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인사이드] 국경 연 터키…유럽 난민사태 재현 우려

입력 2020.03.05 (20:39) 수정 2020.03.0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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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국경을 개방한 터키 소식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터키가 국경을 개방했다라는 말은 지금까지 국경이 닫혔다는 말인데, 누구에게 국경이 닫혔다는 말입니까?

[답변]

먼저 지도를 보면, 터키는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 불가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가 있습니다.

터키는 내전 등을 피해 탈출한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주요 경유지로 이용돼왔는데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유럽연합은 터키가 자국에 체류 중인 난민이 유럽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약 60억 유로를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터키와 그리스 간 국경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최근 터키 정부가 국경을 열어 난민들이 그리스로 갈 수 있도록 하면서 대혼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앵커]

어떤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답변]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국경 지대에 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무력 충돌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일 터키-그리스 접경 지역인 파자르쿨레의 모습입니다.

난민들이 그리스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고 하자 그리스 국경경비대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난민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터키발로 전해졌지만 그리스는 가짜뉴스라며 이를 부인했습니다.

같은 날 터키 남서부 보드룸 인근 바다에서 그리스 해안 경비대원들이 보트에 탄 난민들을 막대기로 공격하고 해상에 총까지 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앵커]

얼마나 많은 난민이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려고 했던 건가요?

[답변]

지난 1일에만 만 3천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한꺼번에 월경을 시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이들은 터키와 그리스를 가르는 에브로스 강 주변에 운집해 강을 헤엄치거나 국경 울타리 아래를 파고드는 등의 방식으로 그리스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해상으로 그리스 진입을 시도하는 난민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난민 약 1,300명이 에게해 섬에 도착했습니다.

[마나즈 알리/아프가니스탄 난민 : "우리는 보트를 타고 그리스로 갈 것입니다. 그곳은 우리에게 정말 좋은 곳이 될 수 있어요."]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이후에만 2만 4천여 명의 난민 입국을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12월부터 시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내전이 격화되면서 약 90만 명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터키는 유럽연합과 국경 봉쇄 협약까지 맺었다면서 왜 갑자기 국경을 개방한 건가요?

[기자]

현재 터키에 머무르고 있는 중동, 북아프리카 난민은 370만 명에 달합니다.

과포화 상태인 거죠.

터키는 그동안 자국에 몰려드는 난민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 유럽 국가들이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을 유럽연합에 토로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말 터키 정부가 유럽으로 넘어가려는 난민을 붙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앞으로는 국경을 닫지 않을 것이며, 이런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맺은 협약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인데요.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 문제는 일정 부분 유럽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터키가 국경을 개방한 것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유럽연합에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시리아 내전과 관련이 깊다,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서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충돌이 격화되면서 유럽연합에 군사적인 지원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터키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비판하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터키 정부가 난민 카드로 유럽연합을 압박해 시리아에서 진행중인 터키 군사작전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게 아니냐,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터키의 국경 개방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중동에서 난민들이 몰려오던 지난 2015년과 2016년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터키와 국경을 접한 그리스의 한 장관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난민의 대이동을 두고 '침입'이라고 말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터키가 협약을 위반했다며 "이런 식으로 난민들이 그리스 국경으로 몰려가게 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난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터키를 비판하는 동시에 난민 유입을 막고 있는 그리스에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일단 터키와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터키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유럽연합 내 각국 사정이 다르다 보니 터키와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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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인사이드] 국경 연 터키…유럽 난민사태 재현 우려
    • 입력 2020-03-05 20:43:26
    • 수정2020-03-05 20:56:23
    글로벌24
[앵커]

최규연 캐스터,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나요?

[답변]

네, 오늘은 국경을 개방한 터키 소식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앵커]

터키가 국경을 개방했다라는 말은 지금까지 국경이 닫혔다는 말인데, 누구에게 국경이 닫혔다는 말입니까?

[답변]

먼저 지도를 보면, 터키는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 불가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가 있습니다.

터키는 내전 등을 피해 탈출한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주요 경유지로 이용돼왔는데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유럽연합은 터키가 자국에 체류 중인 난민이 유럽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약 60억 유로를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터키와 그리스 간 국경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최근 터키 정부가 국경을 열어 난민들이 그리스로 갈 수 있도록 하면서 대혼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앵커]

어떤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답변]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국경 지대에 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무력 충돌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일 터키-그리스 접경 지역인 파자르쿨레의 모습입니다.

난민들이 그리스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고 하자 그리스 국경경비대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난민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터키발로 전해졌지만 그리스는 가짜뉴스라며 이를 부인했습니다.

같은 날 터키 남서부 보드룸 인근 바다에서 그리스 해안 경비대원들이 보트에 탄 난민들을 막대기로 공격하고 해상에 총까지 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앵커]

얼마나 많은 난민이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려고 했던 건가요?

[답변]

지난 1일에만 만 3천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한꺼번에 월경을 시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이들은 터키와 그리스를 가르는 에브로스 강 주변에 운집해 강을 헤엄치거나 국경 울타리 아래를 파고드는 등의 방식으로 그리스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해상으로 그리스 진입을 시도하는 난민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난민 약 1,300명이 에게해 섬에 도착했습니다.

[마나즈 알리/아프가니스탄 난민 : "우리는 보트를 타고 그리스로 갈 것입니다. 그곳은 우리에게 정말 좋은 곳이 될 수 있어요."]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이후에만 2만 4천여 명의 난민 입국을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12월부터 시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내전이 격화되면서 약 90만 명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터키는 유럽연합과 국경 봉쇄 협약까지 맺었다면서 왜 갑자기 국경을 개방한 건가요?

[기자]

현재 터키에 머무르고 있는 중동, 북아프리카 난민은 370만 명에 달합니다.

과포화 상태인 거죠.

터키는 그동안 자국에 몰려드는 난민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 유럽 국가들이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을 유럽연합에 토로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말 터키 정부가 유럽으로 넘어가려는 난민을 붙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앞으로는 국경을 닫지 않을 것이며, 이런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맺은 협약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인데요.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 문제는 일정 부분 유럽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터키가 국경을 개방한 것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유럽연합에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시리아 내전과 관련이 깊다,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서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충돌이 격화되면서 유럽연합에 군사적인 지원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터키의 시리아 내전 개입을 비판하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터키 정부가 난민 카드로 유럽연합을 압박해 시리아에서 진행중인 터키 군사작전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게 아니냐,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터키의 국경 개방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중동에서 난민들이 몰려오던 지난 2015년과 2016년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터키와 국경을 접한 그리스의 한 장관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난민의 대이동을 두고 '침입'이라고 말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터키가 협약을 위반했다며 "이런 식으로 난민들이 그리스 국경으로 몰려가게 하는 일은 잘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난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터키를 비판하는 동시에 난민 유입을 막고 있는 그리스에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일단 터키와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터키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유럽연합 내 각국 사정이 다르다 보니 터키와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최규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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