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소년단 입단식 취소…사상 교육 차질?

입력 2020.06.06 (08:07) 수정 2020.06.06 (08: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6월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참 각별한 달입니다. 우리에겐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아동절과 조직생활의 출발점이라고 불리는 조선소년단창립일이 모두 6월에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조선소년단 입단식은 물론 각종 기념행사들도 상당부분 축소, 취소됐습니다.

일각에선 북한 어린이들의 사상교육 일정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북한 정권 유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아동 사상교육.

코로나19 속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1일, 북한 조선중앙TV 스튜디오에 등장한 두 명의 아나운서.

[조선중앙TV/6월1일 : "명절을 맞은 동무들을 축하합니다. 오늘 어머니들이 동무들한테 맛있는 거랑 많이 해줬나요? 선물도 듬뿍 받았나요?"]

이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의 어린이들이다.

북한 매체는 매해 국제아동절에 맞춰 축하 프로그램을 방영 하는데, 올해는 그 방송 형식이 기존과 완전히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아동들의 모습은 모두 자료화면으로 대체됐고, 두 아나운서는 책읽기와 종이접기 등을 선보이며 마치 온라인 강의를 하는듯한 모습을 연출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방영된 프로그램과 비교 하면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탁아소에 모여 국제아동절 기념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던 아이들.

수개월간 준비한 공연들을 친구, 선생님과 함께 꼼꼼히 점검하고,

[조선중앙TV/2019년 6월1일 : "지금부터 국제아동절을 맞으며 우리들이 준비한 공연을 진행하겠습니다."]

초청된 부모님들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그밖에 각계각층의 관료들까지 참석한 대대적인 체육행사가 평양에서 펼쳐졌고,

[조선중앙TV/2019년 6월1일 : "6.1절 명절날 제일 좋아요."]

[조선중앙TV/2019년 6월1일 : "놀잇감 따기 경기에서 인형을 땄는데 얼마나 좋은지 또 하고 싶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기념행사들도 연이어 전파를 탔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떤 행사도 소개 되지 않았고, 과거 김정은 위원장이 찾았던 일부 유아교육기관들을 소개하는데 그치며 비교적 조용한 국제아동절을 보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야외에서의 단체 모임까지 금지시킨 북한의 엄격한 대응 조치가 보이는 대목.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사 개최의 여부보다, 코로나 19사태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 사상교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상황에 맞게 그리고 조건이 바뀔 때마다 방법은 바뀌는 거죠. 집단적으로 큰 규모의 행사를 못하면 소집단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할 수도 있고요. 소집단의 원격 강의는 가능할 것 같고 사상교육은 그렇다고 해서 변화되거나 약화되거나 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 어린이들과 대규모 조직모임이 이루어지 않았을 뿐, 소규모 교육은 계속 실시하고 있고, TV매체를 통해서도 북한당국의 우월성, 선대 지도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 재생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로 추정되는 계정에서도 일상화된 어린이 사상단속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아빠 그리고 이제 나 학교 언제 가나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약이 나올 때 갈 수 있어. (진짜?) 그럼."]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진 상황.

영상의 주인공인 리수진양은 배급받은 교복과 학용품을 두고 가족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너무 보고 싶었지? 교복이랑. 자 이거 보라."]

["(배려가 크구나) 꽃도 있고 (원수님의 사랑과 배려다)."]

일곱 살 수진양은 물론 곁에 있는 부모 역시 자녀에게 주어진 용품을 당과 지도자의 배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 이어 아이의 장래 희망을 물어보는데

["뭐라고 써 있나요? (소나무!)"]

["이제 앞으로 수진이는 소나무가방을 메고 소나무 필갑을 들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안겨주신 사랑의 교복을 입고 우리 민들레 학습장을 쓰면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요? (훌륭한 사람이 돼서 음악가도 되고 공부도 잘해 남들이 좋아할... )"]

정해진 대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은 반복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할 건가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아이 정말 용쿠나!"]

평범한 일상에까지 침투된 사상교육. 그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개인의 생애주기별 그 연령층에 맞는 교육을 하면 사회적 어떤 시스템이 가동하는데 굉장히 동조하거나 그것에 적응한 그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그 어린 연령층이라고 하더라도 방치하지 않고 조직 안이라는 그런 틀 안에서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도록 하는 거죠."]

정치사상 투입을 위한 세뇌 교육은 탁아소 시절부터 이루어진다.

[김경혜/북한 유치원 교사 : "미국놈은 착한 짐승들을 잡아먹는 승냥이와 같이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다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놈들 때려 부술 마음을 다졌습니다!"]

