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재택근무…표정은 제각각

입력 2020.03.11 (08:16) 수정 2020.03.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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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인이 스케치북을 뜯어 '집무실'이라고 써 방에 붙였습니다.

아래엔, '재택근무 중입니다'라고 적어 놨습니다.

요즘 이렇게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꽤 많으실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레 맞이한 재택근무,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저녁이 있는 삶’을 바이러스가 안겨줬다"는 농담반진담반이 직장인 사이에서 나옵니다.

LG・SK・한화그룹 같은 10대 그룹들은 물론이고 경기도 판교에 자리 잡은 IT 기업도 재택근무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중입니다.

판교 사옥으로 출근할 경우 하루 전에 회사 측에 출근 신청을 해야 합니다.

예고된 재택근무라면 그나마 덜 당황스럽겠지만 갑작스런 확진자 통보에 마치 쫓겨나듯 사무실을 등진 직장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기업의 30% 정도가 재택을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코로나19 탓에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어림잡아 10만 명을 넘어설 거란 추산도 나옵니다.

특히 콜센터 직원들의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도 재택 근무를 거듭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권준욱/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 "각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는 업무에 있어서도 온라인근무, 재택근무 등을 적극 실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택 근무,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출퇴근 지옥철 대신 여유로운 홈오피스를 누리고, 불편한 양복 대신 파자마를 입어도 무방하니, 한결 편하네~ 하는 분도 분도 계실 거예요.

보기 싫은 상사 대신 강아지를 곁에 두고 일하니 능률이 오른다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많은 이들에겐 상당히 당혹스런 일이기도 합니다.

당장 재택하는 남편의 끼니를 챙겨야 하는 주부들, 고민이 큽니다.

최근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코로나 삼시세끼"라는 글과 함께 다양한 음식 사진이 올라와 회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안 그래도 학교 학원 안가는 자녀들 건사하기도 바쁜데, 온종일 남편의 식사를 챙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이죠,

"매일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의 반복"이라는 독특한 표현부터 "회식의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주부의 글까지 댓글도 다양했습니다.

사실 재택근무는 글로벌 기업엔 낯설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직원들이 같은 시간에 화상회의 등을 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퇴근 이후, 또는 출근 이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에 떠밀려서 미처 준비할 틈 없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직장인들에겐 분명 신세계입니다

그만큼 직장내 반응도 가지각색입니다.

e-메일과 메신저로 이뤄지는 업무방식이 빨라서 좋다 하지만, '10분마다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라고 해서 더 힘들다’ 그러니까 괜한 눈치보기 등 에너지를 뺏겨 피곤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재택근무라고해도 엄연히 일을 하고 있는건데,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집에 있다며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고 조른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직장 상사의 얼굴이 그리울 지경이다라는 하소연도 들립니다.

집에선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혀 근처 카페로 출근하다보니 오히려 감염 위험에 노출될 게 걱정이라는 직장인도 적지 않습니다.

직급별 반응은 누군가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해 놨습니다.

'대리는 일할 맛이 나고', '과장은 재택 감옥에 있고', '상무는 심심하다' 특히 회사 CEO들은 직원들에 대한 '현장 감시'가 힘들어진 새로운 근무 행태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혹여 온라인으로 만화나 영화를 보며 놀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 같은 거 말이죠.

디지털 혁신가로 알려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지난달 27일 "내일부터 회사는 50% 재택근무. 내가 집집마다 돌면서 제대로 근무하는지 확인할 거야"라는 농담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재택 근무 여력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미 미래에 대비해 재택근무 시스템을 준비해 온 대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순조롭게 적응 중이지만, IT 인프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하니, 안해도 문제 해도 문제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인프라 같은 정보 기술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엔 지장 없을 거란 조직원 간 신뢰, 철저하게 성과를 기반으로 한 평가체계를 갖추는 일일 겁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 조직이 재택근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나를 가늠해 보게 합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산하겠다며 수년 전부터 정부가 나선 재택근무 경험이 순식간에 확산 된 것은, 어찌보면 예상치 못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바쁜 출근길, 동료들과 소주 한 잔 걸치는 퇴근길, 서로 마주보며 회의를 해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일상,

갑작스런 재택근무에 들어가 있는 직장인들에게 조금 있으면 생각날 소소한 행복이겠죠.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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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발 재택근무…표정은 제각각
    • 입력 2020-03-11 08:17:33
    • 수정2020-03-11 11:38:00
    아침뉴스타임
한 직장인이 스케치북을 뜯어 '집무실'이라고 써 방에 붙였습니다.

