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폭도로 조작”…40년 만에 쓴 편지

입력 2020.05.18 (07:02) 수정 2020.05.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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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5·18 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18 희생자의 딸을 안아줬을 때 그 감동의 장면, 기억하실테데요.

올해 기념식에서는 계엄군의 총에 맞아 암매장된 모습으로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한 희생자의 사연이 아내의 편지 글로 소개됩니다.

김정대 기자입니다.

[리포트]

3년 전,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5월 18일, 자신의 생일과 아버지의 기일을 동시에 맞아야 하는 '5·18 둥이' 김소형 씨의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소형씨를 안아 준 장면은 두고두고 감동을 남겼습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고 임은택 씨의 아내 최정희 씨가 억울하게 희생된 남편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임은택 씨는 80년 5월 21일 일행과 함께 광주에서 전남 담양 집으로 돌아가는 중,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계엄군의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연락이 끊긴 남편을 찾아 헤매다 열흘이 지나서야 교도소 인근에 암매장 된 남편의 시신을 수습합니다.

임은택씨의 죽음은 5·18의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건이지만, 반대로 폭도들이 교도소를 습격한 사건으로 조작·왜곡돼 왔습니다.

["폭도로 여태까지 세상 살다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는 5·18 한 해 전 담양으로 옮겨 왔습니다.

당시 12살, 10살, 6살이던 자녀들은 어느새 장성했지만,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한 지난 세월을 떠올리면 늘 죄인같은 마음입니다.

[최정희/故 임은택 씨 아내 : "어린 것들이 진짜 한창 사랑받고 그럴 나이에 갑자기 아빠가 죽고, 나가면 폭도라고 하고. 그 속을 누가 알겠습니까. 사랑도 못 받고 컸잖아요. 아버지 사랑도. 그게 우리 애들한테 나도 죄인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남편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폭도의 아내로 낙인 찍혀 살아 온 40년의 삶.

세월조차 씻겨내지 못한 아픔과 한은 40년 만에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깁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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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을 폭도로 조작”…40년 만에 쓴 편지
    • 입력 2020-05-18 07:04:25
    • 수정2020-05-18 0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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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5·18 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18 희생자의 딸을 안아줬을 때 그 감동의 장면, 기억하실테데요.

올해 기념식에서는 계엄군의 총에 맞아 암매장된 모습으로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한 희생자의 사연이 아내의 편지 글로 소개됩니다.

김정대 기자입니다.

[리포트]

3년 전,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5월 18일, 자신의 생일과 아버지의 기일을 동시에 맞아야 하는 '5·18 둥이' 김소형 씨의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소형씨를 안아 준 장면은 두고두고 감동을 남겼습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고 임은택 씨의 아내 최정희 씨가 억울하게 희생된 남편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임은택 씨는 80년 5월 21일 일행과 함께 광주에서 전남 담양 집으로 돌아가는 중, 당시 광주교도소에 주둔했던 계엄군의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연락이 끊긴 남편을 찾아 헤매다 열흘이 지나서야 교도소 인근에 암매장 된 남편의 시신을 수습합니다.

임은택씨의 죽음은 5·18의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건이지만, 반대로 폭도들이 교도소를 습격한 사건으로 조작·왜곡돼 왔습니다.

["폭도로 여태까지 세상 살다가…"]

부산 국제시장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는 5·18 한 해 전 담양으로 옮겨 왔습니다.

당시 12살, 10살, 6살이던 자녀들은 어느새 장성했지만,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한 지난 세월을 떠올리면 늘 죄인같은 마음입니다.

[최정희/故 임은택 씨 아내 : "어린 것들이 진짜 한창 사랑받고 그럴 나이에 갑자기 아빠가 죽고, 나가면 폭도라고 하고. 그 속을 누가 알겠습니까. 사랑도 못 받고 컸잖아요. 아버지 사랑도. 그게 우리 애들한테 나도 죄인 것 같아요."]

하루 아침에 남편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폭도의 아내로 낙인 찍혀 살아 온 40년의 삶.

세월조차 씻겨내지 못한 아픔과 한은 40년 만에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깁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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