유아기에는 주로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적대국에 대한 적의와 증오를 주입하는데, 어린 나이일수록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김성일/20살/2018년 탈북 : "북한 노래가 꼬마 탱크 나간다. 이런 노래가 있어요. 그게 꼬마 탱크가 미국놈들을 까부신다 이런 내용이거든요. 북한 노래가 거의 99%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찬양 노래예요. 그게 탁아소 유치원 그냥 성인 돼서도 다 그걸 부르거든요. 사상이 그렇다기보다도 내가 계속 부르면 자연히 세뇌되는 거 같아요."]

소학교에 입학 한 후에는 보다 체계를 갖춘 사상교육이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만 7세에서 13세 어린이들이 가입하는 조선소년단은 사상교육의 집결체라고 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은 사망 직전까지도 조선소년단 창립행사를 직접 챙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이들이 김씨 일가의 체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그의 부인 김정숙이 중국 동북 항일유격구의 어린이들을 보살핀 내용을 담은 북한 영화 '미래를 꽃피운 사랑’이 곳에서도 아이들을 챙기는 김주석과 김정숙의 모습과 함께 아이들의 정치적 역할을 부각 시켰다.

[북한 영화 ‘미래를 꽃피운 사랑(1982)’ : "이제 얘들로 따로 소년중대도 조직하고 총도 배워줍시다."]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국가적,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며 사회 곳곳을 누빌 때 그때 어른들은 그게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거예요. 사회적 활동을 학생들이 한다고 볼 수 있죠. 학생들에게 먼저 보급하고, 그리고 나서 어른들에게 더욱 강화된 이런 교육을 진행한다는 말이에요."]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부터 소년단을 각별히 챙겨왔다.

집권 직후였던 2012년 6월,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에는 전국 2만 명의 학생들을 평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2년 조선소년단 전국 연합단체대회 :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만세~!)"]

젊은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소년단원을 챙기는 모습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회자되고 있다.

[최은심/김일성종합대학 학생 : "조용한 섬 생활밖에 모르는 저에게 있어서 정말 모든 것이 다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도 처음 보았고 또 지하전동차를 탈 때는 온몸이 휘청거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 당국이 어린이 사상교육에 공을 들이고 새로운 매체를 통해 주입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게 다수 탈북민들의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며 장마당 경제를 경험한 세대들의 당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부모님들은 그때 살던 그 사고방식대로 너 그렇게 하지 말아라 당에서 하지 말라. 일을 하지 마라. 계속 사사건건 이러니까 자식들은 그게 짜증나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네처럼 살라고 하는데 부모님처럼 살면 우리는 진짜 죽 이런 것이 아니라 맹물도 못 먹어요.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 세대하고 우리 세대에는 진짜 근본적으로 다른 거예요. 경제활동에서부터 다르고 경제활동이 다르다 보니까 사상도 완전 차이가 각도가 많이 나는 거예요."]

여기에 한류 등과 같은 외부 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접해 온 청년 세대에겐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외부세계라는 비교 대상까지 생겨났다.

[김성일/20살/2018년 탈북 :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녘 동포들은 헐벗고 굶주린다 우리는 김정은 원수님의 품속에서 세상의 부러움 없이 행복하다 이런 거만 세뇌돼 왔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나 노래나 이런 걸 들어보면 듣고 보고 하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거예요. 어떻게 헐벗고 굶주리는 친구들이 저렇게 행복하고 저렇게 잘 입고 잘 살고 잘 놀고 저렇게 할까 우리랑 너무 차이난다. (사상무장)할머니는 100%라면 어머니는 한 30%. 저는 한 10% 정도 10%도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북한 어린이들의 개학이 6월 초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긴 방학이 끝나고 본격적인 조직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사상교육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 될 것이라 전망한다.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사실 코로나가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데 어느 나라도 이제 아무도 이걸 바로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는데 북한이라고 그걸 다 해결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그러면 북한이 제일 자부하는 보건 제도, 이것도 엄청나게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상태죠. 소집단별로 바꿔 그걸 토론하고 논의하는 이런 방식으로 사상 교육은 더 강화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 생활을 통해 통제되고 주입되는 북한의 사상교육.

