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불길 속 주민 구한 ‘카자흐 의인’, 강제 추방 대신 영주권을!

입력 2020.04.24 (07:43) 수정 2020.04.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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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화재 현장에서 우리 국민을 구하고도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카자흐스탄 청년 알리 씨의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인데도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이웃을 구하고 부상까지 입었지만, 정작 본인은 신분이 탄로 나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겁니다.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선행을 보상하고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추방은 안 된다며 알리 씨를 응원하고 나섰습니다.

불이 난 건 지난달 23일 강원도 양양에 있는 3층 원룸 건물이었습니다. 불길을 목격한 알리 씨는 곧바로 잠자던 주민 10여 명을 깨워 대피시켰습니다. 또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불길에 갇힌 주민을 직접 구하다 손과 목 등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드러나면서 치료는 고사하고, 다음 달 1일 강제추방당할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딱한 사정을 접한 주민들은 십시일반 치료비를 모아 알리 씨를 돕고 나섰습니다. 또 알리 씨를 의상자로 지정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청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리 씨를 추방하는 건 국가적 망신이다, 영주권을 줘 계속 한국에 머물게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 청원인은 인명을 구한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주고 소방관으로 특채까지 한 프랑스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알리 씨는 2017년 입국한 뒤 줄곧 공사장 등에서 일하며 고국의 가족들을 부양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선 시급한 건 알리 씨의 체류를 연장해 추방을 막는 일입니다. 알리 씨를 의상자로 지정하거나, 영주권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인을 의상자로 인정해 영주권을 준 전례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전철 선로에 뛰어들어 일본 시민을 구하다 숨진 의인 이수현 씨 사건이 당시 한일 관계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좋은 선례도 참고할 만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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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4 07:43:45
    • 수정2020-04-24 07: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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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화재 현장에서 우리 국민을 구하고도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카자흐스탄 청년 알리 씨의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인데도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이웃을 구하고 부상까지 입었지만, 정작 본인은 신분이 탄로 나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겁니다.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선행을 보상하고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추방은 안 된다며 알리 씨를 응원하고 나섰습니다.

불이 난 건 지난달 23일 강원도 양양에 있는 3층 원룸 건물이었습니다. 불길을 목격한 알리 씨는 곧바로 잠자던 주민 10여 명을 깨워 대피시켰습니다. 또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불길에 갇힌 주민을 직접 구하다 손과 목 등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 드러나면서 치료는 고사하고, 다음 달 1일 강제추방당할 처지에 내몰렸습니다.
딱한 사정을 접한 주민들은 십시일반 치료비를 모아 알리 씨를 돕고 나섰습니다. 또 알리 씨를 의상자로 지정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청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리 씨를 추방하는 건 국가적 망신이다, 영주권을 줘 계속 한국에 머물게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 청원인은 인명을 구한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주고 소방관으로 특채까지 한 프랑스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알리 씨는 2017년 입국한 뒤 줄곧 공사장 등에서 일하며 고국의 가족들을 부양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선 시급한 건 알리 씨의 체류를 연장해 추방을 막는 일입니다. 알리 씨를 의상자로 지정하거나, 영주권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인을 의상자로 인정해 영주권을 준 전례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전철 선로에 뛰어들어 일본 시민을 구하다 숨진 의인 이수현 씨 사건이 당시 한일 관계에서 가교 역할을 했던 좋은 선례도 참고할 만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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