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아버지의 안전모…“2인 1조만 지켰어도”

입력 2020.05.28 (08:46) 수정 2020.05.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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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년 전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재작년엔 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그리고 최근엔 60대 하청 노동자가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시행된 이른바 김용균법엔 2인 1조 규정이 없고, 사업장은 사람이 죽어도 여전히 돌아갑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넘게 나가셨던 일터에서 아버지를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남은 거라곤 검은빛 땀이 서린 안전모 하나.

돌아가신 곳에 꽃 한송이 놓기까지 9일이 걸렸습니다.

[김수찬/삼표시멘트 사망 노동자 유족 : "현장 보존을 위해서 할 수가 없다. (사고난 지) 3일째 되는 날까지도 정확하게 들은 얘기가 없어요."]

아버지는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였습니다.

2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때 1명만 더 있었더라면...

[김수찬/삼표시멘트 사망 노동자 유족 : "아버지 사망 원인은 질식사니까 2인 1조였다면 무조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크게 다치더라도 그래도 살아계시지 않을까."]

원청인 삼표시멘트 측이 사과를 하긴 했지만,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수찬/삼표시멘트 사망 노동자 유족 : "하청을 교묘하게 같이 끼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이해가 안돼요. 명확하게 저쪽(원청)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

폐목재를 처리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간 26살 청년.

모두 홀로 일하다 희생됐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해부터 시행된 '김용균법'에 '2인 1조' 규정은 빠졌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도 여전히 가능하고, 사람이 죽어도 노동자들은 또 현장에 투입됩니다.

[이재형/민주노총 삼표지부장 : "두려워서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을 먼저 분석하고 그 다음에 재발 방지, 안전하게 조치가 됐을 때 돌아가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닙니까."]

김용균법을 개정하고, 재해기업을 엄하게 처벌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이번 삼표시멘트 재해 말고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질병이 아닌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315명입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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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건 아버지의 안전모…“2인 1조만 지켰어도”
    • 입력 2020-05-28 08:49:20
    • 수정2020-05-28 08: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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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년 전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재작년엔 발전소에서 김용균 씨가 그리고 최근엔 60대 하청 노동자가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시행된 이른바 김용균법엔 2인 1조 규정이 없고, 사업장은 사람이 죽어도 여전히 돌아갑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넘게 나가셨던 일터에서 아버지를 잃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남은 거라곤 검은빛 땀이 서린 안전모 하나.

돌아가신 곳에 꽃 한송이 놓기까지 9일이 걸렸습니다.

[김수찬/삼표시멘트 사망 노동자 유족 : "현장 보존을 위해서 할 수가 없다. (사고난 지) 3일째 되는 날까지도 정확하게 들은 얘기가 없어요."]

아버지는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였습니다.

2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때 1명만 더 있었더라면...

[김수찬/삼표시멘트 사망 노동자 유족 : "아버지 사망 원인은 질식사니까 2인 1조였다면 무조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크게 다치더라도 그래도 살아계시지 않을까."]

원청인 삼표시멘트 측이 사과를 하긴 했지만,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수찬/삼표시멘트 사망 노동자 유족 : "하청을 교묘하게 같이 끼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이해가 안돼요. 명확하게 저쪽(원청)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

폐목재를 처리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간 26살 청년.

모두 홀로 일하다 희생됐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해부터 시행된 '김용균법'에 '2인 1조' 규정은 빠졌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도 여전히 가능하고, 사람이 죽어도 노동자들은 또 현장에 투입됩니다.

[이재형/민주노총 삼표지부장 : "두려워서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을 먼저 분석하고 그 다음에 재발 방지, 안전하게 조치가 됐을 때 돌아가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닙니까."]

김용균법을 개정하고, 재해기업을 엄하게 처벌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이번 삼표시멘트 재해 말고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질병이 아닌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315명입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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