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시 강제퇴거…“이주아동 체류 심사 제도 마련해야”

[앵커]

국내 이주 아동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왔지만,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신분이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즉시 강제 퇴거 대상에 놓이게 됩니다.

평생 한국인으로 살아온 이들에 대해 인권위가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심사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세중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A 씨.

미등록 외국인 부모 밑에서 자라 수능을 치르지도 못했습니다.

대학 입학은커녕 한국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졸업하면 이제 끝이구나 이제... 계속 언제 떠나야 될지 모를 불안감에...”]

내내 한국에서 살았지만, 아플 때 병원 한 번 가지 못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친구들은 다 수능 보고 대학 가는데 저는 못 가니까 좌절감 들고, 다 포기하게 돼요.”]

올해 고3에 오른 B양은 친구들이 입시 공부에 열을 올릴 시간에, 한국에서 살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B 씨/음성변조 : “평범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한국 땅에 두 발 딛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법무부 지침에 따라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국내에 머무를 수 있지만, 이후에는 강제 퇴거 대상.

현행법상 이의 신청을 통해 국내체류 허용 여부를 심사받을 수 있지만, 미등록 이주 아동이 통과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체류자격을 심사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습니다.

[박혜경/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 : “정체성을 대한민국에서 형성했고, 사회적 기반도 대한민국에만 있기 때문에... 강제출국으로 얻게 되는 공익보다 피해자들이 얻게 되는 개인적 피해가 더 클 것이 확실히 예견돼서...”]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수는 5천여 명에서 최대 만 3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이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B 씨/음성변조 : “나를 한국인으로서 인정해주는 게 제일 큰 소망인 것 같아요.”]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