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일의 기다림…평범한 사람들이 법을 바꾸기까지

입력 2020.05.19 (21:45) 수정 2020.05.1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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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재조사의 길이 열렸습니다.

과거사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내일(2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KBS가 만나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유호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랑인을 선도한다며 1975년 설립된 부산 형제복지원.

12년 뒤 드러난 실상은 인권 유린 범죄의 현장이었습니다.

[KBS 뉴스9/1987년 1월 : "부랑아를 모아 감금시켜놓고,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갔을 때 최승우 씨는 14살, 한종선 씨는 겨우 9살이었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경찰이 저를 끌고 들어가서 머리를 때려가면서 가방 검사를 했고. 훔치지도 않은 빵을 누명을 씌워서..."]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자 : "아동들을 상대로 동성 간 성폭행이 이루어졌고요. 때리다가 사람이 맞아서 죽어 나가는 경우…."]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 잊혀져 가던 사건은 2012년 한종선 씨의 1인 시위로 재조명되기 시작했지만 국회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2017년 11월, 국회 앞 1평 천막에서 노숙 농성이 시작됐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처음에는 기약이 없었어요. 언젠가는 끝나겠지라는 기대감, 희망이라는 거를 보고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검찰총장이 사과하기도 했지만 국회는 더디게 움직였습니다.

진상규명을 담은 과거사 법안이 지난해 10월 어렵게 행안위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법사위 문턱에 걸렸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읍소를 해서 간신히 통과되었는데. 절망 빠진 거죠. 큰일 났다. 너무너무 힘들다. 이게 과연 통과되겠나? 진짜 괴로웠죠."]

법안에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자 :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과거사법 19대에서도 폐기됐었고 20대에서도 또 폐기되지 않습니까?"]

최승우 씨는 국회 지붕에 올라가야 했고,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배우지 못하다 보니까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잖아요."]

국가의 보상과 배상을 뺀 것이 아쉽지만 내일(20일)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일반인인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국가폭력 피해생존자가 이렇게 법안을 만들었다는데 할 수 있다. 투지 속에 승리가 있다라는 거를 보여주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을 끌고 가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인 진상을 밝혀 달라는 당연한 요구. 받아들여지기까지 8년이 걸렸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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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25일의 기다림…평범한 사람들이 법을 바꾸기까지
    • 입력 2020-05-19 21:49:42
    • 수정2020-05-19 22:11:14
    뉴스 9
[앵커]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재조사의 길이 열렸습니다.

과거사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내일(2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KBS가 만나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유호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랑인을 선도한다며 1975년 설립된 부산 형제복지원.

12년 뒤 드러난 실상은 인권 유린 범죄의 현장이었습니다.

[KBS 뉴스9/1987년 1월 : "부랑아를 모아 감금시켜놓고,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갔을 때 최승우 씨는 14살, 한종선 씨는 겨우 9살이었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경찰이 저를 끌고 들어가서 머리를 때려가면서 가방 검사를 했고. 훔치지도 않은 빵을 누명을 씌워서..."]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자 : "아동들을 상대로 동성 간 성폭행이 이루어졌고요. 때리다가 사람이 맞아서 죽어 나가는 경우…."]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 잊혀져 가던 사건은 2012년 한종선 씨의 1인 시위로 재조명되기 시작했지만 국회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2017년 11월, 국회 앞 1평 천막에서 노숙 농성이 시작됐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처음에는 기약이 없었어요. 언젠가는 끝나겠지라는 기대감, 희망이라는 거를 보고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검찰총장이 사과하기도 했지만 국회는 더디게 움직였습니다.

진상규명을 담은 과거사 법안이 지난해 10월 어렵게 행안위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법사위 문턱에 걸렸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읍소를 해서 간신히 통과되었는데. 절망 빠진 거죠. 큰일 났다. 너무너무 힘들다. 이게 과연 통과되겠나? 진짜 괴로웠죠."]

법안에 반대하는 정치인에게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자 :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과거사법 19대에서도 폐기됐었고 20대에서도 또 폐기되지 않습니까?"]

최승우 씨는 국회 지붕에 올라가야 했고,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배우지 못하다 보니까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잖아요."]

국가의 보상과 배상을 뺀 것이 아쉽지만 내일(20일)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승우/형제복지원 피해자 : "일반인인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국가폭력 피해생존자가 이렇게 법안을 만들었다는데 할 수 있다. 투지 속에 승리가 있다라는 거를 보여주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을 끌고 가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인 진상을 밝혀 달라는 당연한 요구. 받아들여지기까지 8년이 걸렸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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