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협박글’ 혐의 무죄 확정…“적법절차·영장주의 중대하게 위반”
입력 2020.03.12 (14:14)
수정 2020.04.27 (11: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12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협박미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법을 저질렀다며 당시 수집된 증거들의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을 적법하게 볼 것이냐 아니냐'로 판단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에서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무죄를 확정한 만큼, 이 사건 판결문을 통해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백악관 민원코너에 올라온 협박 글
2015년 7월 7일 오전 7시 20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미국 백악관 민원코너(Contact the White House)에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쉘에게'라는 글을 올라왔습니다. 자신이 한국외국어 대학교 대학생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글이었습니다.
6시간 뒤인 오후 1시 26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또 다른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선언'이라는 글입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훈련된 암살자를 준비시켰고, 핵이 있는 독으로 대사를 죽일 것이라는 협박이었습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생화학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를 처단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 경찰의 압수수색...일방적·편의적인 분석 작업
2015년 7월 13일 저녁 7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모 씨의 자택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이 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은 먼저 이 씨의 방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봤지만,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찾지 못했고, 이 씨의 어머니가 건네준 이 씨의 노트북에서 관련 정보를 찾았습니다.
경찰은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따로 선별하지 않은 채 전부를 이미징하는 방법으로 복제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과 함께 다른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원본 1개와 노트북 원본을 압수하고 서울청 사무실로 가져갔습니다.
경찰은 압수목록을 작성하면서 압수경위란에 '피의자 노트북이 프랑스 시간대역으로 설정되어 있고 가상컴퓨터 프로그램인 VMware가 설치되어 있는 등 시간 정보를 명확히 확인하고 가상컴퓨터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증거분석 시 노트북 원본 자체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노트북 자체를 압수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압수목록에는 노트북 원본과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 원본 1개만 기재되어 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의 기재는 누락돼있었습니다.
경찰은 노트북 이미징파일로부터 전자정보를 탐색해 출력, 복사했고 디지털 증거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내부에서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임의로 재복제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찰은 14일부터 23일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압수물 분석을 하면서 이 씨와 이 씨의 어머니, 변호사 등을 참여시키거나 이들에게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8월 3일, 노트북 설정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와 변호인의 참여하에 노트북의 봉인을 해제하고 전원을 켜 설정시간 등을 확인했습니다. 전원을 종료한 후 다시 새롭게 이미징 파일로 복제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하자, 다음날 이 씨나 변호인 참여 없이 이미지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 法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
먼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장에는 '범행과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태블릿PC, USB, 외장 하드디스크 등'으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면서 압수대상과 방법에 제한이 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①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문서로 출력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고, ②출력·복사가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 해 저장매체 전부를 복제할 수 있고, ③현장에서 저장매체의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저장매체 원본을 봉인해 반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특히 반출한 원본은 피압수자 등의 참여하에 개봉해 복제한 후 지체없이 반환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일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경찰이 긴급히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탐색, 출력, 복사하려고만 했을 뿐,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민감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무관 정보를 제외하고 유관정보만을 선별해 압수수색하려는 조치나 노력을 기울인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에서 이미징 파일을 탐색하여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사하는 일련의 계속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노트북 설정시간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표준시로 이미징 파일을 분석할 수 있고, 노트북 원본의 봉인을 해제하지 않고도 이미징 파일을 이용해 VMware의 가상컴퓨터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 점 등에 비춰 노트북 원본 자체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法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
백악관에 게시된 각 협박글에서 범인은 스스로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히거나 주소란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주소를 기재하였고, 이메일, 글 말미 작성자명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영문약자인 'HUFS'를 다수 포함했습니다.
이 씨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이고, 경찰은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게 된 경위에 관해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되는 지역을 좁힌 후 아파트 입주자카드를 통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관련 있는 세대를 추린 결과, 피고인 세대가 나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고 2심 법원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사용하는 노트북의 MAC주소가 이 사건 각 범행 무렵에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된 기기의 MAC주소와 동일하다는 등의 사정이 추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협박글을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에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정이 있었고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통하여 수집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의 위반으로 수집된 피고인 노트북 내에 저장된 전자정보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이를 제외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법한 증거에는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입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12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협박미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법을 저질렀다며 당시 수집된 증거들의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을 적법하게 볼 것이냐 아니냐'로 판단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에서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무죄를 확정한 만큼, 이 사건 판결문을 통해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백악관 민원코너에 올라온 협박 글
2015년 7월 7일 오전 7시 20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미국 백악관 민원코너(Contact the White House)에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쉘에게'라는 글을 올라왔습니다. 자신이 한국외국어 대학교 대학생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글이었습니다.
