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무관객 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 어떻게 치러지나?

입력 2020.05.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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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19 여파 전례 없는 '무관객 영화제'
영화제 기간 온라인 플랫폼 통해 관객과 만나
영화제 뒤 출품작 일반 극장서 상영

해마다 4월 말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전북 전주 영화의 거리에는 화창한 날씨와 함께 축제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전 세계 독립·실험 영화들을 소개하며 대표 봄 영화 축제로 자리 잡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예술 영화의 가치를 지키며 지난해 성년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매년 수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올해 21번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2백여 편의 출품작들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특히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애니메이션 영화 거장 '퀘이 형제'의 특별전이 꼽힙니다. 퀘이 형제의 대표작이자 이번 영화제 공식 포스터로도 사용된 '악어의 거리' 등 25편의 작품이 초대됐고, 국내에서는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장, 단편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의 상영도 예고돼 관심이 쏠렸습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전주 돔’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전주 돔’

■ '올해 레드카펫 행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제대로 영화제를 치를 수 있겠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좁은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4월 말 예정됐던 영화제는 한 달가량 연기됐고, 급기야 전례 없는 '무관객 영화제'를 선언하게 됐습니다. 개·폐막식을 포함해 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던 공연들 또한 모두 취소됐습니다.

■ 온라인 플랫폼 통해 관객과 만나..영화제 뒤에는 출품작 극장 상영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치러지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바뀐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일반 관객 없는 영화제, 영화제 기간 온라인 상영, 영화제 뒤 출품작들의 일반 극장 상영입니다.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에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과 감독 등 최소 인원만 참여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 일반 관객 없이 심사 상영만 이뤄지는 셈입니다.

일반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가 열리는 5월 28일부터 열흘간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한 영화 상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독과 배급사 등의 동의를 얻은 영화들을 공개할 계획인데, 영화제 조직위는 출품작 2백여 편 가운데 수십 편 정도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조만간 플랫폼을 결정하고 최종 협의를 거쳐 영화제가 열리기 열흘 전까지는 온라인 상영 영화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기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월정액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영화제 영화의 경우 한시적으로 영화마다 관람료를 책정해 온라인 결제 뒤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관람료는 7천 원으로 영화제 조직위는 조만간 온라인 관람 방법을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http://www.jeonjufest.kr/) 공지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제 뒤 출품작들의 극장 상영입니다. 영화를 오롯이 즐기기 위해서는 여전히 극장만 한 곳이 없기 때문에 영화제 조직위는 일반 극장 상영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조직위는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이 끝난 뒤 일반 극장 상영을 시작할 계획인데,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2백여 편의 영화들을 모두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오는 9월 말까지 일반 극장 상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우선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한 개 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상영이 이뤄지고,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이벤트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영화제 조직위는 실질적으로 영화제 기간이 열흘이 아니라 최대 넉 달가량 이어지는 장기 영화제의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상영 시 관객들이 좌석 간 자리를 두고 앉아 '거리두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방역에도 신경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 극장과 관객이 사라진 영화제..코로나 시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늘어난 영화제 기간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영화제 특성상 단기간에 행사를 치르고 업무를 종료해야 하는 단기 근무 직원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 올해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의 인원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 또한 문제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50억 원가량의 총예산 가운데 약 10억 원을 협찬이나 티켓 판매로 충당해왔지만, 올해는 어렵게 됐습니다. 영화제 조직위는 야외 행사 취소로 일정 금액의 예산을 아낀 상태지만 온라인 상영 또한 기존에 계획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의 상영료 등 추가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극장과 관객이 사라진 영화제가 치러질 위기에 놓였지만, 전주국제영화제가 포스트 코로나19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주시와 영화제 조직위 측은 최근 들어 영화제를 앞둔 다른 지역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새로운 시도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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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례 없는 ‘무관객 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 어떻게 치러지나?
    • 입력 2020-05-07 13:04:16
    취재K
코로나19 여파 전례 없는 '무관객 영화제' <br />영화제 기간 온라인 플랫폼 통해 관객과 만나 <br />영화제 뒤 출품작 일반 극장서 상영
해마다 4월 말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전북 전주 영화의 거리에는 화창한 날씨와 함께 축제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전 세계 독립·실험 영화들을 소개하며 대표 봄 영화 축제로 자리 잡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예술 영화의 가치를 지키며 지난해 성년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매년 수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올해 21번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2백여 편의 출품작들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특히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애니메이션 영화 거장 '퀘이 형제'의 특별전이 꼽힙니다. 퀘이 형제의 대표작이자 이번 영화제 공식 포스터로도 사용된 '악어의 거리' 등 25편의 작품이 초대됐고, 국내에서는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장, 단편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의 상영도 예고돼 관심이 쏠렸습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 ‘전주 돔’
■ '올해 레드카펫 행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제대로 영화제를 치를 수 있겠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좁은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면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4월 말 예정됐던 영화제는 한 달가량 연기됐고, 급기야 전례 없는 '무관객 영화제'를 선언하게 됐습니다. 개·폐막식을 포함해 영화제를 찾는 관객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던 공연들 또한 모두 취소됐습니다.

■ 온라인 플랫폼 통해 관객과 만나..영화제 뒤에는 출품작 극장 상영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치러지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바뀐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일반 관객 없는 영화제, 영화제 기간 온라인 상영, 영화제 뒤 출품작들의 일반 극장 상영입니다.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에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과 감독 등 최소 인원만 참여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 일반 관객 없이 심사 상영만 이뤄지는 셈입니다.

일반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가 열리는 5월 28일부터 열흘간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한 영화 상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독과 배급사 등의 동의를 얻은 영화들을 공개할 계획인데, 영화제 조직위는 출품작 2백여 편 가운데 수십 편 정도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조만간 플랫폼을 결정하고 최종 협의를 거쳐 영화제가 열리기 열흘 전까지는 온라인 상영 영화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기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월정액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영화제 영화의 경우 한시적으로 영화마다 관람료를 책정해 온라인 결제 뒤 관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관람료는 7천 원으로 영화제 조직위는 조만간 온라인 관람 방법을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http://www.jeonjufest.kr/) 공지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제 뒤 출품작들의 극장 상영입니다. 영화를 오롯이 즐기기 위해서는 여전히 극장만 한 곳이 없기 때문에 영화제 조직위는 일반 극장 상영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조직위는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이 끝난 뒤 일반 극장 상영을 시작할 계획인데,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2백여 편의 영화들을 모두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오는 9월 말까지 일반 극장 상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우선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한 개 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상영이 이뤄지고,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이벤트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영화제 조직위는 실질적으로 영화제 기간이 열흘이 아니라 최대 넉 달가량 이어지는 장기 영화제의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상영 시 관객들이 좌석 간 자리를 두고 앉아 '거리두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방역에도 신경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 극장과 관객이 사라진 영화제..코로나 시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늘어난 영화제 기간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영화제 특성상 단기간에 행사를 치르고 업무를 종료해야 하는 단기 근무 직원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 올해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의 인원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 또한 문제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50억 원가량의 총예산 가운데 약 10억 원을 협찬이나 티켓 판매로 충당해왔지만, 올해는 어렵게 됐습니다. 영화제 조직위는 야외 행사 취소로 일정 금액의 예산을 아낀 상태지만 온라인 상영 또한 기존에 계획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의 상영료 등 추가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극장과 관객이 사라진 영화제가 치러질 위기에 놓였지만, 전주국제영화제가 포스트 코로나19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의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주시와 영화제 조직위 측은 최근 들어 영화제를 앞둔 다른 지역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새로운 시도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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