코로나19 이후, 북한은 또 어떠한 형태의 사상교육을 펼칠지 또 그 효과는 어디까지 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소년단 입단식 취소…사상 교육 차질?
    • 입력 2020-06-06 08:29:15
    • 수정2020-06-06 08:38:41
    남북의 창
[앵커]

6월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참 각별한 달입니다. 우리에겐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아동절과 조직생활의 출발점이라고 불리는 조선소년단창립일이 모두 6월에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조선소년단 입단식은 물론 각종 기념행사들도 상당부분 축소, 취소됐습니다.

일각에선 북한 어린이들의 사상교육 일정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북한 정권 유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아동 사상교육.

코로나19 속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6월1일, 북한 조선중앙TV 스튜디오에 등장한 두 명의 아나운서.

[조선중앙TV/6월1일 : "명절을 맞은 동무들을 축하합니다. 오늘 어머니들이 동무들한테 맛있는 거랑 많이 해줬나요? 선물도 듬뿍 받았나요?"]

이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의 어린이들이다.

북한 매체는 매해 국제아동절에 맞춰 축하 프로그램을 방영 하는데, 올해는 그 방송 형식이 기존과 완전히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아동들의 모습은 모두 자료화면으로 대체됐고, 두 아나운서는 책읽기와 종이접기 등을 선보이며 마치 온라인 강의를 하는듯한 모습을 연출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방영된 프로그램과 비교 하면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탁아소에 모여 국제아동절 기념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던 아이들.

수개월간 준비한 공연들을 친구, 선생님과 함께 꼼꼼히 점검하고,

[조선중앙TV/2019년 6월1일 : "지금부터 국제아동절을 맞으며 우리들이 준비한 공연을 진행하겠습니다."]

초청된 부모님들 앞에서 실력을 뽐냈다.

그밖에 각계각층의 관료들까지 참석한 대대적인 체육행사가 평양에서 펼쳐졌고,

[조선중앙TV/2019년 6월1일 : "6.1절 명절날 제일 좋아요."]

[조선중앙TV/2019년 6월1일 : "놀잇감 따기 경기에서 인형을 땄는데 얼마나 좋은지 또 하고 싶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기념행사들도 연이어 전파를 탔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떤 행사도 소개 되지 않았고, 과거 김정은 위원장이 찾았던 일부 유아교육기관들을 소개하는데 그치며 비교적 조용한 국제아동절을 보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야외에서의 단체 모임까지 금지시킨 북한의 엄격한 대응 조치가 보이는 대목.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사 개최의 여부보다, 코로나 19사태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 사상교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상황에 맞게 그리고 조건이 바뀔 때마다 방법은 바뀌는 거죠. 집단적으로 큰 규모의 행사를 못하면 소집단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할 수도 있고요. 소집단의 원격 강의는 가능할 것 같고 사상교육은 그렇다고 해서 변화되거나 약화되거나 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 어린이들과 대규모 조직모임이 이루어지 않았을 뿐, 소규모 교육은 계속 실시하고 있고, TV매체를 통해서도 북한당국의 우월성, 선대 지도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 재생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로 추정되는 계정에서도 일상화된 어린이 사상단속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아빠 그리고 이제 나 학교 언제 가나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약이 나올 때 갈 수 있어. (진짜?) 그럼."]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진 상황.

영상의 주인공인 리수진양은 배급받은 교복과 학용품을 두고 가족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너무 보고 싶었지? 교복이랑. 자 이거 보라."]

["(배려가 크구나) 꽃도 있고 (원수님의 사랑과 배려다)."]

일곱 살 수진양은 물론 곁에 있는 부모 역시 자녀에게 주어진 용품을 당과 지도자의 배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 이어 아이의 장래 희망을 물어보는데

["뭐라고 써 있나요? (소나무!)"]

["이제 앞으로 수진이는 소나무가방을 메고 소나무 필갑을 들고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안겨주신 사랑의 교복을 입고 우리 민들레 학습장을 쓰면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요? (훌륭한 사람이 돼서 음악가도 되고 공부도 잘해 남들이 좋아할... )"]

정해진 대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은 반복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할 건가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아이 정말 용쿠나!"]

평범한 일상에까지 침투된 사상교육. 그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개인의 생애주기별 그 연령층에 맞는 교육을 하면 사회적 어떤 시스템이 가동하는데 굉장히 동조하거나 그것에 적응한 그런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그 어린 연령층이라고 하더라도 방치하지 않고 조직 안이라는 그런 틀 안에서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도록 하는 거죠."]

정치사상 투입을 위한 세뇌 교육은 탁아소 시절부터 이루어진다.

[김경혜/북한 유치원 교사 : "미국놈은 착한 짐승들을 잡아먹는 승냥이와 같이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다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놈들 때려 부술 마음을 다졌습니다!"]

