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할리우드가 놀란 감독을 목빼고 기다리는 이유는?

입력 2020.05.17 (08:01) 수정 2020.05.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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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를 살려낼 구세주일까? 코로나19 속에 처참히 무너질 거인일까?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여름 성수기 미국 영화산업의 운명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달려 있다고 현지시간 14일 보도했습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놀란 감독은 오는 7월 17일 신작 영화 <테넷>(Tenet)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영화 개봉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온라인 개봉 등의 형태로 애초 계획했던 극장 상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해밀턴>을 OTT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고, 유니버설은 기대작 <더 킹 오브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디지털 대여 방식으로 다음 달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놀란 감독과 <테넷>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애초 발표했던 개봉일에 영화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된 시대이지만 놀란 감독은 열렬한 극장 옹호론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지금의 위기가 지나고 나면, 함께 사랑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인간의 집단적 경험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극장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워너브라더스가 <테넷> 개봉일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영화를 감독한 사람이 다름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놀란은 근래 할리우드 역사에서 유례없는 흥행 신화를 써가고 있습니다. <다크나이트> 3부작으로 최고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랐고,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등 3편으로 전세계에서 무려 20억 달러(2조 4천6백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처럼, 사람들은 놀란 감독의 이름만 보고 그의 영화를 보러 간다고 전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져 가게와 상점이 문을 닫았고 영화관 역시 유탄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미국 영화산업이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영화티켓 판매를 통해 34억 달러(4조 1천8백억 원)를 벌어들인 반면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고작 10만2천 달러(1억2천5백만 원) 수입에 그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할리우드가 놀란 감독에게 잔뜩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보입니다. 영화제작사의 한 마케팅 담당 임원은 "<테넷>이 개봉하지 않거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영화사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개봉 영화는 한 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너브라더스와 놀란이 미국을 재가동하는 일종의 지렛대로 <테넷>을 이용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넷>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상정하고 있는 2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미국인들이 <테넷>을 보려고 앞다퉈 영화관에 몰려들 것이고 영화 <뮬란>, <원더우먼 1984>도 뒤따라 극장 개봉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뮬란>의 미국 개봉일은 <테넷> 개봉 일주일 뒤인 7월 24일입니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감염 공포가 지속될 경우 <테넷> 개봉이 연기되거나 개봉하더라도 관객들이 불안감 때문에 영화 관람을 외면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그럴 경우 다른 영화들도 잇따라 개봉 일정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테넷>이 실패하면 어떤 영화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테넷>이 애초 예정대로 개봉해 관객몰이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수입을 보장할 것입니다. 경쟁작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위험 부담이 큰 도박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는 미국 최대 영화 시장인 뉴욕과 LA가 완전하게 문을 열 때 영화를 개봉하겠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은 단계별 경제 재가동 일정에서 영화관 운영 재개를 맨 마지막인 4번째 단계에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해진 날짜는 아직 없습니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도 영화관을 3단계에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극장 운영 재개 일정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화 <테넷>은 첩보물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도박이 성공할 지도 그의 영화처럼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놀란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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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여름 성수기 미국 영화산업의 운명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달려 있다고 현지시간 14일 보도했습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놀란 감독은 오는 7월 17일 신작 영화 <테넷>(Tenet)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영화 개봉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온라인 개봉 등의 형태로 애초 계획했던 극장 상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해밀턴>을 OTT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고, 유니버설은 기대작 <더 킹 오브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디지털 대여 방식으로 다음 달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놀란 감독과 <테넷>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애초 발표했던 개봉일에 영화를 미국 전역에서 개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된 시대이지만 놀란 감독은 열렬한 극장 옹호론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지금의 위기가 지나고 나면, 함께 사랑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인간의 집단적 경험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극장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워너브라더스가 <테넷> 개봉일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영화를 감독한 사람이 다름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놀란은 근래 할리우드 역사에서 유례없는 흥행 신화를 써가고 있습니다. <다크나이트> 3부작으로 최고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랐고,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등 3편으로 전세계에서 무려 20억 달러(2조 4천6백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처럼, 사람들은 놀란 감독의 이름만 보고 그의 영화를 보러 간다고 전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져 가게와 상점이 문을 닫았고 영화관 역시 유탄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미국 영화산업이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영화티켓 판매를 통해 34억 달러(4조 1천8백억 원)를 벌어들인 반면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고작 10만2천 달러(1억2천5백만 원) 수입에 그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할리우드가 놀란 감독에게 잔뜩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보입니다. 영화제작사의 한 마케팅 담당 임원은 "<테넷>이 개봉하지 않거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영화사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개봉 영화는 한 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워너브라더스와 놀란이 미국을 재가동하는 일종의 지렛대로 <테넷>을 이용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넷>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상정하고 있는 2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미국인들이 <테넷>을 보려고 앞다퉈 영화관에 몰려들 것이고 영화 <뮬란>, <원더우먼 1984>도 뒤따라 극장 개봉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뮬란>의 미국 개봉일은 <테넷> 개봉 일주일 뒤인 7월 24일입니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감염 공포가 지속될 경우 <테넷> 개봉이 연기되거나 개봉하더라도 관객들이 불안감 때문에 영화 관람을 외면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그럴 경우 다른 영화들도 잇따라 개봉 일정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테넷>이 실패하면 어떤 영화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테넷>이 애초 예정대로 개봉해 관객몰이에 성공한다면 막대한 수입을 보장할 것입니다. 경쟁작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위험 부담이 큰 도박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워너브라더스는 미국 최대 영화 시장인 뉴욕과 LA가 완전하게 문을 열 때 영화를 개봉하겠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은 단계별 경제 재가동 일정에서 영화관 운영 재개를 맨 마지막인 4번째 단계에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해진 날짜는 아직 없습니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도 영화관을 3단계에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극장 운영 재개 일정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화 <테넷>은 첩보물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도박이 성공할 지도 그의 영화처럼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놀란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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