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인데 음성 통보”…보건 행정 ‘구멍’

입력 2020.03.10 (06:50) 수정 2020.03.1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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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건소 실수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음성'이라고 통보받는 바람에 그 사이 가족들까지 감염됐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대구에선 행정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안타까운 사례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승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아본 50대 남성 손 모 씨.

지난달 21일 보건소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쓸어내리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다음 날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날 통보는 잘못 전달된 것이었고, 확진자가 맞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족들도 깜짝 놀라 부랴부랴 검사를 받았고, 아내와 아들이 양성 판정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손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소리 지르고 되게.. (우리가) 엄청 뭐라 했어요. (보건소에서는) 죄송하대요. 그냥. 어떻게 책임질 거냐..."]

70대 남성 신 모 씨, 지난 1일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적 있고, 산소통에 의존하는 기저질환자인데, 병실이 나지 않는 바람에 1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정성스레 간호하던 아들이 확진자가 됐습니다.

자가격리 기간 위생용품도 제공받지 못하는 등 관리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신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진짜 안 좋은 상황이어도 대구에서는 이미 자체적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위생물품이 제공됐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 사는 노모와 3살 딸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대구 달서구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인력을 계속 투입해도 과부하 걸린 상태여서 저희도 인지하고 있어서 계속 추가할 것 추가하는데도 늦어지는 상황이어서..."]

지난달 취재진과 인터뷰했던 14번째 사망자의 딸은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장례 직후인 지난 2일 느닷없이 자가격리 통보가 온 겁니다.

[코로나19 14번째 사망자 딸 :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확진 사망자) 가족이기 때문에 (음성이라도)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확진과 자가격리 상황이 끊이지 않는 대구에선, 열악한 보건환경에 행정착오까지 겹쳐, 애꿎은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만 쌓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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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인데 음성 통보”…보건 행정 ‘구멍’
    • 입력 2020-03-10 06:52:05
    • 수정2020-03-10 06:56:11
    뉴스광장 1부
[앵커]

보건소 실수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음성'이라고 통보받는 바람에 그 사이 가족들까지 감염됐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대구에선 행정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안타까운 사례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승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아본 50대 남성 손 모 씨.

지난달 21일 보건소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마음을 쓸어내리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다음 날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날 통보는 잘못 전달된 것이었고, 확진자가 맞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족들도 깜짝 놀라 부랴부랴 검사를 받았고, 아내와 아들이 양성 판정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손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소리 지르고 되게.. (우리가) 엄청 뭐라 했어요. (보건소에서는) 죄송하대요. 그냥. 어떻게 책임질 거냐..."]

70대 남성 신 모 씨, 지난 1일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적 있고, 산소통에 의존하는 기저질환자인데, 병실이 나지 않는 바람에 1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정성스레 간호하던 아들이 확진자가 됐습니다.

자가격리 기간 위생용품도 제공받지 못하는 등 관리에도 구멍이 있었습니다.

[신 씨 아들/확진자/음성변조 : "진짜 안 좋은 상황이어도 대구에서는 이미 자체적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위생물품이 제공됐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 사는 노모와 3살 딸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대구 달서구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인력을 계속 투입해도 과부하 걸린 상태여서 저희도 인지하고 있어서 계속 추가할 것 추가하는데도 늦어지는 상황이어서..."]

지난달 취재진과 인터뷰했던 14번째 사망자의 딸은 현재 자가격리 중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도 장례 직후인 지난 2일 느닷없이 자가격리 통보가 온 겁니다.

[코로나19 14번째 사망자 딸 : "위에서 내려온 지침은 (확진 사망자) 가족이기 때문에 (음성이라도)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확진과 자가격리 상황이 끊이지 않는 대구에선, 열악한 보건환경에 행정착오까지 겹쳐, 애꿎은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만 쌓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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