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조던과 우즈…‘저항’ 메시지 확산

입력 2020.06.03 (08:15) 수정 2020.06.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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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마이클 조던입니다.

전설처럼 회자되는 명승부가 수두룩합니다만, 1984년 미국 LA 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 여기서 조던은 스페인을 상대로 20점을 따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당시 그가 신었던 농구화입니다.

경기 직후 볼보이에게 선물한 이 낡은 운동화는, 지난 2017년 한 경매장에 등장해 19만373달러, 우리 돈 약 2억3천만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90년대 조던의 전성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그의 현역 시절 활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 : "우린 가진 걸 잃을 때까지 이를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조던은 미국내 흑인 사회에서 절대적 우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대통령의 말보다 그의 말을 더 신뢰한다고 할 정돕니다.

백인 주류 사회에서 농구공 하나로 성공 신화를 이룩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던은 정작 흑인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인종 차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마디만 해달라'는 흑인들의 간청에도 냉정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거리를 뒀습니다.

1990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흑인 최초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하비 겐트가 지지 연설을 부탁했을 때도 조던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이런 그를 향해 흑인 사회에서는 '백인들 눈치 보며 돈만 밝힌다'는 극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조던이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매우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정말 화가 난다 "며 마침내 침묵을 깼습니다.

발표문에서 그는 결정적인 말을 남깁니다.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았다."

조던의 이 한마디에는 자신이 그동안 방관한 게 아니라 "참으면서 쭉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습니다.

이어, "투표를 통해 체제의 변화를 만들어내자"며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유색 인종의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열 네살 소년 시절 우즈는 자신을 향한 편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압박이나 편견을 느껴 본 적 있나요?) 메이저 컨트리 클럽에 갈 때마다요. 항상 느껴요. 사람들이 너 여기서 뭐해? 넌 여기 있으면 안 되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봐요."]

성인이 된 이후 우즈는 입버릇처럼 "나는 흑인이 아니다. 나는 카블리나시안 (백인, 흑인, 아메리칸 인디언, 아시안의 피가 섞여있는 인종)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알려진대로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어머니는 태국계 미국인입니다.

과거 조던처럼 우즈도, 흑인과 관련된 일에 대해 좀처럼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종 문제와 관련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나는 방금 18홀을 돌고 왔다. 지금 몹시 배가 고프다”며 곧바로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평소 조던을 '큰 형'으로 부른다는 우즈, 마치 형을 따라하기라도 하듯 이번 플로이드 사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을 넘은 충격적인 비극"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플로이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신 것처럼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극도로 자제해 오던 조던과 우즈가,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흑인들은 이들의 입장 표명을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영웅이 다시 돌아왔다"는 말로 반색하고 있습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조던과 우즈가 이번 사태에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사실만으로 미국 사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분위깁니다.

이 얼굴 기억나시나요?

지난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미 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입니다.

그의 아내 버네사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의 옛 사진 한 장을 올렸습니다.

'I CAN'T BREATHE'라고 새긴 셔츠를 입은, 2014년 당시 코비의 모습입니다.

부인 버네사는 이 사진을 보여주며 "남편이 몇 년 전 입은 이 셔츠를 우리는 지금 또다시 입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코비 셔츠에 새겨진 'I CAN'T BREATHE'는 지난 2014년 뉴욕에서 흑인 남성이 체포되는 도중 이번 사건처럼 백인 경찰에게 목 졸려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기도 합니다.

[조지 플로이드 :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경찰관님, 숨을 쉴 수가 없다고요."]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 주니어는 플로이드의 장례식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메이웨더의 프로모션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메이웨더가 내게 화를 낼 것 같지만, 장례비용을 대겠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 스포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플로이드를 향한 애도의 움직임은 스포츠계를 넘어 문화예술계로도 확산 중입니다.

'블랙 아웃 화요일' 전 세계 대형 음반사들이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뜻으로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겠다며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세계 3대 음반사가 모두 동참 의사를 밝혔고, 비욘세 등 세계적 팝스타들도 독려에 나섰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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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 깬 조던과 우즈…‘저항’ 메시지 확산
    • 입력 2020-06-03 08:18:25
    • 수정2020-06-03 08:58:41
    아침뉴스타임
농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마이클 조던입니다.

