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물물교환까지…중남미 ‘굶주림의 팬데믹’

입력 2020.06.04 (10:49) 수정 2020.06.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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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남미에서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길어진 봉쇄에 빈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져 돈대신 음식을 받는 물물교환 방식까지 등장했는데요.

'굶주림의 팬데믹' 굶주림의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멕시코 수도의 한 인형 가게입니다.

멕시코 원주민들이 만든 전통 인형들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인형을 고른 손님이 건넨 것은 돈이 아닌 식료품입니다.

[하비에르 소스/손님 : "쌀, 오트밀, 설탕, 식용유, 참치, 콩, 수프 캔 등을 가져왔습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수입이 급감하자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일부 멕시코 가게들에서 돈 대신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받고 있습니다.

사정을 아는 지역 주민들은 기꺼이 인형을 사고, 음식을 나누고 있는데요.

[재즈 민 로페즈/손님 : "인형들을 시리즈로 모으고 있어요. 가게를 돕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자주 오려고 합니다."]

이미 빈곤층이 두껍고 빈부격차가 심했던 중남미에선 코로나19로 빈곤에 내몰리는 국민들이 더 늘어났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중남미에서만 천4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구엘 바레토/세계식량계획 중남미 책임자 :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남미 지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굶주림의 팬데믹'이 우려됩니다."]

남미 국가들은 대도시의 빈민층이 많고, 가정부 등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데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서민들이 봉쇄로 일이 끊기자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진 겁니다.

[캐롤라이나 바르보자/베네수엘라 가정부 : "(수입이 끊겨) 잘 먹지 못하고 생활도 어렵습니다. 전처럼 아이스크림은 사 먹을 수도 없어요. 점심 끼니 해결도 어렵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중남미 각국엔 정부나 자선단체의 식량 지원에 의존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는데요.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배급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아 초크/아르헨티나 주민 :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상황은 더 어려워집니다. 밖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집 안에 머물게 하고 어른들은 먹을 것을 찾아 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찾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 감염자는 다시 늘어나고, 봉쇄는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로 인해 빈민들의 삶은 다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각국 정부가 취약계층에 도움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오랜 불황에 시달려온 남미 국가들은 확대는커녕 예산 감축에 나서야 할 상황입니다.

지금도 중남미 대부분 국가에선 하루 수천 명에서 수만 명까지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검사 건수가 극히 적고, 진단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도 많아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레니즈 트린다데/브라질 장례업자 : "집에서 사망한 경우 대부분 '급성호흡부전'이 원인입니다. 코로나19 검사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경험상 관련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중남미의 코로나19 위기가 언제쯤 끝날지 짐작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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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물물교환까지…중남미 ‘굶주림의 팬데믹’
    • 입력 2020-06-04 10:58:39
    • 수정2020-06-04 11:12:24
    지구촌뉴스
[앵커]

중남미에서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길어진 봉쇄에 빈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져 돈대신 음식을 받는 물물교환 방식까지 등장했는데요.

'굶주림의 팬데믹' 굶주림의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입니다.

[리포트]

멕시코 수도의 한 인형 가게입니다.

멕시코 원주민들이 만든 전통 인형들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인형을 고른 손님이 건넨 것은 돈이 아닌 식료품입니다.

[하비에르 소스/손님 : "쌀, 오트밀, 설탕, 식용유, 참치, 콩, 수프 캔 등을 가져왔습니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수입이 급감하자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일부 멕시코 가게들에서 돈 대신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받고 있습니다.

사정을 아는 지역 주민들은 기꺼이 인형을 사고, 음식을 나누고 있는데요.

[재즈 민 로페즈/손님 : "인형들을 시리즈로 모으고 있어요. 가게를 돕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자주 오려고 합니다."]

이미 빈곤층이 두껍고 빈부격차가 심했던 중남미에선 코로나19로 빈곤에 내몰리는 국민들이 더 늘어났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중남미에서만 천4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구엘 바레토/세계식량계획 중남미 책임자 :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남미 지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굶주림의 팬데믹'이 우려됩니다."]

남미 국가들은 대도시의 빈민층이 많고, 가정부 등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데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서민들이 봉쇄로 일이 끊기자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진 겁니다.

[캐롤라이나 바르보자/베네수엘라 가정부 : "(수입이 끊겨) 잘 먹지 못하고 생활도 어렵습니다. 전처럼 아이스크림은 사 먹을 수도 없어요. 점심 끼니 해결도 어렵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중남미 각국엔 정부나 자선단체의 식량 지원에 의존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는데요.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배급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리아 초크/아르헨티나 주민 :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상황은 더 어려워집니다. 밖에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집 안에 머물게 하고 어른들은 먹을 것을 찾아 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찾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 감염자는 다시 늘어나고, 봉쇄는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로 인해 빈민들의 삶은 다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각국 정부가 취약계층에 도움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오랜 불황에 시달려온 남미 국가들은 확대는커녕 예산 감축에 나서야 할 상황입니다.

지금도 중남미 대부분 국가에선 하루 수천 명에서 수만 명까지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검사 건수가 극히 적고, 진단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도 많아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레니즈 트린다데/브라질 장례업자 : "집에서 사망한 경우 대부분 '급성호흡부전'이 원인입니다. 코로나19 검사는 진행하지 않았지만 경험상 관련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중남미의 코로나19 위기가 언제쯤 끝날지 짐작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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