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파란 하늘을 볼 기회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하늘을 볼 때마다 가을처럼 쾌청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동시에 공기가 맑은데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대기가 깨끗해진 데에는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봉쇄 정책으로 사람이나 물류의 이동이 줄었고 석유와 석탄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멈춰버리다시피 한 건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되자 '뚝' 떨어진 미세먼지 농도
국내에서는 2월 18일 신천지 교회와 관련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부터 급속하게 코로나19가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펼쳤고 거리에선 인적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봤더니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2월부터 볼까요?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보면 일 변화가 굉장히 심한데요. 2월 초에 한 차례, 그리고 중순과 하순에도 대기환경 기준(붉은색)을 초과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쁨' 일수는 모두 8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 타임라인을 같이 보면 2월 18일은 대구 신천지 관련 3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입니다. 이후 하루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2월 29일은 813명으로 가장 많았죠.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던 시기였는데, 2월 말로 갈수록 초미세먼지 농도는 뚝 떨어졌습니다. 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월 11일 '팬데믹' 선언 이후 초미세먼지 '급감'?
3월로 갈수록 상관관계는 더 뚜렷해집니다. 서울에선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3일에 그쳤고 4월에는 하루, 5월에는 아예 하루도 없이 쾌청한 대기가 지속됐습니다.
3월 11일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이 나온 날이죠.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1년 전, 그러니까 2019년 3월을 생각해 보면 기록적인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날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3월 5일에는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200마이크로그램(㎍/㎥) 안팎까지 치솟아 대기환경 기준의 6배가량 올라가기도 했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정말 이변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봄까지는 국내외 배출량 감소가 '결정적'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 2,000톤, 그러니까 20% 정도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영향'도 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올해 1월까지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수준이었지만, 2월부터는 배출량이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우한'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이 시행됐고 수송과 경공업,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배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환경생태부도 1월부터 초봄인 3월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성에 포착된 '에어로졸'…. 실제 줄었나 봤더니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좀 더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천리안 위성의 관측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천리안 위성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을 탐지하는 장비가 장착돼있는데 미세먼지도 에어로졸에 포함됩니다.
먼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월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공업지대에서 많은 양의 에어로졸이 배출됩니다. 그런데 2월부터는 확연하게 배출이 줄고 3월까지도 이어졌습니다. 한반도 역시 같은 기간 푸른색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발표대로 미세먼지를 비롯한 에어로졸 배출이 적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어로졸, 잠시 줄었다가 4월부터 다시 제자리
그런데 4월부터는 수상한 조짐이 포착됩니다. 철강과 정유시설이 밀집해있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다시 강력한 에어로졸 배출이 감지된 겁니다. 5월 들어서는 배출 지역이 내륙으로 더 확대됐는데 코로나19에 의한 '억제 효과'가 끝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4월 이후 서해안을 중심으로 다시 에어로졸 배출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올해의 에어로졸 농도를 최근 5년간(2016~2020년) 평균 데이터와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색은 '증가', 푸른색은 '감소'를 뜻합니다. 올 1월 중국은 온통 붉은색으로 과거보다 에어로졸 배출이 훨씬 많았습니다.
2월부터는 중국의 배출량이 과거보다 줄면서 푸른색으로 변했고 3월에 가장 많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월부터는 오히려 에어로졸 배출이 늘면서 붉은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중국과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준 교수는 위성 관측자료를 통해 2, 3월까지는 국내외 에어로졸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4, 5월에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몰아낸 '구원투수'는 날씨
그런데 이상합니다. 초봄까지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이후 슬금슬금 늘었는데도 우리나라의 대기는 맑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순태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계절 관리제와 코로나19 영향, 여기에 기상 조건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한반도 상공의 기압계가 정체하면서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축적돼 말썽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구원투수'였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기상청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전국의 평균 기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볼까요? 3월까지는 평년보다 고온 상태가 이어지다가 4월에는 파란색의 저온 현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북쪽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올봄은 4월에도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자주 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선선한 날씨가 많았습니다. 가을처럼 쾌청한 하늘이 펼쳐진 것도 북서풍의 영향이었던 겁니다.
특히 올봄은 남북의 기압 차가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강풍이 잦았습니다. 특히 3월부터 5월 사이에 '태풍급' 강풍이 몰아친 날도 12일이나 됐는데, 강풍 피해와 산불까지 불러올 정도였습니다. 선선한 날씨와 태풍급 바람의 조합은 미세먼지를 몰아내고도 남습니다.