유아기에는 주로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적대국에 대한 적의와 증오를 주입하는데, 어린 나이일수록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김성일/20살/2018년 탈북 : "북한 노래가 꼬마 탱크 나간다. 이런 노래가 있어요. 그게 꼬마 탱크가 미국놈들을 까부신다 이런 내용이거든요. 북한 노래가 거의 99%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찬양 노래예요. 그게 탁아소 유치원 그냥 성인 돼서도 다 그걸 부르거든요. 사상이 그렇다기보다도 내가 계속 부르면 자연히 세뇌되는 거 같아요."]

소학교에 입학 한 후에는 보다 체계를 갖춘 사상교육이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만 7세에서 13세 어린이들이 가입하는 조선소년단은 사상교육의 집결체라고 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은 사망 직전까지도 조선소년단 창립행사를 직접 챙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이들이 김씨 일가의 체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그의 부인 김정숙이 중국 동북 항일유격구의 어린이들을 보살핀 내용을 담은 북한 영화 '미래를 꽃피운 사랑’이 곳에서도 아이들을 챙기는 김주석과 김정숙의 모습과 함께 아이들의 정치적 역할을 부각 시켰다.

[북한 영화 ‘미래를 꽃피운 사랑(1982)’ : "이제 얘들로 따로 소년중대도 조직하고 총도 배워줍시다."]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국가적,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구호를 외치며 사회 곳곳을 누빌 때 그때 어른들은 그게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거예요. 사회적 활동을 학생들이 한다고 볼 수 있죠. 학생들에게 먼저 보급하고, 그리고 나서 어른들에게 더욱 강화된 이런 교육을 진행한다는 말이에요."]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부터 소년단을 각별히 챙겨왔다.

집권 직후였던 2012년 6월,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에는 전국 2만 명의 학생들을 평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2년 조선소년단 전국 연합단체대회 :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만세~!)"]

젊은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소년단원을 챙기는 모습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회자되고 있다.

[최은심/김일성종합대학 학생 : "조용한 섬 생활밖에 모르는 저에게 있어서 정말 모든 것이 다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도 처음 보았고 또 지하전동차를 탈 때는 온몸이 휘청거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 당국이 어린이 사상교육에 공을 들이고 새로운 매체를 통해 주입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게 다수 탈북민들의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며 장마당 경제를 경험한 세대들의 당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부모님들은 그때 살던 그 사고방식대로 너 그렇게 하지 말아라 당에서 하지 말라. 일을 하지 마라. 계속 사사건건 이러니까 자식들은 그게 짜증나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네처럼 살라고 하는데 부모님처럼 살면 우리는 진짜 죽 이런 것이 아니라 맹물도 못 먹어요.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 세대하고 우리 세대에는 진짜 근본적으로 다른 거예요. 경제활동에서부터 다르고 경제활동이 다르다 보니까 사상도 완전 차이가 각도가 많이 나는 거예요."]

여기에 한류 등과 같은 외부 문화를 어린 시절부터 접해 온 청년 세대에겐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외부세계라는 비교 대상까지 생겨났다.

[김성일/20살/2018년 탈북 :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녘 동포들은 헐벗고 굶주린다 우리는 김정은 원수님의 품속에서 세상의 부러움 없이 행복하다 이런 거만 세뇌돼 왔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나 노래나 이런 걸 들어보면 듣고 보고 하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거예요. 어떻게 헐벗고 굶주리는 친구들이 저렇게 행복하고 저렇게 잘 입고 잘 살고 잘 놀고 저렇게 할까 우리랑 너무 차이난다. (사상무장)할머니는 100%라면 어머니는 한 30%. 저는 한 10% 정도 10%도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북한 어린이들의 개학이 6월 초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긴 방학이 끝나고 본격적인 조직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사상교육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 될 것이라 전망한다.

[최경희/샌드연구소 대표 : "사실 코로나가 굉장히 확산되고 있는데 어느 나라도 이제 아무도 이걸 바로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는데 북한이라고 그걸 다 해결했다고 보긴 어려워요. 그러면 북한이 제일 자부하는 보건 제도, 이것도 엄청나게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상태죠. 소집단별로 바꿔 그걸 토론하고 논의하는 이런 방식으로 사상 교육은 더 강화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 생활을 통해 통제되고 주입되는 북한의 사상교육.

코로나19 이후, 북한은 또 어떠한 형태의 사상교육을 펼칠지 또 그 효과는 어디까지 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