6시간 뒤인 오후 1시 26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또 다른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선언'이라는 글입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훈련된 암살자를 준비시켰고, 핵이 있는 독으로 대사를 죽일 것이라는 협박이었습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생화학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를 처단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 경찰의 압수수색...일방적·편의적인 분석 작업
2015년 7월 13일 저녁 7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모 씨의 자택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이 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은 먼저 이 씨의 방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봤지만,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찾지 못했고, 이 씨의 어머니가 건네준 이 씨의 노트북에서 관련 정보를 찾았습니다.
경찰은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따로 선별하지 않은 채 전부를 이미징하는 방법으로 복제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과 함께 다른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원본 1개와 노트북 원본을 압수하고 서울청 사무실로 가져갔습니다.
경찰은 압수목록을 작성하면서 압수경위란에 '피의자 노트북이 프랑스 시간대역으로 설정되어 있고 가상컴퓨터 프로그램인 VMware가 설치되어 있는 등 시간 정보를 명확히 확인하고 가상컴퓨터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증거분석 시 노트북 원본 자체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노트북 자체를 압수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압수목록에는 노트북 원본과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 원본 1개만 기재되어 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의 기재는 누락돼있었습니다.
경찰은 노트북 이미징파일로부터 전자정보를 탐색해 출력, 복사했고 디지털 증거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내부에서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임의로 재복제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찰은 14일부터 23일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압수물 분석을 하면서 이 씨와 이 씨의 어머니, 변호사 등을 참여시키거나 이들에게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8월 3일, 노트북 설정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와 변호인의 참여하에 노트북의 봉인을 해제하고 전원을 켜 설정시간 등을 확인했습니다. 전원을 종료한 후 다시 새롭게 이미징 파일로 복제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하자, 다음날 이 씨나 변호인 참여 없이 이미지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 法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
먼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장에는 '범행과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태블릿PC, USB, 외장 하드디스크 등'으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면서 압수대상과 방법에 제한이 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①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문서로 출력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고, ②출력·복사가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 해 저장매체 전부를 복제할 수 있고, ③현장에서 저장매체의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저장매체 원본을 봉인해 반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특히 반출한 원본은 피압수자 등의 참여하에 개봉해 복제한 후 지체없이 반환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일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경찰이 긴급히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탐색, 출력, 복사하려고만 했을 뿐,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민감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무관 정보를 제외하고 유관정보만을 선별해 압수수색하려는 조치나 노력을 기울인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에서 이미징 파일을 탐색하여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사하는 일련의 계속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노트북 설정시간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표준시로 이미징 파일을 분석할 수 있고, 노트북 원본의 봉인을 해제하지 않고도 이미징 파일을 이용해 VMware의 가상컴퓨터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 점 등에 비춰 노트북 원본 자체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法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
백악관에 게시된 각 협박글에서 범인은 스스로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히거나 주소란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주소를 기재하였고, 이메일, 글 말미 작성자명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영문약자인 'HUFS'를 다수 포함했습니다.
이 씨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이고, 경찰은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게 된 경위에 관해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되는 지역을 좁힌 후 아파트 입주자카드를 통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관련 있는 세대를 추린 결과, 피고인 세대가 나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고 2심 법원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사용하는 노트북의 MAC주소가 이 사건 각 범행 무렵에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된 기기의 MAC주소와 동일하다는 등의 사정이 추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협박글을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에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정이 있었고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통하여 수집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의 위반으로 수집된 피고인 노트북 내에 저장된 전자정보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이를 제외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법한 증거에는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바마 협박글’ 혐의 무죄 확정…“적법절차·영장주의 중대하게 위반”
-
- 입력 2020-03-12 14:14:54
- 수정2020-04-27 11:26:35

미국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12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협박미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법을 저질렀다며 당시 수집된 증거들의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을 적법하게 볼 것이냐 아니냐'로 판단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에서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무죄를 확정한 만큼, 이 사건 판결문을 통해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백악관 민원코너에 올라온 협박 글
2015년 7월 7일 오전 7시 20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미국 백악관 민원코너(Contact the White House)에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쉘에게'라는 글을 올라왔습니다. 자신이 한국외국어 대학교 대학생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글이었습니다.