여기에 강수도 잦았습니다. 특히 5월엔 전국 평균 강수일수가 9.6일로 거의 사흘에 한 번 비가 내렸습니다. 대기 순환이 활발해 서쪽에서 주기적으로 비구름이 유입됐기 때문인데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세척 효과'가 컸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이 되면,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이쯤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제 배출량도 줄었고 여기에 날씨까지 도와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초봄까지는 배출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는 배출량이 회복됐지만, 기상조건이 우호적이었다는 얘긴데요.
전 세계적으로 실제 미세먼지 배출량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변했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인류가 겪고 있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연구한 논문들이 쏟아져나오겠죠.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모든 것이 멈추자 푸른 하늘이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기가 묶여버리고 공장과 발전소의 굴뚝이 봉쇄되자 위성사진에서 확인했듯 에어로졸 배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집콕' 생활이 우울하긴 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고 모든 일상이 원래 대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또다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지독한 미세먼지에 시달려야 할까요? 바이러스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나 했더니 어른도, 아이도 KF 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다시 꺼내야 할지 모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찾아올 거라고들 말합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가 깨끗해진 데에는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봉쇄 정책으로 사람이나 물류의 이동이 줄었고 석유와 석탄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멈춰버리다시피 한 건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되자 '뚝' 떨어진 미세먼지 농도
국내에서는 2월 18일 신천지 교회와 관련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부터 급속하게 코로나19가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펼쳤고 거리에선 인적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봤더니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2월부터 볼까요?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보면 일 변화가 굉장히 심한데요. 2월 초에 한 차례, 그리고 중순과 하순에도 대기환경 기준(붉은색)을 초과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쁨' 일수는 모두 8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 타임라인을 같이 보면 2월 18일은 대구 신천지 관련 3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입니다. 이후 하루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2월 29일은 813명으로 가장 많았죠.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던 시기였는데, 2월 말로 갈수록 초미세먼지 농도는 뚝 떨어졌습니다. 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월 11일 '팬데믹' 선언 이후 초미세먼지 '급감'?
3월로 갈수록 상관관계는 더 뚜렷해집니다. 서울에선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3일에 그쳤고 4월에는 하루, 5월에는 아예 하루도 없이 쾌청한 대기가 지속됐습니다.
3월 11일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이 나온 날이죠.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1년 전, 그러니까 2019년 3월을 생각해 보면 기록적인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날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3월 5일에는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200마이크로그램(㎍/㎥) 안팎까지 치솟아 대기환경 기준의 6배가량 올라가기도 했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정말 이변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9년 3월 5일 9시 뉴스
초봄까지는 국내외 배출량 감소가 '결정적'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 2,000톤, 그러니까 20% 정도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영향'도 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올해 1월까지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수준이었지만, 2월부터는 배출량이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우한'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이 시행됐고 수송과 경공업,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배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환경생태부도 1월부터 초봄인 3월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성에 포착된 '에어로졸'…. 실제 줄었나 봤더니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좀 더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천리안 위성의 관측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천리안 위성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을 탐지하는 장비가 장착돼있는데 미세먼지도 에어로졸에 포함됩니다.
먼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월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공업지대에서 많은 양의 에어로졸이 배출됩니다. 그런데 2월부터는 확연하게 배출이 줄고 3월까지도 이어졌습니다. 한반도 역시 같은 기간 푸른색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발표대로 미세먼지를 비롯한 에어로졸 배출이 적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어로졸, 잠시 줄었다가 4월부터 다시 제자리
그런데 4월부터는 수상한 조짐이 포착됩니다. 철강과 정유시설이 밀집해있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다시 강력한 에어로졸 배출이 감지된 겁니다. 5월 들어서는 배출 지역이 내륙으로 더 확대됐는데 코로나19에 의한 '억제 효과'가 끝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4월 이후 서해안을 중심으로 다시 에어로졸 배출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올해의 에어로졸 농도를 최근 5년간(2016~2020년) 평균 데이터와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색은 '증가', 푸른색은 '감소'를 뜻합니다. 올 1월 중국은 온통 붉은색으로 과거보다 에어로졸 배출이 훨씬 많았습니다.
