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선택, 국제 결혼 피해 속출

입력 2003.06.07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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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우리나라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전문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잇속을 챙기고 보려는 이들 업체들의 악덕 횡포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박진영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서울의 한 업체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알선업자는 베트남에만 가면 100여 명의 여성들 중에 신부감을 고를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국제 결혼 알선업자: 10명씩 들어와서 얘기하다가 괜찮다 싶으면 찍어요. 2번째 10명이 또 들어와요. (여자들이) 일부종사하고 부모 공경 잘 하고...
⊙기자: 문제는 업체가 내세우는 현지에서의 일정입니다.
도착 다음날 곧바로 맞선과 데이트, 사흘째 되는 날은 무조건 결혼식까지 치뤄야 합니다.
31살 강 모씨는 이런 일정에 따라 지난해 4월 베트남으로 건너가 사흘 만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신부는 한국에 들어온 지 보름 만에 집을 나갔습니다.
⊙강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부부라는 의식을 못 하더라고요. 남편이 옆에 있는데 남자친구와 전화하고 낄낄대고...
⊙기자: 지난해 한 업체의 알선으로 각각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6명은 더욱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신혼살림 5달 만에 필리핀 신부 6명이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집을 나간 것입니다.
⊙오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밥도 못 드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기자: 이들은 알선업체가 망해 1000여 만원씩의 소개료만 날리고 이혼수속도 못 밟고 있습니다.
⊙잠적 필리핀 여인 친구: (공장으로) 많이들 도망가요. (친구들이) 남편하고 안 산다고 그랬어요.
⊙기자: 결혼성사 여부를 놓고 분쟁이 일기도 합니다.
지난 4월 업체의 소개로 외국 여성을 만난 41살 이 모씨는 대학생에다 술, 담배를 못한다는 업체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불쾌했고. 그런 사람 데려와서 결혼하느니 아무하고나 하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자: 이 씨는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오히려 2000여 만원의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국제 결혼 알선업체 관계자: (여자가) 싫다고 그런 거지. 여자가 학생이 아니고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남자가 거절한 것은 아니에요.
⊙기자: 이처럼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영세업체의 난립 때문입니다.
현재 국제결혼 알선업체는 허가나 신고 없이 등록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의 국제결혼 알선업체는 700여 개.
하루에만 30여 개가 생기고 또 그만큼 문을 닫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잇속만 챙기려는 일부 업체의 비뚤어진 상혼 때문에 결혼의 신성함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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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선택, 국제 결혼 피해 속출
    • 입력 2003-06-07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최근 우리나라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전문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잇속을 챙기고 보려는 이들 업체들의 악덕 횡포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박진영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서울의 한 업체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알선업자는 베트남에만 가면 100여 명의 여성들 중에 신부감을 고를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국제 결혼 알선업자: 10명씩 들어와서 얘기하다가 괜찮다 싶으면 찍어요. 2번째 10명이 또 들어와요. (여자들이) 일부종사하고 부모 공경 잘 하고... ⊙기자: 문제는 업체가 내세우는 현지에서의 일정입니다. 도착 다음날 곧바로 맞선과 데이트, 사흘째 되는 날은 무조건 결혼식까지 치뤄야 합니다. 31살 강 모씨는 이런 일정에 따라 지난해 4월 베트남으로 건너가 사흘 만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신부는 한국에 들어온 지 보름 만에 집을 나갔습니다. ⊙강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부부라는 의식을 못 하더라고요. 남편이 옆에 있는데 남자친구와 전화하고 낄낄대고... ⊙기자: 지난해 한 업체의 알선으로 각각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6명은 더욱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신혼살림 5달 만에 필리핀 신부 6명이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집을 나간 것입니다. ⊙오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밥도 못 드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기자: 이들은 알선업체가 망해 1000여 만원씩의 소개료만 날리고 이혼수속도 못 밟고 있습니다. ⊙잠적 필리핀 여인 친구: (공장으로) 많이들 도망가요. (친구들이) 남편하고 안 산다고 그랬어요. ⊙기자: 결혼성사 여부를 놓고 분쟁이 일기도 합니다. 지난 4월 업체의 소개로 외국 여성을 만난 41살 이 모씨는 대학생에다 술, 담배를 못한다는 업체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 모씨(국제 결혼 피해자): 불쾌했고. 그런 사람 데려와서 결혼하느니 아무하고나 하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기자: 이 씨는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오히려 2000여 만원의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국제 결혼 알선업체 관계자: (여자가) 싫다고 그런 거지. 여자가 학생이 아니고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남자가 거절한 것은 아니에요. ⊙기자: 이처럼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영세업체의 난립 때문입니다. 현재 국제결혼 알선업체는 허가나 신고 없이 등록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의 국제결혼 알선업체는 700여 개. 하루에만 30여 개가 생기고 또 그만큼 문을 닫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잇속만 챙기려는 일부 업체의 비뚤어진 상혼 때문에 결혼의 신성함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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