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살아남은 자의 기억…한신화 할머니

입력 2020.05.14 (20:36) 수정 2020.05.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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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존희생자들의 증언으로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의 연속기획 스물 한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4·3 당시 모진 고문에 허위 자백을 하고 옥살이를 하며 4살 아들까지 잃어야 했던 한신화 할머니의 한 많은 인생을 따라가 봅니다.

[리포트]

한신화 1922년 생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1948년 징역 1년 선고.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부모님이)농사 지었지. 소도 기르고 말도기르고 농사 지어서 살았지."]

["동생 하나만 있었는데 (아파서) 동생 죽어버리니까 나만 남았어."]

["남의 집 아이도 학교 다니니까 나도 학교 다녔으면 했지. 오라고 해도 어머니, 아버지가 보내 줘야 가지. 안 보내는데 갈 수 있나."]

4·3 발발…모진 시련의 시작.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군경이)와서 전부 불지르니까, 우리 시댁이었지, 가족들 앉아있다가 총으로 모두 죽여가니까 제각각 달아난거야."]

["수망리 산흥동산이라는 동산이 있어. 거기로 내가 달아났어. 거기서 숨어있으니까 폭도라고 잡아간거야."]

["(서귀포경찰서에서)이 손가락 두 개만 이렇게 해서 큰 책상 갖다놔서 매달아서 지금같으면 가만히 매달려 있으면 될 건데 아이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바른 말 할게요(했지.)"]

["일곱 번 매다니까 손가락도 빠져버려"]

["풀어주고 가라고 해서 이렇게 바닥을 짚어 앉으니까 꾀 부린다고 군화로 확 밟으니까 여기가 끊어져서 피가 촬촬 나."]

["구두 신은 발로 확 차니까 안으로 굴러서 간거라. 젊은 남자가 거기 있다가 헌 수건 주워서 여기를 감아줬어."]

["데려간 아기를 특수방이라는데 여기 앉혀서 일주일을 살았어."]

["날 죽여주세요 외치니까 어떤 순경이 확 문 열면서 '우린 한사람이라도 당신들 살리려고 하는데 죽여달라고 하는 사람 여기로 나오세요' 하더라고."]

["쫓아가니까 식당에 가서 국수 한 그릇 불러서 '굶은 아기 많이 주지 말고, 엄마만 드세요' 했어. (그러니까 아기가) '엄마, 나 많이 먹을래'고 해서 '그래, 많이 먹으라' 했지."]

["(속으로)이 순경은 궂은 길은 놔두고 좋은 길로만 걷게 해주세요 했지."]

'쌀 한 되 준 죄'로 징역 1년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그때)법이라는 것은 딱 말을 하면 그 말만 얘기해야지, 이말저말 얘기하면 점점 죄가 깊어져. 그냥 죽으나 사나 쌀 한 되 (줬다고 했지.)"]

["재판 받을 때도 무슨 죄인가 하니까 쌀 한되 죄라."]

["(전주형무소 갈려고)소 싣는 배, 말 싣는 배 그것 타러 가니까 줄줄이 포승줄로 묶어서 갔지. 어떤 남자가 있다가 '저런 것들 비싼 쌀 먹이면서 뭐하러 살려줘, 쏘아 죽여버리지'하더라고."]

1년의 수형 생활…죽은 아들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전주형무소에서 아기는 죄가 없으니까 고아원에 보내고 엄마만 징역을 살라는 거야."]

["전주 가서 반년을 살았어. 먼저 간 사람 순서대로 이감을 보낸거라. (나는) 대구로 보냈어"]

["대구 가서 1년 살아서 아기를 찾으러 전주로 온 거라."]

["고아원에 가서 아기 찾아오려고 가보니까 얼마 없어 아기가 명이 짧아서 죽어버렸다고"]

["어떡해 죽은 아기, 그래서 나만 (제주로)왔지."]

고문으로 새겨진 장애 '고달픈 삶'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고문으로)손가락 빠져서 지금 젓가락질도 못해. 이것 빠져서."]

["일도 못하고 숟가락도 이렇게 잡고 밥 먹고."]

["그래서 남들은 일해서 돈도 버는데."]

["난 그런 것도 한 푼 벌 수가 없어."]

["아이고 눈물 나, 눈물. 4·3 때 생각하면 기가 막혀. 이제 같으면 그때 시절이면 자살해서 죽어버리지."]

