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탈출 시도 이후 옥살이…재심서 40년 만에 무죄

입력 2020.05.13 (11:40) 수정 2020.05.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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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뒤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재심에서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재심을 청구한 63살 한 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 한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 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0년 경기도 연천 5사단의 삼청교육대로 끌려갔습니다. 같은해 9월 한 씨는 경기도 연천 신서면의 한 도로공사장에서 작업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지만 곧 체포됐습니다.

이후 한 씨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같은해 10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형을 모두 복역했습니다.

구 계엄법 13조는 "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한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같은 조항에 근거해 계엄사령관이 취한 조치에 응하지 않거나 배반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계엄사령관은 이 계엄법에 따라 "불량배 일제검거"라는 제목의 계엄포고 13호를 1980년 8월 공포했습니다. 계엄포고 13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하는 고질적인 각종 불량배를 일제히 검거. 순화함으로써 밝고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다음과 같이 포고한다"며 2항으로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기간 중 지정지역을 무단 이탈하거나 난동·소요 등 불법 행동을 일체 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항 등을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고 엄중 처단한다"고도 규정했습니다.

한 씨 측은 2018년 11월 재심을 청구하면서, 한 씨에 대한 처벌 근거가 된 계엄포고 13호가 헌법에 어긋나고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계엄포고 13호는 헌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고, 국민의 신체적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공포된 것이라 위헌이고 무효라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장주의의 본질은 형사절차와 관련해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사법권 독립에 의해 그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데 있다"며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특별한 조치는 비상계엄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도 가급적 회피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계엄포고 13호는 그 목적이 불량배를 일제 검거·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계엄법상의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계엄포고 13호가 "확정 기준도 불명확한 대상자를 영장 없이 검거해 순화교육 이수와 근로봉사를 강제하고, 그 기간 중 지정지역을 무단이탈하는 것을 금하며, 이를 위반하면 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어떠한 제약조건도 두지 않고 법관의 구체적 판단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해 법관에 의한 아무런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않았다"면서, 당시 국내 정치·사회상황이 이처럼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정도의 군사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포고문 제13호는 구 계엄법 제13조에 정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해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고,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공포된 것이어서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라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한 씨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 13호가 당초부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이기 때문에, 한 씨의 행위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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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3 11:40:28
    • 수정2020-05-14 07:05:28
    사회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뒤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재심에서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재심을 청구한 63살 한 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 한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한 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0년 경기도 연천 5사단의 삼청교육대로 끌려갔습니다. 같은해 9월 한 씨는 경기도 연천 신서면의 한 도로공사장에서 작업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지만 곧 체포됐습니다.

이후 한 씨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같은해 10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형을 모두 복역했습니다.

구 계엄법 13조는 "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한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같은 조항에 근거해 계엄사령관이 취한 조치에 응하지 않거나 배반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계엄사령관은 이 계엄법에 따라 "불량배 일제검거"라는 제목의 계엄포고 13호를 1980년 8월 공포했습니다. 계엄포고 13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하는 고질적인 각종 불량배를 일제히 검거. 순화함으로써 밝고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다음과 같이 포고한다"며 2항으로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기간 중 지정지역을 무단 이탈하거나 난동·소요 등 불법 행동을 일체 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항 등을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고 엄중 처단한다"고도 규정했습니다.

한 씨 측은 2018년 11월 재심을 청구하면서, 한 씨에 대한 처벌 근거가 된 계엄포고 13호가 헌법에 어긋나고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계엄포고 13호는 헌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고, 국민의 신체적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공포된 것이라 위헌이고 무효라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장주의의 본질은 형사절차와 관련해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사법권 독립에 의해 그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데 있다"며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특별한 조치는 비상계엄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도 가급적 회피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계엄포고 13호는 그 목적이 불량배를 일제 검거·순화하기 위한 것으로, 계엄법상의 '군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계엄포고 13호가 "확정 기준도 불명확한 대상자를 영장 없이 검거해 순화교육 이수와 근로봉사를 강제하고, 그 기간 중 지정지역을 무단이탈하는 것을 금하며, 이를 위반하면 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어떠한 제약조건도 두지 않고 법관의 구체적 판단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해 법관에 의한 아무런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않았다"면서, 당시 국내 정치·사회상황이 이처럼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정도의 군사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포고문 제13호는 구 계엄법 제13조에 정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해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고,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공포된 것이어서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라 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한 씨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 13호가 당초부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이기 때문에, 한 씨의 행위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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