2월부터는 중국의 배출량이 과거보다 줄면서 푸른색으로 변했고 3월에 가장 많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월부터는 오히려 에어로졸 배출이 늘면서 붉은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중국과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준 교수는 위성 관측자료를 통해 2, 3월까지는 국내외 에어로졸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4, 5월에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몰아낸 '구원투수'는 날씨
그런데 이상합니다. 초봄까지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이후 슬금슬금 늘었는데도 우리나라의 대기는 맑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순태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계절 관리제와 코로나19 영향, 여기에 기상 조건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한반도 상공의 기압계가 정체하면서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축적돼 말썽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구원투수'였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기상청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전국의 평균 기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볼까요? 3월까지는 평년보다 고온 상태가 이어지다가 4월에는 파란색의 저온 현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북쪽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올봄은 4월에도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자주 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선선한 날씨가 많았습니다. 가을처럼 쾌청한 하늘이 펼쳐진 것도 북서풍의 영향이었던 겁니다.
특히 올봄은 남북의 기압 차가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강풍이 잦았습니다. 특히 3월부터 5월 사이에 '태풍급' 강풍이 몰아친 날도 12일이나 됐는데, 강풍 피해와 산불까지 불러올 정도였습니다. 선선한 날씨와 태풍급 바람의 조합은 미세먼지를 몰아내고도 남습니다.
여기에 강수도 잦았습니다. 특히 5월엔 전국 평균 강수일수가 9.6일로 거의 사흘에 한 번 비가 내렸습니다. 대기 순환이 활발해 서쪽에서 주기적으로 비구름이 유입됐기 때문인데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세척 효과'가 컸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이 되면,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이쯤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제 배출량도 줄었고 여기에 날씨까지 도와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초봄까지는 배출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는 배출량이 회복됐지만, 기상조건이 우호적이었다는 얘긴데요.
전 세계적으로 실제 미세먼지 배출량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변했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인류가 겪고 있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연구한 논문들이 쏟아져나오겠죠.
지난해와 올해 유럽의 항공 교통량 비교. 출처:EUROPEAN DATA PORTAL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모든 것이 멈추자 푸른 하늘이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기가 묶여버리고 공장과 발전소의 굴뚝이 봉쇄되자 위성사진에서 확인했듯 에어로졸 배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집콕' 생활이 우울하긴 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고 모든 일상이 원래 대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또다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지독한 미세먼지에 시달려야 할까요? 바이러스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나 했더니 어른도, 아이도 KF 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다시 꺼내야 할지 모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찾아올 거라고들 말합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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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 없는 하늘, 모두 ‘코로나19’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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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6-06 08:04:21
올봄은 파란 하늘을 볼 기회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하늘을 볼 때마다 가을처럼 쾌청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동시에 공기가 맑은데도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대기가 깨끗해진 데에는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봉쇄 정책으로 사람이나 물류의 이동이 줄었고 석유와 석탄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멈춰버리다시피 한 건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되자 '뚝' 떨어진 미세먼지 농도
국내에서는 2월 18일 신천지 교회와 관련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부터 급속하게 코로나19가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펼쳤고 거리에선 인적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봤더니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2월부터 볼까요?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보면 일 변화가 굉장히 심한데요. 2월 초에 한 차례, 그리고 중순과 하순에도 대기환경 기준(붉은색)을 초과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쁨' 일수는 모두 8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 타임라인을 같이 보면 2월 18일은 대구 신천지 관련 3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입니다. 이후 하루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2월 29일은 813명으로 가장 많았죠.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던 시기였는데, 2월 말로 갈수록 초미세먼지 농도는 뚝 떨어졌습니다. 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월 11일 '팬데믹' 선언 이후 초미세먼지 '급감'?
3월로 갈수록 상관관계는 더 뚜렷해집니다. 서울에선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3일에 그쳤고 4월에는 하루, 5월에는 아예 하루도 없이 쾌청한 대기가 지속됐습니다.
3월 11일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이 나온 날이죠.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1년 전, 그러니까 2019년 3월을 생각해 보면 기록적인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날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3월 5일에는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200마이크로그램(㎍/㎥) 안팎까지 치솟아 대기환경 기준의 6배가량 올라가기도 했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정말 이변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봄까지는 국내외 배출량 감소가 '결정적'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 2,000톤, 그러니까 20% 정도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영향'도 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올해 1월까지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수준이었지만, 2월부터는 배출량이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우한'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이 시행됐고 수송과 경공업,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배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환경생태부도 1월부터 초봄인 3월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성에 포착된 '에어로졸'…. 실제 줄었나 봤더니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좀 더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천리안 위성의 관측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천리안 위성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을 탐지하는 장비가 장착돼있는데 미세먼지도 에어로졸에 포함됩니다.
