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깜짝 회견…삼성의 앞날은?

입력 2020.05.07 (08:05) 수정 2020.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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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입장 발표가 이뤄진 어제,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앞에는 오전부터 많은 취재진이 모여들었습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고려해 선착순으로 비표를 받은 100명의 기자들만 입장이 허용됐고, 회견장에서도 이들은 옆 사람과 1미터 씩 떨어진 채 앉아야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나타났습니다.

손에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이 들려 있었습니다.

첫 마디부터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형식은 사과였지만 내용은 주로 삼성의 비전 제시로 채워졌습니다.

경영권 승계, 노사 문화, 준법 경영 등 굵직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후 결국 '새로운 삼성'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작심한 듯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언급한 것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 왔습니다."]

이후 잠시 큰 호흡을 한 뒤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은 슬하에 1남(20살) 1녀(16살)를 두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현재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재판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삼성은 현재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명 '삼바' 분식회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등과 관련해 재판을 진행중인데 모두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국민 사과 역시 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반성과 재발 방지 공표를 권고하면서 이뤄졌습니다.

과정이 어찌됐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4세 경영 없다, 승계 포기를 직접 선언한 만큼 이걸 뒤집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 발언이 실현될 경우 삼성은 창립 82년 만에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던 가족 경영 체제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어떻게 흘러갈 지 다양한 추측이 나옵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전문경영인 체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힘이 실립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회장님(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난 뒤 깨닫고 배운 것이 적지 않다"며 "전문성과 통찰력을 가진 최고 수준의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게 나의 절박한 위기 의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3개 부문을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디바이스솔루션(DS), 스마트폰의 IT&모바일(IM), 가전의 소비자가전(CE)을 각 사업부문장이 총괄하고 있는데,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향후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수 있을지가 관심삽니다.

물론 이 부회장 이후를 거론하기엔 이른 감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보셨든 이 부회장 슬하의 자녀들은 이제 나이가 20살, 16살입니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 문제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회의론도 여전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24년 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라는 사안까지 거슬러갑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어제 회견에서 자신의 승계 문제와 관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이나 책임 인정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비율로 합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언급은 아예 안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해명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어제 삼성의 사과를 놓고 과거와 현재를 건너 뛰고 미래로 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한 차례 대국민사과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15년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 여론에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 기자 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지난 2015년 : "저희 삼성 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머리숙여 사죄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에 이 부회장은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그의 고민은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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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5-07 09: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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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입장 발표가 이뤄진 어제,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앞에는 오전부터 많은 취재진이 모여들었습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고려해 선착순으로 비표를 받은 100명의 기자들만 입장이 허용됐고, 회견장에서도 이들은 옆 사람과 1미터 씩 떨어진 채 앉아야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나타났습니다.

손에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이 들려 있었습니다.

첫 마디부터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형식은 사과였지만 내용은 주로 삼성의 비전 제시로 채워졌습니다.

경영권 승계, 노사 문화, 준법 경영 등 굵직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후 결국 '새로운 삼성'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작심한 듯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언급한 것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 왔습니다."]

이후 잠시 큰 호흡을 한 뒤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은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은 슬하에 1남(20살) 1녀(16살)를 두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현재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재판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삼성은 현재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명 '삼바' 분식회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등과 관련해 재판을 진행중인데 모두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국민 사과 역시 그룹 전반의 준법체계를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에게 반성과 재발 방지 공표를 권고하면서 이뤄졌습니다.

과정이 어찌됐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4세 경영 없다, 승계 포기를 직접 선언한 만큼 이걸 뒤집기는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 발언이 실현될 경우 삼성은 창립 82년 만에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던 가족 경영 체제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이 어떻게 흘러갈 지 다양한 추측이 나옵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전문경영인 체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힘이 실립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회장님(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난 뒤 깨닫고 배운 것이 적지 않다"며 "전문성과 통찰력을 가진 최고 수준의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게 나의 절박한 위기 의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3개 부문을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디바이스솔루션(DS), 스마트폰의 IT&모바일(IM), 가전의 소비자가전(CE)을 각 사업부문장이 총괄하고 있는데,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향후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수 있을지가 관심삽니다.

물론 이 부회장 이후를 거론하기엔 이른 감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보셨든 이 부회장 슬하의 자녀들은 이제 나이가 20살, 16살입니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 문제는 결국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회의론도 여전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란은 24년 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라는 사안까지 거슬러갑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어제 회견에서 자신의 승계 문제와 관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이나 책임 인정은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비율로 합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언급은 아예 안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해명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어제 삼성의 사과를 놓고 과거와 현재를 건너 뛰고 미래로 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한 차례 대국민사과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15년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 여론에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 기자 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지난 2015년 : "저희 삼성 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머리숙여 사죄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에 이 부회장은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그의 고민은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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