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에 위협까지”…전담 창구 ‘유명무실’

입력 2020.03.11 (08:40) 수정 2020.03.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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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자며 공공기관마다 전담 창구가 설치됐습니다.

그런데,이 곳을 통해 오히려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가해자가 상담원을 위협하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부산의 한 국립대 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한 이 여성은 사건 조사 과정이 더 힘들었습니다.

학교 내 상담 창구는 가해 교수를 감싸기에 급급했고, 피해 여성을 오히려 압박했습니다.

[성폭력 피해 여성 /음성변조 : "센터에서 아무리 매뉴얼을 만들어도 결국 학내 구성원은 교수이고, 자기들만의 관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조사는 결코 공정할 수도 없고, 서로 봐주기 식의 조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죠.."]

'미투 운동' 이후 지역 공공기관에는 성폭력 사건 전담 창구인 '상담 센터'가 구축됐습니다.

지난해 기관별 상담 센터에서 고충 상담원이 상담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비밀 유지가 안돼 2차 피해 발생이 빈번했습니다.

상담원들은 "상담실에 누가 왔다 갔는지 다 알 수 있는 상황"이며 "기관 내 소문이 돌고 사건이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뿐 아니라 고충 상담원의 신변도 불안합니다.

상담원들은"가해자가 권력층인 데다 반발이 심해, 위협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습니다.

[홍미영/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 "이게 왜 성희롱이냐, 내가 뭘 잘못했느냐. 이런 반대급부 얘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위협감까지도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폭력 상담 이후 이를 처리하는 상급 부서의 대응도 안일했습니다. 

"감사실에 기관장의 심각한 성희롱 사실을 전달했더니, 직원들끼리 원만히 해결하라고 했다"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전문 상담원을 두지 않거나 상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상담 센터도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부산시 직속의 전문성을 갖춘 '성폭력 대응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지율/부산성폭력상담소 실장 : "기관 내부가 아닌 독립된 기관에서 하는 것이 어떤 외압에 흔들리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와 원칙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투 운동 이후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은 달라졌지만, 대응과 처리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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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피해에 위협까지”…전담 창구 ‘유명무실’
    • 입력 2020-03-11 08:40:55
    • 수정2020-03-11 09:02:47
    뉴스광장(부산)
[앵커]  2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자며 공공기관마다 전담 창구가 설치됐습니다. 그런데,이 곳을 통해 오히려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가해자가 상담원을 위협하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년 전, 부산의 한 국립대 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한 이 여성은 사건 조사 과정이 더 힘들었습니다. 학교 내 상담 창구는 가해 교수를 감싸기에 급급했고, 피해 여성을 오히려 압박했습니다. [성폭력 피해 여성 /음성변조 : "센터에서 아무리 매뉴얼을 만들어도 결국 학내 구성원은 교수이고, 자기들만의 관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조사는 결코 공정할 수도 없고, 서로 봐주기 식의 조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죠.."] '미투 운동' 이후 지역 공공기관에는 성폭력 사건 전담 창구인 '상담 센터'가 구축됐습니다. 지난해 기관별 상담 센터에서 고충 상담원이 상담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비밀 유지가 안돼 2차 피해 발생이 빈번했습니다. 상담원들은 "상담실에 누가 왔다 갔는지 다 알 수 있는 상황"이며 "기관 내 소문이 돌고 사건이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뿐 아니라 고충 상담원의 신변도 불안합니다. 상담원들은"가해자가 권력층인 데다 반발이 심해, 위협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습니다. [홍미영/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 "이게 왜 성희롱이냐, 내가 뭘 잘못했느냐. 이런 반대급부 얘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위협감까지도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폭력 상담 이후 이를 처리하는 상급 부서의 대응도 안일했습니다.  "감사실에 기관장의 심각한 성희롱 사실을 전달했더니, 직원들끼리 원만히 해결하라고 했다"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전문 상담원을 두지 않거나 상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상담 센터도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성폭력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부산시 직속의 전문성을 갖춘 '성폭력 대응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지율/부산성폭력상담소 실장 : "기관 내부가 아닌 독립된 기관에서 하는 것이 어떤 외압에 흔들리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와 원칙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투 운동 이후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은 달라졌지만, 대응과 처리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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