6시간 뒤인 오후 1시 26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또 다른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선언'이라는 글입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훈련된 암살자를 준비시켰고, 핵이 있는 독으로 대사를 죽일 것이라는 협박이었습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생화학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를 처단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 경찰의 압수수색...일방적·편의적인 분석 작업
2015년 7월 13일 저녁 7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모 씨의 자택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이 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은 먼저 이 씨의 방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봤지만,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찾지 못했고, 이 씨의 어머니가 건네준 이 씨의 노트북에서 관련 정보를 찾았습니다.
경찰은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따로 선별하지 않은 채 전부를 이미징하는 방법으로 복제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과 함께 다른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원본 1개와 노트북 원본을 압수하고 서울청 사무실로 가져갔습니다.
경찰은 압수목록을 작성하면서 압수경위란에 '피의자 노트북이 프랑스 시간대역으로 설정되어 있고 가상컴퓨터 프로그램인 VMware가 설치되어 있는 등 시간 정보를 명확히 확인하고 가상컴퓨터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증거분석 시 노트북 원본 자체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노트북 자체를 압수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압수목록에는 노트북 원본과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 원본 1개만 기재되어 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의 기재는 누락돼있었습니다.
경찰은 노트북 이미징파일로부터 전자정보를 탐색해 출력, 복사했고 디지털 증거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내부에서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임의로 재복제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찰은 14일부터 23일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압수물 분석을 하면서 이 씨와 이 씨의 어머니, 변호사 등을 참여시키거나 이들에게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8월 3일, 노트북 설정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와 변호인의 참여하에 노트북의 봉인을 해제하고 전원을 켜 설정시간 등을 확인했습니다. 전원을 종료한 후 다시 새롭게 이미징 파일로 복제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하자, 다음날 이 씨나 변호인 참여 없이 이미지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 法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
먼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장에는 '범행과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태블릿PC, USB, 외장 하드디스크 등'으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면서 압수대상과 방법에 제한이 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①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문서로 출력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고, ②출력·복사가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 해 저장매체 전부를 복제할 수 있고, ③현장에서 저장매체의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저장매체 원본을 봉인해 반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특히 반출한 원본은 피압수자 등의 참여하에 개봉해 복제한 후 지체없이 반환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일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경찰이 긴급히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탐색, 출력, 복사하려고만 했을 뿐,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민감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무관 정보를 제외하고 유관정보만을 선별해 압수수색하려는 조치나 노력을 기울인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에서 이미징 파일을 탐색하여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사하는 일련의 계속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노트북 설정시간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표준시로 이미징 파일을 분석할 수 있고, 노트북 원본의 봉인을 해제하지 않고도 이미징 파일을 이용해 VMware의 가상컴퓨터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 점 등에 비춰 노트북 원본 자체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法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
백악관에 게시된 각 협박글에서 범인은 스스로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히거나 주소란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주소를 기재하였고, 이메일, 글 말미 작성자명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영문약자인 'HUFS'를 다수 포함했습니다.
이 씨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이고, 경찰은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게 된 경위에 관해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되는 지역을 좁힌 후 아파트 입주자카드를 통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관련 있는 세대를 추린 결과, 피고인 세대가 나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고 2심 법원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사용하는 노트북의 MAC주소가 이 사건 각 범행 무렵에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된 기기의 MAC주소와 동일하다는 등의 사정이 추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협박글을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에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정이 있었고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통하여 수집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의 위반으로 수집된 피고인 노트북 내에 저장된 전자정보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이를 제외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법한 증거에는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입니다.
대법원 1부는 오늘(12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협박미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법을 저질렀다며 당시 수집된 증거들의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2심 판단이 엇갈린 이유는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을 적법하게 볼 것이냐 아니냐'로 판단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에서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무죄를 확정한 만큼, 이 사건 판결문을 통해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백악관 민원코너에 올라온 협박 글
2015년 7월 7일 오전 7시 20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미국 백악관 민원코너(Contact the White House)에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쉘에게'라는 글을 올라왔습니다. 자신이 한국외국어 대학교 대학생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글이었습니다.
