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간첩 혐의 미국인에 징역 16년…미국 “판결에 격분, 즉각 석방”

[앵커]

러시아 법원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폴 윌런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습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격분한다며 윌런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러시아 법원이 지난 2018년 말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폴 윌런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습니다.

[수보로프/모스크바 시법원 판사 : "법원은 폴 윌런에게 러시아 형법 276조 위반으로 징역 16년을 선고합니다."]

윌런은 재판에서 간첩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면서 이번 재판을 "엉터리 재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폴 윌런/미국인 피고인 : "러시아는 간첩 임무를 띠고 있는 '제임스 본드'를 잡았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은 휴가 중인 '미스터 빈'을 납치했습니다. 나의 인권은 침해됐고, 목숨이 위협받았습니다."]

미국 해병 출신인 윌런은 지난 2018년 해병대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현지 정보 기관인 연방보안국에 체포됐습니다.

현지 언론은 그기 기밀 자료가 담긴 USB를 건네받은 지 몇 분 후에 체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윌런은 그 USB가 러시아 방문 관련 사진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미리 짜 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격분한다며 즉각 석방하라는 성명을 냈고, 러시아 외무부는 유사한 행위에 대해 미국에서는 종신형까지 가능하다고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존 설리번/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 "러시아가 폴 윌런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누구에게나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증거를 제시할 수 없고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그런 비밀 재판 말입니다."]

윌런의 변호인단은 곧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단은 또, 형이 확정되고 나면 미국에서 2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러시아인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 등과 윌런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