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천인공노할 아동 학대,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입력 2020.06.05 (07:43) 수정 2020.06.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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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계모의 학대로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천안의 9살 어린이가 사경을 헤매다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어린이는 가방 안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가방을 바꿔가며 7시간 넘게 감금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계모는 3시간 넘게 태연하게 외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를 막을 충분한 기회를 우리가 또 놓쳤다는 점입니다. 이 어린이는 이미 한 달 전 학대 정황이 외부에 노출됐습니다.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을 찾았는데, 의료진이 학대 흔적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하지만 경찰 등 관련 기관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어린이를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한 달 뒤 참혹한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 학대에 따른 사망 사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한해 20~30명씩, 최근 5년간만 100명이 넘는 아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중 상당수는 이미 학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부모에게 아이를 다시 맡긴 뒤 일어났습니다. 그때마다 되풀이 지적돼온 게 자녀 양육에서 친권을 우선해주는 이른바 '원가정 보호 원칙'입니다. 가족 해체를 막는다는 취지지만, 부모가 우긴다고 해서 학대 피해 아동을 가해자의 손에 다시 맡기는 게 과연 맞냐는 지적입니다.

아동학대는 대게 가정에서 일어나고 재발률이 높은 게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외국에서는 학대의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아동을 격리시켜 부모와 분리하는 게 원칙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대 신고가 들어가더라도 아동의 82%를 다시 원가정으로 돌려보냅니다. 과연 이게 바뀐 현실에 맞는 것인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 친권보다는 아동의 보호가 먼저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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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5 07:47:06
    • 수정2020-06-05 07: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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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계모의 학대로 여행용 가방에 갇혔던 천안의 9살 어린이가 사경을 헤매다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어린이는 가방 안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가방을 바꿔가며 7시간 넘게 감금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계모는 3시간 넘게 태연하게 외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를 막을 충분한 기회를 우리가 또 놓쳤다는 점입니다. 이 어린이는 이미 한 달 전 학대 정황이 외부에 노출됐습니다.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병원을 찾았는데, 의료진이 학대 흔적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하지만 경찰 등 관련 기관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어린이를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한 달 뒤 참혹한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 학대에 따른 사망 사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한해 20~30명씩, 최근 5년간만 100명이 넘는 아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중 상당수는 이미 학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부모에게 아이를 다시 맡긴 뒤 일어났습니다. 그때마다 되풀이 지적돼온 게 자녀 양육에서 친권을 우선해주는 이른바 '원가정 보호 원칙'입니다. 가족 해체를 막는다는 취지지만, 부모가 우긴다고 해서 학대 피해 아동을 가해자의 손에 다시 맡기는 게 과연 맞냐는 지적입니다.

아동학대는 대게 가정에서 일어나고 재발률이 높은 게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외국에서는 학대의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아동을 격리시켜 부모와 분리하는 게 원칙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대 신고가 들어가더라도 아동의 82%를 다시 원가정으로 돌려보냅니다. 과연 이게 바뀐 현실에 맞는 것인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 친권보다는 아동의 보호가 먼저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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