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재개…北 참여는 언제?

입력 2020.04.1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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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일대 비무장지대의 화살촉 모양으로 돌출됐다 하여 이름 붙여진 '화살머리고지'에서는 휴전 직전인 1953년 6월과 7월에 국군과 중국군의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벌어졌습니다. 65년 만인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이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 공동으로 유해발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이 공동발굴을 하자는 남측의 요청에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아 지난해엔 남측 단독으로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그런 채로 올해 유해발굴 작업도 일단 남측 단독으로 내일(20일)부터 재개됩니다.


지난해 잠정 261구 발굴...'중국군 유해 예상보다 많이 나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단독 발굴 작업에서 잠정적으로 261구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유골은 2,030점, 유품은 6만 7천여 점이 발굴됐습니다. 잠정 유해 261구는 국군 117구, 중국군 143구, 유엔군 1구로 추정됩니다.

애초에 국군 전사자 유해 2백여 구를 포함해 미군과 프랑스군 등을 합해 모두 3백여 구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발굴 면적의 약 40%에서만 261구가 나왔으니 추정치보다 훨씬 많은 유해가 나온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중국군의 유해가 143구로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올해엔 약 60%의 면적에 대한 발굴 작업이 진행될 예정으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유해가 발굴될 것으로 보입니다.

군은 6・25전쟁 전투 기록과 참전용사 증언, 그리고 지난해 발굴 경험 등을 토대로 올해에도 유해발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유해발굴 작업에는 지난해엔 없었던 공병대대가 새로 참가합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에 창설된 지뢰제거 전담부대인 지작사 예하 특수기동지원여단 소속의 공병대대가 참가함에 따라 다수의 전사자 유해와 유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발굴 범위를 넓히면서 불발탄 등 지뢰가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병대대가 투입돼 발굴 작업을 돕는 것입니다.

유해 발굴에 앞서 지뢰 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유해 발굴에 앞서 지뢰 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국군 전사자 7명 신원 확인..."유전자 시료 채취 절실"

지난해에 발굴한 유해 중에서 국군 전사자 7명의 신원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엔 고 박재권, 남궁선, 김기봉 이등 중사의 신원이 확인됐고 올해엔 지난해 발굴한 유해 중에 고 정영진, 김진구 하사, 고 서영석 이등 중사와 고 임병호 일등중사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60여 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국방부는 발굴한 유해 신원 확인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국방부는 현재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4만여 명에 불과하다면서 6·25전쟁 이후 수습됐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만여 구와 아직 미수습된 유해 12만여 구 등 모두 13만 3천여 구의 유해에 대한 유전자 시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신원이 확인된 고 남궁선 이등 중사의 경우도 참전 당시 3살에 불과했던 아들 남궁왕우씨가 등록한 DNA를 통해 최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궁왕우씨는 11년 전인 지난 2008년에 유가족 시료 채취 홍보를 보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직접 혈액검사를 했고 그 결과 신원 최종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호국 영웅들을 가족 품으로 모시기 위해서는 유가족들의 유전자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신원이 확인된 故 남궁선 이등 중사지난해 신원이 확인된 故 남궁선 이등 중사

호응 없는 北...공동발굴 언제쯤 가능할까?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 공동발굴하기로 했지만 이후 실무 작업엔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지난해 3월 남측의 남북공동유해발굴단 구성 현황을 북측에 통보했고 이어 남북 공동유해 발굴 관련 세부 시행 방안 등을 협의하고자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를 제의했지만 호응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난 직후의 일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동 유해발굴이 아니라 남측 단독으로 유해발굴이 진행됐고 국방부는 우리의 단독 발굴 작업에 대해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재개되는 유해발굴 작업에 대해서 군은 군 통신선을 통해 북측에 재개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로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전 준비 차원의 단독 발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발굴 하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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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재개…北 참여는 언제?
    • 입력 2020-04-19 18:58:58
    취재K
강원도 철원군 일대 비무장지대의 화살촉 모양으로 돌출됐다 하여 이름 붙여진 '화살머리고지'에서는 휴전 직전인 1953년 6월과 7월에 국군과 중국군의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벌어졌습니다. 65년 만인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이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 공동으로 유해발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이 공동발굴을 하자는 남측의 요청에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아 지난해엔 남측 단독으로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그런 채로 올해 유해발굴 작업도 일단 남측 단독으로 내일(20일)부터 재개됩니다.


지난해 잠정 261구 발굴...'중국군 유해 예상보다 많이 나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단독 발굴 작업에서 잠정적으로 261구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유골은 2,030점, 유품은 6만 7천여 점이 발굴됐습니다. 잠정 유해 261구는 국군 117구, 중국군 143구, 유엔군 1구로 추정됩니다.

애초에 국군 전사자 유해 2백여 구를 포함해 미군과 프랑스군 등을 합해 모두 3백여 구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발굴 면적의 약 40%에서만 261구가 나왔으니 추정치보다 훨씬 많은 유해가 나온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중국군의 유해가 143구로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올해엔 약 60%의 면적에 대한 발굴 작업이 진행될 예정으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유해가 발굴될 것으로 보입니다.

군은 6・25전쟁 전투 기록과 참전용사 증언, 그리고 지난해 발굴 경험 등을 토대로 올해에도 유해발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유해발굴 작업에는 지난해엔 없었던 공병대대가 새로 참가합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에 창설된 지뢰제거 전담부대인 지작사 예하 특수기동지원여단 소속의 공병대대가 참가함에 따라 다수의 전사자 유해와 유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발굴 범위를 넓히면서 불발탄 등 지뢰가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병대대가 투입돼 발굴 작업을 돕는 것입니다.

유해 발굴에 앞서 지뢰 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국군 전사자 7명 신원 확인..."유전자 시료 채취 절실"

지난해에 발굴한 유해 중에서 국군 전사자 7명의 신원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엔 고 박재권, 남궁선, 김기봉 이등 중사의 신원이 확인됐고 올해엔 지난해 발굴한 유해 중에 고 정영진, 김진구 하사, 고 서영석 이등 중사와 고 임병호 일등중사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60여 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국방부는 발굴한 유해 신원 확인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국방부는 현재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4만여 명에 불과하다면서 6·25전쟁 이후 수습됐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만여 구와 아직 미수습된 유해 12만여 구 등 모두 13만 3천여 구의 유해에 대한 유전자 시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신원이 확인된 고 남궁선 이등 중사의 경우도 참전 당시 3살에 불과했던 아들 남궁왕우씨가 등록한 DNA를 통해 최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궁왕우씨는 11년 전인 지난 2008년에 유가족 시료 채취 홍보를 보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직접 혈액검사를 했고 그 결과 신원 최종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호국 영웅들을 가족 품으로 모시기 위해서는 유가족들의 유전자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신원이 확인된 故 남궁선 이등 중사
호응 없는 北...공동발굴 언제쯤 가능할까?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 공동발굴하기로 했지만 이후 실무 작업엔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지난해 3월 남측의 남북공동유해발굴단 구성 현황을 북측에 통보했고 이어 남북 공동유해 발굴 관련 세부 시행 방안 등을 협의하고자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를 제의했지만 호응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난 직후의 일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동 유해발굴이 아니라 남측 단독으로 유해발굴이 진행됐고 국방부는 우리의 단독 발굴 작업에 대해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재개되는 유해발굴 작업에 대해서 군은 군 통신선을 통해 북측에 재개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로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전 준비 차원의 단독 발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발굴 하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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