먼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월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공업지대에서 많은 양의 에어로졸이 배출됩니다. 그런데 2월부터는 확연하게 배출이 줄고 3월까지도 이어졌습니다. 한반도 역시 같은 기간 푸른색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발표대로 미세먼지를 비롯한 에어로졸 배출이 적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어로졸, 잠시 줄었다가 4월부터 다시 제자리
그런데 4월부터는 수상한 조짐이 포착됩니다. 철강과 정유시설이 밀집해있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다시 강력한 에어로졸 배출이 감지된 겁니다. 5월 들어서는 배출 지역이 내륙으로 더 확대됐는데 코로나19에 의한 '억제 효과'가 끝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4월 이후 서해안을 중심으로 다시 에어로졸 배출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올해의 에어로졸 농도를 최근 5년간(2016~2020년) 평균 데이터와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색은 '증가', 푸른색은 '감소'를 뜻합니다. 올 1월 중국은 온통 붉은색으로 과거보다 에어로졸 배출이 훨씬 많았습니다.
2월부터는 중국의 배출량이 과거보다 줄면서 푸른색으로 변했고 3월에 가장 많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월부터는 오히려 에어로졸 배출이 늘면서 붉은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중국과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준 교수는 위성 관측자료를 통해 2, 3월까지는 국내외 에어로졸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4, 5월에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몰아낸 '구원투수'는 날씨
그런데 이상합니다. 초봄까지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이후 슬금슬금 늘었는데도 우리나라의 대기는 맑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순태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계절 관리제와 코로나19 영향, 여기에 기상 조건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한반도 상공의 기압계가 정체하면서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축적돼 말썽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구원투수'였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기상청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전국의 평균 기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볼까요? 3월까지는 평년보다 고온 상태가 이어지다가 4월에는 파란색의 저온 현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북쪽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올봄은 4월에도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자주 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선선한 날씨가 많았습니다. 가을처럼 쾌청한 하늘이 펼쳐진 것도 북서풍의 영향이었던 겁니다.
특히 올봄은 남북의 기압 차가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강풍이 잦았습니다. 특히 3월부터 5월 사이에 '태풍급' 강풍이 몰아친 날도 12일이나 됐는데, 강풍 피해와 산불까지 불러올 정도였습니다. 선선한 날씨와 태풍급 바람의 조합은 미세먼지를 몰아내고도 남습니다.
여기에 강수도 잦았습니다. 특히 5월엔 전국 평균 강수일수가 9.6일로 거의 사흘에 한 번 비가 내렸습니다. 대기 순환이 활발해 서쪽에서 주기적으로 비구름이 유입됐기 때문인데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세척 효과'가 컸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이 되면,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이쯤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제 배출량도 줄었고 여기에 날씨까지 도와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초봄까지는 배출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는 배출량이 회복됐지만, 기상조건이 우호적이었다는 얘긴데요.
전 세계적으로 실제 미세먼지 배출량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변했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인류가 겪고 있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연구한 논문들이 쏟아져나오겠죠.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모든 것이 멈추자 푸른 하늘이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기가 묶여버리고 공장과 발전소의 굴뚝이 봉쇄되자 위성사진에서 확인했듯 에어로졸 배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집콕' 생활이 우울하긴 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고 모든 일상이 원래 대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또다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지독한 미세먼지에 시달려야 할까요? 바이러스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나 했더니 어른도, 아이도 KF 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다시 꺼내야 할지 모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찾아올 거라고들 말합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가 깨끗해진 데에는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봉쇄 정책으로 사람이나 물류의 이동이 줄었고 석유와 석탄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멈춰버리다시피 한 건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되자 '뚝' 떨어진 미세먼지 농도
국내에서는 2월 18일 신천지 교회와 관련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부터 급속하게 코로나19가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펼쳤고 거리에선 인적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봤더니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2월부터 볼까요? 서울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보면 일 변화가 굉장히 심한데요. 2월 초에 한 차례, 그리고 중순과 하순에도 대기환경 기준(붉은색)을 초과하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나쁨' 일수는 모두 8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 타임라인을 같이 보면 2월 18일은 대구 신천지 관련 3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입니다. 이후 하루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2월 29일은 813명으로 가장 많았죠. 사회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던 시기였는데, 2월 말로 갈수록 초미세먼지 농도는 뚝 떨어졌습니다. 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월 11일 '팬데믹' 선언 이후 초미세먼지 '급감'?
3월로 갈수록 상관관계는 더 뚜렷해집니다. 서울에선 초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3일에 그쳤고 4월에는 하루, 5월에는 아예 하루도 없이 쾌청한 대기가 지속됐습니다.
