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질될까 우려해 5·18 중재 거절…기밀문서 공개

입력 2020.05.15 (19:12) 수정 2020.05.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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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서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당시 미국이 광주 시민들의 중재 요청을 거절한 배경은 물론, 미 대사와 신군부 핵심 세력 간 면담 내용이 기록돼있는데요.

김민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계엄군에 맞서 항쟁했던 광주 시민들,

'전두환 퇴진'을 외치던 이들은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합니다.

그 이유가 오늘 공개된 미 국무부의 기밀 문서를 통해 처음 드러났습니다.

정국을 혼란스럽다고 규정한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경우 어느 한 편, 혹은 양측 모두의 주장에 끌려가는 정치적 인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괍니다.

미국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신군부 핵심 요인들의 면담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1979년 12. 12 사태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만난 글라이스틴 대사.

그는 전두환 당시 사령관이 12. 12 사태를 쿠데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야심을 숨기려 했다고 봤습니다.

이듬해 5월, 계엄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직전, 최광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군부에 완전히 둘러싸였다고 말합니다.

최규하 정부는 시민 사회와 대학생들에게 유화적 태도를 보이려 했지만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가 이를 불쾌해 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대응이 너무 강경하다는 미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결국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신군부,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미 측에 만일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43건의 문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비밀 해제를 요청해 제공받은 것입니다.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을 면밀히 분석했던 미국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나 지휘 체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핵심 자료는 빠졌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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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인질될까 우려해 5·18 중재 거절…기밀문서 공개
    • 입력 2020-05-15 19:15:26
    • 수정2020-05-15 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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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의 기밀 문서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당시 미국이 광주 시민들의 중재 요청을 거절한 배경은 물론, 미 대사와 신군부 핵심 세력 간 면담 내용이 기록돼있는데요.

김민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계엄군에 맞서 항쟁했던 광주 시민들,

'전두환 퇴진'을 외치던 이들은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합니다.

그 이유가 오늘 공개된 미 국무부의 기밀 문서를 통해 처음 드러났습니다.

정국을 혼란스럽다고 규정한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경우 어느 한 편, 혹은 양측 모두의 주장에 끌려가는 정치적 인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결괍니다.

미국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신군부 핵심 요인들의 면담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1979년 12. 12 사태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만난 글라이스틴 대사.

그는 전두환 당시 사령관이 12. 12 사태를 쿠데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야심을 숨기려 했다고 봤습니다.

이듬해 5월, 계엄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직전, 최광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한국 정부가 군부에 완전히 둘러싸였다고 말합니다.

최규하 정부는 시민 사회와 대학생들에게 유화적 태도를 보이려 했지만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가 이를 불쾌해 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대응이 너무 강경하다는 미국의 우려를 무시하고 결국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신군부,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은 미 측에 만일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될 수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43건의 문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비밀 해제를 요청해 제공받은 것입니다.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을 면밀히 분석했던 미국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나 지휘 체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핵심 자료는 빠졌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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