아래엔, '재택근무 중입니다'라고 적어 놨습니다.

요즘 이렇게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꽤 많으실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레 맞이한 재택근무,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저녁이 있는 삶’을 바이러스가 안겨줬다"는 농담반진담반이 직장인 사이에서 나옵니다.

LG・SK・한화그룹 같은 10대 그룹들은 물론이고 경기도 판교에 자리 잡은 IT 기업도 재택근무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중입니다.

판교 사옥으로 출근할 경우 하루 전에 회사 측에 출근 신청을 해야 합니다.

예고된 재택근무라면 그나마 덜 당황스럽겠지만 갑작스런 확진자 통보에 마치 쫓겨나듯 사무실을 등진 직장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기업의 30% 정도가 재택을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요.

코로나19 탓에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어림잡아 10만 명을 넘어설 거란 추산도 나옵니다.

특히 콜센터 직원들의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도 재택 근무를 거듭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권준욱/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 "각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는 업무에 있어서도 온라인근무, 재택근무 등을 적극 실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택 근무, 해보시니 어떠신가요?

출퇴근 지옥철 대신 여유로운 홈오피스를 누리고, 불편한 양복 대신 파자마를 입어도 무방하니, 한결 편하네~ 하는 분도 분도 계실 거예요.

보기 싫은 상사 대신 강아지를 곁에 두고 일하니 능률이 오른다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준비 안 된 많은 이들에겐 상당히 당혹스런 일이기도 합니다.

당장 재택하는 남편의 끼니를 챙겨야 하는 주부들, 고민이 큽니다.

최근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코로나 삼시세끼"라는 글과 함께 다양한 음식 사진이 올라와 회원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안 그래도 학교 학원 안가는 자녀들 건사하기도 바쁜데, 온종일 남편의 식사를 챙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이죠,

"매일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의 반복"이라는 독특한 표현부터 "회식의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주부의 글까지 댓글도 다양했습니다.

사실 재택근무는 글로벌 기업엔 낯설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직원들이 같은 시간에 화상회의 등을 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퇴근 이후, 또는 출근 이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이러스의 무서운 확산에 떠밀려서 미처 준비할 틈 없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직장인들에겐 분명 신세계입니다

그만큼 직장내 반응도 가지각색입니다.

e-메일과 메신저로 이뤄지는 업무방식이 빨라서 좋다 하지만, '10분마다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하라고 해서 더 힘들다’ 그러니까 괜한 눈치보기 등 에너지를 뺏겨 피곤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재택근무라고해도 엄연히 일을 하고 있는건데,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집에 있다며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고 조른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직장 상사의 얼굴이 그리울 지경이다라는 하소연도 들립니다.

집에선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혀 근처 카페로 출근하다보니 오히려 감염 위험에 노출될 게 걱정이라는 직장인도 적지 않습니다.

직급별 반응은 누군가가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해 놨습니다.

'대리는 일할 맛이 나고', '과장은 재택 감옥에 있고', '상무는 심심하다' 특히 회사 CEO들은 직원들에 대한 '현장 감시'가 힘들어진 새로운 근무 행태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혹여 온라인으로 만화나 영화를 보며 놀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 같은 거 말이죠.

디지털 혁신가로 알려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지난달 27일 "내일부터 회사는 50% 재택근무. 내가 집집마다 돌면서 제대로 근무하는지 확인할 거야"라는 농담조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재택 근무 여력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미 미래에 대비해 재택근무 시스템을 준비해 온 대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순조롭게 적응 중이지만, IT 인프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하니, 안해도 문제 해도 문제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인프라 같은 정보 기술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엔 지장 없을 거란 조직원 간 신뢰, 철저하게 성과를 기반으로 한 평가체계를 갖추는 일일 겁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 조직이 재택근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나를 가늠해 보게 합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산하겠다며 수년 전부터 정부가 나선 재택근무 경험이 순식간에 확산 된 것은, 어찌보면 예상치 못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바쁜 출근길, 동료들과 소주 한 잔 걸치는 퇴근길, 서로 마주보며 회의를 해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일상,

갑작스런 재택근무에 들어가 있는 직장인들에게 조금 있으면 생각날 소소한 행복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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