["(그래도 재심)재판 받아서 이기니까 내가 50살만 됐으면 더 살아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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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4·3’ 살아남은 자의 기억…한신화 할머니
    • 입력 2020-05-14 20:36:03
    • 수정2020-05-14 20:36:07
    뉴스7(제주)
[앵커] 생존희생자들의 증언으로 4·3의 역사를 기록하는 KBS의 연속기획 스물 한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4·3 당시 모진 고문에 허위 자백을 하고 옥살이를 하며 4살 아들까지 잃어야 했던 한신화 할머니의 한 많은 인생을 따라가 봅니다. [리포트] 한신화 1922년 생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1948년 징역 1년 선고.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부모님이)농사 지었지. 소도 기르고 말도기르고 농사 지어서 살았지."] ["동생 하나만 있었는데 (아파서) 동생 죽어버리니까 나만 남았어."] ["남의 집 아이도 학교 다니니까 나도 학교 다녔으면 했지. 오라고 해도 어머니, 아버지가 보내 줘야 가지. 안 보내는데 갈 수 있나."] 4·3 발발…모진 시련의 시작.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군경이)와서 전부 불지르니까, 우리 시댁이었지, 가족들 앉아있다가 총으로 모두 죽여가니까 제각각 달아난거야."] ["수망리 산흥동산이라는 동산이 있어. 거기로 내가 달아났어. 거기서 숨어있으니까 폭도라고 잡아간거야."] ["(서귀포경찰서에서)이 손가락 두 개만 이렇게 해서 큰 책상 갖다놔서 매달아서 지금같으면 가만히 매달려 있으면 될 건데 아이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바른 말 할게요(했지.)"] ["일곱 번 매다니까 손가락도 빠져버려"] ["풀어주고 가라고 해서 이렇게 바닥을 짚어 앉으니까 꾀 부린다고 군화로 확 밟으니까 여기가 끊어져서 피가 촬촬 나."] ["구두 신은 발로 확 차니까 안으로 굴러서 간거라. 젊은 남자가 거기 있다가 헌 수건 주워서 여기를 감아줬어."] ["데려간 아기를 특수방이라는데 여기 앉혀서 일주일을 살았어."] ["날 죽여주세요 외치니까 어떤 순경이 확 문 열면서 '우린 한사람이라도 당신들 살리려고 하는데 죽여달라고 하는 사람 여기로 나오세요' 하더라고."] ["쫓아가니까 식당에 가서 국수 한 그릇 불러서 '굶은 아기 많이 주지 말고, 엄마만 드세요' 했어. (그러니까 아기가) '엄마, 나 많이 먹을래'고 해서 '그래, 많이 먹으라' 했지."] ["(속으로)이 순경은 궂은 길은 놔두고 좋은 길로만 걷게 해주세요 했지."] '쌀 한 되 준 죄'로 징역 1년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그때)법이라는 것은 딱 말을 하면 그 말만 얘기해야지, 이말저말 얘기하면 점점 죄가 깊어져. 그냥 죽으나 사나 쌀 한 되 (줬다고 했지.)"] ["재판 받을 때도 무슨 죄인가 하니까 쌀 한되 죄라."] ["(전주형무소 갈려고)소 싣는 배, 말 싣는 배 그것 타러 가니까 줄줄이 포승줄로 묶어서 갔지. 어떤 남자가 있다가 '저런 것들 비싼 쌀 먹이면서 뭐하러 살려줘, 쏘아 죽여버리지'하더라고."] 1년의 수형 생활…죽은 아들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전주형무소에서 아기는 죄가 없으니까 고아원에 보내고 엄마만 징역을 살라는 거야."] ["전주 가서 반년을 살았어. 먼저 간 사람 순서대로 이감을 보낸거라. (나는) 대구로 보냈어"] ["대구 가서 1년 살아서 아기를 찾으러 전주로 온 거라."] ["고아원에 가서 아기 찾아오려고 가보니까 얼마 없어 아기가 명이 짧아서 죽어버렸다고"] ["어떡해 죽은 아기, 그래서 나만 (제주로)왔지."] 고문으로 새겨진 장애 '고달픈 삶' [한신화/4·3 생존 수형인 : "(고문으로)손가락 빠져서 지금 젓가락질도 못해. 이것 빠져서."] ["일도 못하고 숟가락도 이렇게 잡고 밥 먹고."] ["그래서 남들은 일해서 돈도 버는데."] ["난 그런 것도 한 푼 벌 수가 없어."] ["아이고 눈물 나, 눈물. 4·3 때 생각하면 기가 막혀. 이제 같으면 그때 시절이면 자살해서 죽어버리지."] ["(그래도 재심)재판 받아서 이기니까 내가 50살만 됐으면 더 살아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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