3월 11일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이 나온 날이죠.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는데 그 날을 기점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1년 전, 그러니까 2019년 3월을 생각해 보면 기록적인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날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3월 5일에는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200마이크로그램(㎍/㎥) 안팎까지 치솟아 대기환경 기준의 6배가량 올라가기도 했죠.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정말 이변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봄까지는 국내외 배출량 감소가 '결정적'
환경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만 2,000톤, 그러니까 20% 정도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 영향'도 있습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올해 1월까지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수준이었지만, 2월부터는 배출량이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우한'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력한 봉쇄 정책이 시행됐고 수송과 경공업,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배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 환경생태부도 1월부터 초봄인 3월까지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위성에 포착된 '에어로졸'…. 실제 줄었나 봤더니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좀 더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천리안 위성의 관측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천리안 위성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을 탐지하는 장비가 장착돼있는데 미세먼지도 에어로졸에 포함됩니다.
먼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월평균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1월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공업지대에서 많은 양의 에어로졸이 배출됩니다. 그런데 2월부터는 확연하게 배출이 줄고 3월까지도 이어졌습니다. 한반도 역시 같은 기간 푸른색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발표대로 미세먼지를 비롯한 에어로졸 배출이 적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어로졸, 잠시 줄었다가 4월부터 다시 제자리
그런데 4월부터는 수상한 조짐이 포착됩니다. 철강과 정유시설이 밀집해있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다시 강력한 에어로졸 배출이 감지된 겁니다. 5월 들어서는 배출 지역이 내륙으로 더 확대됐는데 코로나19에 의한 '억제 효과'가 끝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4월 이후 서해안을 중심으로 다시 에어로졸 배출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올해의 에어로졸 농도를 최근 5년간(2016~2020년) 평균 데이터와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색은 '증가', 푸른색은 '감소'를 뜻합니다. 올 1월 중국은 온통 붉은색으로 과거보다 에어로졸 배출이 훨씬 많았습니다.
2월부터는 중국의 배출량이 과거보다 줄면서 푸른색으로 변했고 3월에 가장 많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월부터는 오히려 에어로졸 배출이 늘면서 붉은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중국과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준 교수는 위성 관측자료를 통해 2, 3월까지는 국내외 에어로졸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4, 5월에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 몰아낸 '구원투수'는 날씨
그런데 이상합니다. 초봄까지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든 게 맞지만 이후 슬금슬금 늘었는데도 우리나라의 대기는 맑았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순태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계절 관리제와 코로나19 영향, 여기에 기상 조건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봄에는 한반도 상공의 기압계가 정체하면서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축적돼 말썽이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구원투수'였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그랬는지 기상청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전국의 평균 기온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볼까요? 3월까지는 평년보다 고온 상태가 이어지다가 4월에는 파란색의 저온 현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북쪽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올봄은 4월에도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자주 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선선한 날씨가 많았습니다. 가을처럼 쾌청한 하늘이 펼쳐진 것도 북서풍의 영향이었던 겁니다.
특히 올봄은 남북의 기압 차가 커지면서 지난해보다 강풍이 잦았습니다. 특히 3월부터 5월 사이에 '태풍급' 강풍이 몰아친 날도 12일이나 됐는데, 강풍 피해와 산불까지 불러올 정도였습니다. 선선한 날씨와 태풍급 바람의 조합은 미세먼지를 몰아내고도 남습니다.
여기에 강수도 잦았습니다. 특히 5월엔 전국 평균 강수일수가 9.6일로 거의 사흘에 한 번 비가 내렸습니다. 대기 순환이 활발해 서쪽에서 주기적으로 비구름이 유입됐기 때문인데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세척 효과'가 컸습니다.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이 되면,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이쯤에서 우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제 배출량도 줄었고 여기에 날씨까지 도와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초봄까지는 배출이 크게 줄었고, 이후에는 배출량이 회복됐지만, 기상조건이 우호적이었다는 얘긴데요.
전 세계적으로 실제 미세먼지 배출량이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변했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결과가 나올 겁니다. 인류가 겪고 있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연구한 논문들이 쏟아져나오겠죠.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모든 것이 멈추자 푸른 하늘이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기가 묶여버리고 공장과 발전소의 굴뚝이 봉쇄되자 위성사진에서 확인했듯 에어로졸 배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집콕' 생활이 우울하긴 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고 모든 일상이 원래 대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또다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지독한 미세먼지에 시달려야 할까요? 바이러스가 종식돼 마스크를 벗나 했더니 어른도, 아이도 KF 지수가 높은 마스크를 다시 꺼내야 할지 모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찾아올 거라고들 말합니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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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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