전설처럼 회자되는 명승부가 수두룩합니다만, 1984년 미국 LA 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 여기서 조던은 스페인을 상대로 20점을 따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당시 그가 신었던 농구화입니다.

경기 직후 볼보이에게 선물한 이 낡은 운동화는, 지난 2017년 한 경매장에 등장해 19만373달러, 우리 돈 약 2억3천만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90년대 조던의 전성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그의 현역 시절 활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 : "우린 가진 걸 잃을 때까지 이를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조던은 미국내 흑인 사회에서 절대적 우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대통령의 말보다 그의 말을 더 신뢰한다고 할 정돕니다.

백인 주류 사회에서 농구공 하나로 성공 신화를 이룩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던은 정작 흑인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인종 차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마디만 해달라'는 흑인들의 간청에도 냉정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거리를 뒀습니다.

1990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흑인 최초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하비 겐트가 지지 연설을 부탁했을 때도 조던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이런 그를 향해 흑인 사회에서는 '백인들 눈치 보며 돈만 밝힌다'는 극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조던이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 "매우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정말 화가 난다 "며 마침내 침묵을 깼습니다.

발표문에서 그는 결정적인 말을 남깁니다.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았다."

조던의 이 한마디에는 자신이 그동안 방관한 게 아니라 "참으면서 쭉 지켜보고 있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습니다.

이어, "투표를 통해 체제의 변화를 만들어내자"며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또 다른 유색 인종의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열 네살 소년 시절 우즈는 자신을 향한 편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을 할 때 압박이나 편견을 느껴 본 적 있나요?) 메이저 컨트리 클럽에 갈 때마다요. 항상 느껴요. 사람들이 너 여기서 뭐해? 넌 여기 있으면 안 되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봐요."]

성인이 된 이후 우즈는 입버릇처럼 "나는 흑인이 아니다. 나는 카블리나시안 (백인, 흑인, 아메리칸 인디언, 아시안의 피가 섞여있는 인종)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알려진대로 그의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어머니는 태국계 미국인입니다.

과거 조던처럼 우즈도, 흑인과 관련된 일에 대해 좀처럼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종 문제와 관련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나는 방금 18홀을 돌고 왔다. 지금 몹시 배가 고프다”며 곧바로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평소 조던을 '큰 형'으로 부른다는 우즈, 마치 형을 따라하기라도 하듯 이번 플로이드 사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을 넘은 충격적인 비극"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플로이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보신 것처럼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극도로 자제해 오던 조던과 우즈가,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흑인들은 이들의 입장 표명을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영웅이 다시 돌아왔다"는 말로 반색하고 있습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 됐건, 조던과 우즈가 이번 사태에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사실만으로 미국 사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분위깁니다.

이 얼굴 기억나시나요?

지난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미 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입니다.

그의 아내 버네사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의 옛 사진 한 장을 올렸습니다.

'I CAN'T BREATHE'라고 새긴 셔츠를 입은, 2014년 당시 코비의 모습입니다.

부인 버네사는 이 사진을 보여주며 "남편이 몇 년 전 입은 이 셔츠를 우리는 지금 또다시 입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코비 셔츠에 새겨진 'I CAN'T BREATHE'는 지난 2014년 뉴욕에서 흑인 남성이 체포되는 도중 이번 사건처럼 백인 경찰에게 목 졸려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기도 합니다.

[조지 플로이드 :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경찰관님, 숨을 쉴 수가 없다고요."]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 주니어는 플로이드의 장례식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메이웨더의 프로모션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메이웨더가 내게 화를 낼 것 같지만, 장례비용을 대겠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 스포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플로이드를 향한 애도의 움직임은 스포츠계를 넘어 문화예술계로도 확산 중입니다.

'블랙 아웃 화요일' 전 세계 대형 음반사들이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뜻으로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겠다며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세계 3대 음반사가 모두 동참 의사를 밝혔고, 비욘세 등 세계적 팝스타들도 독려에 나섰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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