고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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