6시간 뒤인 오후 1시 26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시간) 또 다른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선언'이라는 글입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할 것이라면서 훈련된 암살자를 준비시켰고, 핵이 있는 독으로 대사를 죽일 것이라는 협박이었습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생화학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를 처단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습니다.
■ 경찰의 압수수색...일방적·편의적인 분석 작업
2015년 7월 13일 저녁 7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 이모 씨의 자택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이 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경찰은 먼저 이 씨의 방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살펴봤지만,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찾지 못했고, 이 씨의 어머니가 건네준 이 씨의 노트북에서 관련 정보를 찾았습니다.
경찰은 노트북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따로 선별하지 않은 채 전부를 이미징하는 방법으로 복제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과 함께 다른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원본 1개와 노트북 원본을 압수하고 서울청 사무실로 가져갔습니다.
경찰은 압수목록을 작성하면서 압수경위란에 '피의자 노트북이 프랑스 시간대역으로 설정되어 있고 가상컴퓨터 프로그램인 VMware가 설치되어 있는 등 시간 정보를 명확히 확인하고 가상컴퓨터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증거분석 시 노트북 원본 자체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노트북 자체를 압수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압수목록에는 노트북 원본과 하드디스크 4개에 대한 이미징파일, USB 원본 1개만 기재되어 있고 노트북 이미징 파일의 기재는 누락돼있었습니다.
경찰은 노트북 이미징파일로부터 전자정보를 탐색해 출력, 복사했고 디지털 증거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내부에서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임의로 재복제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찰은 14일부터 23일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압수물 분석을 하면서 이 씨와 이 씨의 어머니, 변호사 등을 참여시키거나 이들에게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8월 3일, 노트북 설정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와 변호인의 참여하에 노트북의 봉인을 해제하고 전원을 켜 설정시간 등을 확인했습니다. 전원을 종료한 후 다시 새롭게 이미징 파일로 복제하는 도중 오류가 발생하자, 다음날 이 씨나 변호인 참여 없이 이미지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 法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
먼저 법원에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영장에는 '범행과 관련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태블릿PC, USB, 외장 하드디스크 등'으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면서 압수대상과 방법에 제한이 있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①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문서로 출력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고, ②출력·복사가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 해 저장매체 전부를 복제할 수 있고, ③현장에서 저장매체의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저장매체 원본을 봉인해 반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특히 반출한 원본은 피압수자 등의 참여하에 개봉해 복제한 후 지체없이 반환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일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제한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경찰이 긴급히 노트북 이미징 파일을 탐색, 출력, 복사하려고만 했을 뿐,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민감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무관 정보를 제외하고 유관정보만을 선별해 압수수색하려는 조치나 노력을 기울인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에서 이미징 파일을 탐색하여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사하는 일련의 계속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노트북 설정시간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표준시로 이미징 파일을 분석할 수 있고, 노트북 원본의 봉인을 해제하지 않고도 이미징 파일을 이용해 VMware의 가상컴퓨터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 점 등에 비춰 노트북 원본 자체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法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
백악관에 게시된 각 협박글에서 범인은 스스로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히거나 주소란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주소를 기재하였고, 이메일, 글 말미 작성자명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영문약자인 'HUFS'를 다수 포함했습니다.
이 씨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생이고, 경찰은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게 된 경위에 관해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되는 지역을 좁힌 후 아파트 입주자카드를 통해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관련 있는 세대를 추린 결과, 피고인 세대가 나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고 2심 법원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가 사용하는 노트북의 MAC주소가 이 사건 각 범행 무렵에 이 사건 IP주소가 할당된 기기의 MAC주소와 동일하다는 등의 사정이 추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협박글을 작성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에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정이 있었고 위법한 압수수색 절차를 통하여 수집된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경찰의 압수수색 절차의 위반으로 수집된 피고인 노트북 내에 저장된 전자정보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이를 제외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법한 증거에는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입니다.
-
-
김지숙 기자 jskim84@kbs.co.kr
김지숙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